서 론
아미오다론은 벤조퓨란 계열의 class III 항부정맥 약제로 심실세동과 심방세동의 치료를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미오다론의 사용기간과 및 투여량에 따라 피부, 시신경, 각막, 간, 폐, 갑상선 등 다양한 장기에 독성을 일으킨다고 한다[1].
아미오다론의 장기간 사용은 무증상에서부터 간경화까지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일시적인 간 효소수치의 상승은 40%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고, 이 중 25%는 증상이 없고 심한 간 손상은 1-3%에서 나타난다[2,3]. 대부분은 경구약제에 의한 부작용의 보고가 많으며 혈관주사 후 급성간염을 나타낸 예는 드물며 이에 대한 기전은 잘 알려진 바 없다[4]. 저자들은 간과 연관된 질환의 기왕력은 없었으나 아미오다론의 혈관주사 후에 발생한 급성간염과 약물 중단 후에 급격히 회복된 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72세 여자 환자가 7일 전부터 시작된 호흡곤란, 구역, 구토증상을 주소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발작성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 승모판 역류증, 심부전으로 약물치료 중이었던 분으로 20년 전 유방암으로 왼쪽 유방절제술을 시행 받은 과거력이 있었다. 약물력으로는 아스피린,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이외에 다른 약제나 한약 복용력은 없었고, 당뇨, 음주력, 흡연력, 수혈받은 경력도 없었다. 내원 당일 생체 징후는 혈압 126/76 mmHg, 맥박수 154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 36.5°C였다.
신체검진상 불규칙한 심음과 심첨부에서 확장기 잡음을 확인하였다. 청진음상 폐 기저부에서 악설음을 확인하였고, 양쪽 하지 부종을 관찰하였다.
입원 당시 시행한 검사에서는 말초혈액에서 백혈구 6.98×109/L (range, 4.0-10.0×109 /L), 헤모글로빈 11.8 g/dL (range, 12.0-14.9 g/dL), 혈소판 238×109 d/L (range, 150-400,238×109 d/L), 뇌 나트륨 이뇨펩티드(brain natriuretic peptide) 6,596 pg/mL (range, 0-125 pg/mL), 트로포닌 T 0.029 ng/mL (range, 0-0.014 ng/mL), creatine kinase-MB 2.4 ng/mL (<3.61 ng/mL), 총 빌리루빈 1.20 mg/dL (range, 0.20-1.20 mg/dL), 알칼리성포스파타제(alkaline phosphatase, ALP) 72 IU/L (range, 35-104 IU/L),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 24 U/L (<32 U/L),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ALT) 20 U/L (<33 U/L),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amma-glutamyl transferase, GGT), 20 U/L (range, 5.0-36.0 U/L), 혈액 요소질소 23 mg/dL (range, 8.0-230 mg/dL), 혈청 크레아티닌 0.73 mg/dL (range, 0.50-0.90 mg/dL) 모두 정상이었다. 혈청 바이러스검사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 표면 항원 음성, B형 간염표면 항원 항체 양성, immunoglobulin M anti hepatitis A virus 음성, C형 간 염항체 음성이었다.
갑상선혈액검사에서는 갑상샘자극호르몬(thyroid-stimulating hormone) 1.8 IU/mL (range, 0.35-5.00 IU/mL), 트리요도타이로닌 (triiodotyrinune) 1.5 ng/mL (range, 0.8-2.0 ng/mL), 유리 티록신 (free thyroxine) 0.9 ng/dL (range, 0.8-1.70 ng/dL) 확인되었다. 흉부 X선 사진에서 심비대, 폐울혈 소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심전도검사상 심박수 150회/분, 심방세동과 동반된 Wolff-Parkinson-White syndrome 증후군 소견과 심초음파상 심한 좌심실 기능저하, 좌심실 구축률 15% 소견을 확인하였다(Fig. 1). 응급실 입원 후 심박동수 160회 이상으로 유지되어 심장율동전환 200 J로 시행하였으나 심방세동 소견이 지속되었다. 이에 아미오다론 150 mg 주사 후 360 mg의 아미오다론을 분당 1 mg으로 6시간 정주 후 분당 0.5 mg으로 유지하였다.
