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치료로 시행한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 1예
A Case of Botulinum Toxin Injection for Treatment of Functional Dyspepsia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Functional dyspepsia is a condition with chronic indigestion symptoms such as epigastric pain or discomfort, early satiety, and bloating without an alternative organic disease. The symptoms are similar to those of functional dyspepsia, but abnormal retention of food in the stomach should be identified in gastroparesis. In this case, botulinum toxin injection was performed for treatment in a patient who complained of symptoms such as nausea, early satiety, abdominal distension, and poor appetite without no abnormal findings in gastric emptying scan. Through this case, a possibility was found that antral and pyloric dysfunction may cause symptoms of functional dyspepsia, without gastric emptying abnormalities.
서 론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란 다른 기질적 질환 없이 상복부 통증이나 불쾌감, 조기 포만감, 복부 팽만감 등의 만성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치료에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 위장관 운동 촉진제, 위저부 이완제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위마비란 구조적인 이상은 없이 오심, 구토, 조기 포만감 및 복부 팽만감과 같은 위장 증상들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1]. 위마비는 임상적 증상과 기계적 폐쇄 유무를 확인하고, 음식물의 위장 내 비정상적인 저류를 확인하여 진단할 수 있다. 위마비의 치료로는 위장관 운동 촉진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 내시경적 치료로는 풍선확장술이나 날문근절개술이 있다. 그 외에도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번에 위배출스캔검사에서 위배출 시간의 지연은 확인되지 않고 다양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내시경적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을 시행하여, 그 과정과 치료 및 성과 그리고 의의를 보고한다.
증 례
40세 남자가 수년 전부터 시작된 소화불량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에게 다른 내과적 질환력은 없었다. 향정신성 약물을 포함한 약물 복용력은 없었다. 음식을 먹은 후 발생하는 오심, 조기 포만감, 복부 팽만감, 식욕 감소를 호소했다. 구토나 변비는 없었다. 증상은 한번 시작되면 3일에서 최대 14일 동안 강도 높은 증상이 지속되었다. 약 5년 전부터는 식사량을 소량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식이의 형태는 고형 음식보다 유동형 음식에서 증상의 정도가 경했다. 증상 발생 시 기간에 따라 1–3 kg 정도의 체중 감소를 보이다 증상 호전 후 체중 회복을 반복하고 있었다. 최근 1년간 20회 이상의 증상 발생이 있었다고 한다. 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산제, 위장관 운동 촉진제 및 각종 진경제에 반응하지 않았다. 상부소화관 내시경검사에서 이상소견은 없었고 요소분해효소검사상 헬리코박터균 음성의 결과를 보였으며, 상복부 초음파에서도 간 및 담관계를 포함해 이상소견은 없었다. 그리고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위배출스캔검사에서 위배출 지연을 확인하지 못했다. 식후 4시간이 지난 후 검사에서 90% 이상의 배출 완료를 확인하여 식후 위배출 시간 지연의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2].
그러나 환자의 임상증상의 정도가 심하며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은 점을 고려하여, 날문방(antrum) 및 날문조임근(pyloric sphincter)의 이완을 통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고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을 시행하였다. 입원하여 시행한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에서 궤양이나 협착의 소견은 없었다. 보툴리눔 독소 100 unit을 5 mL의 생리식염수에 희석하여, 날문 주위 5방향에 각 1 mL(보툴리눔 독소 20 unit)씩 주입하였다(Fig. 1). 시술 5일차까지 환자는 별다른 호전을 느끼지 못하였다. 시술 후 7일차부터 증상의 현격한 호전을 보였다. 시술 7일차 이후에는 시술 전 하던 식사량보다 20% 정도 더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었다. 현재 시술 후 4개월이 지났고 특이증상 호소 없이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본 증례를 보고하기 위해 해당 환자에게 의무기록을 포함한 의학정보의 연구자료 이용 동의를 받았다.
고 찰
보툴리눔 독소는 특정 균에 의해 생성되는 신경 독성 단백질로 신경근 접합부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방해함으로써 근육의 수축을 억제하는 기전이 있다. 이러한 기전을 통해 근육경직이나 근긴장이상을 유발하는 신경성 질환, 아칼라지아와 같은 소화기질환, 다양한 미용분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나 위마비의 병태생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특발성 위마비에서 날문방 및 날문의 운동이상에 의한 압력증가로 음식물이 위에 잔류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3]. 이 경우 날문방 및 날문의 과민성이나 이완장애에 의한 연축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위마비에 대해서는 다양한 약물치료법 이외에도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에 대한 증례도 보고된 적이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에서는 위운동 배출이상, 위저부 조절이상 및 내장감각능 과민 등이 기전 병태생리로 알려져 있다[4]. 그런데 국내에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있어서 다양한 약물적 치료에 대한 연구와 보고는 있으나, 내시경적 치료에 대한 사례와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증례를 통해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을 통해 증상의 호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에서도 날문방 및 날문의 운동이상이 선행원인이 되어 증상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상에서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접근할 때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된 경우 약물치료 위주의 치료법이 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다 보니 기능성 소화불량증에서 날문방 및 날문의 운동이상과 환자의 증상 간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시각의 접근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증례를 통해 주목한 부분은 날문방 및 날문의 운동이상이라는 선행원인 때문에 위배출 지연은 없으나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증상이 발현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날문방 및 날문의 운동이상의 중증도에 따라 증상의 양상과 검사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유추할 수 있다. 식도운동질환에서는 다양한 중증도를 보이는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그 안에 아칼라지아 및 미만성 식도경련 등이 서로 완벽히 독립적이기보다는 큰 범주의 한 가지 질환의 변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5-7]. 또한 아칼라지아뿐만이 아니라 비아칼라지아성 식도운동질환에서도 내시경적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을 시행하여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는 증례보고가 있었다[8,9].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위마비에 대해서도 위십이지장 감각운동 기능장애라는 큰 범주의 단일질환 안에 존재하는 스펙트럼으로 보고 접근하자는제안도 있다[10]. 이런 제안과 더불어 위배출 지연 여부가 서로 다른 질환의 감별 기준이라기보다는 증상의 정도 및 조절 가능성을 시사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10].
기능성 소화불량증 및 위마비에 있어서 날문방 및 날문의 운동 이상을 선행요인으로 하는 다양한 중증도를 가진 스펙트럼의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접근과 치료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위배출능 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할 수 없어서 위마비 진단에 부합하지 않는 소화불량증 환자에 대해서도 날문방 및 날문의 운동이상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들에 초점을 맞춰서 적극적인 치료를 했을 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이 증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날문방 및 날문의 운동이상의 정도와 증상의 강도 및 위배출능 검사결과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일 증례로서 위약효과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는 점이 이번 증례 발표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서경(writer’s cramp), 신경인성 경직, 과민성 방광 등의 질환에서는 보툴리눔 독소 치료의 효과에 대한 위약대조군연구가 있으나 아직 소화기질환에서는 추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례를 통해 환자의 증상, 설문 및 각종 객관적 검사결과를 종합하여 질환의 원인 및 치료에 대해 포괄적이고도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