입원 2일째 심전도검사상 심박수는 78회, 동율동 소견으로 안정적 혈역학적 징후를 보였다(Fig. 1). 그러나 혈액검사상 AST 6,200 IU/L, ALT 2,340 IU/L, ALP 78 IU/L, 총 빌리루빈 4.59 mg/L, 직접 빌리루빈 1.69 mg/dL, GGT 44 U/L, 알부민 3.5 g/dL (range, 3.5-5.2 g/dL), 글로불린 2.1 g/dL (range, 2.3-3.5 g/dL), 프로트롬빈 시간 34 seconds (range, 0.8-1.2 seconds), 암모니아 20 mcg/dL (range, 20-70 mcg/dL)로 급격한 간기능검사의 상승을 확인하였다. 항핵항체 (antinuclear antibody), 항 미토콘드리아 항체(anti-mitochondrial antibody), 항평활근 항체검사를 시행하였고, 모두 음성이었다.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였고, 하대정맥과 간정맥의 울혈소견이 관찰되었고 이는 중등도의 간울혈 소견을 보였고, 담즙 정체에 의한 간담도계의 확장과 염증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Fig. 2). 이상의 검사결과로 인하여 약물에 의한 간 세포 파괴에 의한 급성간염을 의심하였다. 아스피린,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와 같은 기존에 사용하던 약물에는 내원 시 정상 간기능 소견을 보였던 분이었으며, 내원 후 다른 경구약제는 추가하지 않았고 생리식염수와 아미오다론 혈관주사 치료가 시작된 분이었다. 내원 시 심장 구축률이 15%로 낮고 심장 동율동전환 200 J에도 심방세동으로 인한 빈맥이 지속되어 아미오다론을 정주하였고 이후 부정맥이 안정된 상태로 아미오다론 중단 시 부정맥의 재발을 우려하였으나 악화되는 간기능을 먼저 고려해 아미오다론 정주를 중지하였다. 아미오다론 혈관 정주를 중지 후 심박수 조절을 위하여 디곡신과 딜티아젬을 처방하였으나 아미오다론 중지 후 심방세동의 재발 소견과 혈역학적 불안정 소견을 보여 입원 3일에 고주파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아미오다론 중단 3일부터 상복부 불편감, 구역 등의 임상증상 호전과 함께 간기능검사에서 AST 624 IU/L, ALT 1,197 IU/L, 총 빌리루빈 1.45 mg/dL, 직접 빌리루빈 0.8 mg/dL로 반감되는 소견을 확인하였다. 중단 2주째부터는 전신 쇠약감, 피로감이 호전되었으며, 간기능검사에서도 AST 40 IU/L, ALT 32 IU/L, 총빌리루빈 0.8 mg/dL, 직접 빌리루빈 <0.3 mg/dL로 감소되는 소견을 확인하였다(Fig. 3).
고주파절제술시행 후 심전도상 심박수 81회/분, 동율동을 확인하였고, 추적검사로 시행한 심초음파상 좌심실 기능저하 소견의 호전과 좌심실 구축률이 45% 증가된 소견을 확인하였다. 4개월 후 시행한 간기능검사에서 AST 24 IU/L, ALT 18 IU/L, 총 빌리루빈 0.63 mg/dL로 정상화되었다.
고 찰
아미오다론은 심방, 심실, 퍼킨지 섬유의 활동 전압 기간과 유효불응기를 연장시켜 동결절과 방실결절의 자극 전도율을 낮추고, 방실결절 전도시간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4]. 아미오다론에 의한 간 부작용에 대한 보고는 주로 경구제재에 의한 것이 보고되어 있고, 이는 투여기관과 투여용량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5]. 국내 KoreaMed 검색결과 총 4예가 보고되어 있고 그 중 1예만이 아미오다론 혈관주사에 의한 급성간염이었고 아미오다론 중지 후 간기능이 회복되었다[6]. 보고에 따르면 아미오다론 혈관주사 사용 시 증상의 발현은 1-3일이었고, 아미오다론의 사용량은 평균 1,568 mg이었으며, 10-100배 이상의 다양한 정도의 AST, ALT 상승 소견과 총 빌리루빈 상승, 프로트롬빈 시간의 증가 등이 보고되어 있으며, 예후는 약제 중지 즉, 아미오다론 중지 후 24-72시간 대부분 간기능은 회복되나 간기능 부전에 의한 사망의 경우도 15%였다[7].
본 증례의 환자는 아미오다론 혈관주사의 사용으로 24시간 내에 급격한 간수치의 상승소견을 보였고, 중단 3일부터 호전된 양상을 보였다. 환자는 아미오다론 사용 전 안정적인 혈역학적 징후를 유지하여 허혈성 간손상을 배제하였고, 자가면역 간질환 및 바이러스성 간염검사상 정상소견이었고, 영상의학검사를 통해 담즙 정체에 의한 간 손상을 배제하였다. 이전 복용약제로는 내원 시 정상 간기능 소견을 보였고, 이에 저자는 새롭게 추가된 약제 중 아미오다론에 의한 간세포 손상에 의한 급성독성간염 가능성 고려하여 약제를 중지하였다. AST 반감기는 47시간이고 ALT 반감기는 17시간인 점을 고려 시, 약제 중지 3일부터 AST와 ALT의 급격한 감소 소견과 임상경과의 호전은 아미오다론에 의한 급성간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바이다. 간기능 회복을 위하여 아미오다론 중단 후 재발된 심방세동은 다른 항부정맥제로 조절이 어려워 고주파절제술을 실시하였고 성공적으로 동율동 전환이 되었다.
문헌보고에 따르면 아미오다론에 의한 간손상에 대하여 3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아미오다론은 지방친화적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간과 같은 lipid laden 기관에 침착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아미오다론의 대사산물인 N-desethlamiodarone (DEA)는 간세포, 담관 상피세포, 쿠퍼세포의 용해 소체에 축적된다. 이는 phospholipase 작용을 억제하여 용해 소체 내의 지질 제거를 방해하고, 이차적인 phospholipidosis를 유발하게 된다. 또한 비정상적인 용해 소체에서 단백질 분해효소를 분비하게 되고 이는 AST의 상승과 간세포의 괴사, 간섬유화, 간경화를유발한다.
두 번째, 아미오다론 대사산물인 N-DEA는 cytochrome P450 enzyme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간으로 대사되는 약제의 유효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이는 간독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약물의 혈중 농도를 높여 간독성을 야기시킬 수 있다[7].
세 번째, Lahbabi 등[8]의 보고에 따르면 아미오다론의 용매제인 polysorbate 80이 간독성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polysorbate 80은 신부전, 간비대 및 비장비대, 황달을 유발시킨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8]. 이 가설을 지지하는 예는 Nasser 등[7]의 보고에서와 같이 아미오다론 혈관주사 후 간수치 상승 환자 9예에서 경구제제로의 변경 후 간기능 수치가 정상화되었던 것으로 보아 아미오다론의 약제효과보다는 정맥주사의 용매제인 polysorbate 80으로 인한 간독성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이다[9]. 이를 바탕으로 보면 이전 아미오다론 혈관주사에 의한 급성간염 환자에 있어서 경구용 제제의 재사용은 간기능검사의 추적검사가 이루어진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10].
결론적으로 아미오다론 혈관주사에 의한 급성간염은 매우 드물지만 급격한 간기능의 상승 소견을 나타내고 간손상으로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7]. 급성기 동안 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하여 아미오다론 혈관주사 사용 시 환자의 기저질환 약물 사용력 등의 충분한 정보를 확인해야 하겠으며, 아울러 주기적인 혈액검사, 심전도 흉부방사선 사진 등을 실시하여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예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아미오다론 혈관주사에 의한 급성간염의 기전은 잘 알려진 바가 없으므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