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 뇌경색을 동반한 색소실조증 1예
Incontinentia Pigmenti with Extensive Brain Infarction in a Newb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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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Incontinentia pigmenti (IP) is a rare X-linked dominant neuroectodermal multisystemic disorder with characteristic skin lesions. In addition to skin lesions, the teeth, nails, hair, eyes, and central nervous system are involved. Central nervous system involvement in the neonatal period may cause intellectual disabilities, severe neurologic impairment, or death. IP is associated with mutations in the NF-kappa B essential modulator gene located on chromosome Xq28 and is most commonly seen in female patients. We experienced one case of a newborn with multiple vesiculobullous skin lesions over the entire body after birth and partial seizures with secondary generalization. The 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showed extensive cerebral infarction, and retinal hemorrhage was observed in the fundus examination. The patient was clinically diagnosed with incontinentia pigmenti.
서 론
색소실조증(incontinentia pigmenti)은 특징적인 피부증상을 보이는 매우 희귀한 성염색체 우성 유전 전신질환으로 그 발병률이 인구 40,000명당 1명 정도이다 [1]. 성염색체 Xq28에 위치한 nuclear factor-kappa B essential modulator (NEMO)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남아는 출생 이전에 대부분 사망하며, 주로 여아에게 발생한다[1,2]. 드물게 klinefelter 증후군(47, XXY 핵형) 남아에서 색소실조증이 보고되었다. 출생 시 또는 출생 후 수일 이내에 불규칙한 선상의 수포성 병변이 동반되어 신생아기 여러 감염성 질환과 감별이 중요하다. 피부병변은 이후 단계별로 변화되어 사마귀양 과각화 구진이나 반점, 선상의 과색소 침착, 위축성 피부병변을 보인다. 피부병변 이외에도 외배엽, 중배엽 기원 조직인 눈, 치아, 피부, 손톱, 머리카락, 신경계 등에 이상을 동반할 수 있다[1,3]. 저자들은 출생 당시부터 전신에 분포된 수포성 발진과 수유곤란이 있어 전원된 신생아를 치료 중 경련이 발생하여 시행한 검사에서 신경계 및 안구이상을 동반한 색소실조증 1예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개인 산부인과에서 재태기간 38주, 출생체중 2,880 g (10–25 백분위수), 질식분만으로 출생한 여아가 출생 당시부터 양측 팔, 다리, 몸통에 선상의 다발성 구진, 수포, 농포성 병변이 있었고, 수유양이 줄어 출생 5일째 전원되어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로 입원하였다. Apgar 점수는 1분 8점, 5분 9점이었고 산전초음파에서 특이소견은 없었으며, 조기 양막 파수의 증거도 없었다. 산모는 28세로 특별한 기저질환, 가족력, 임신 중 약물복용은 없었고 생식기 헤르페스 감염도 없었다. 환아는 두 번째 임신으로 출생한 아기로 산모는 유산경험이 없었다. 2세 언니는 특별한 질환 없이 건강하였다. 입원 당시 신체검사에서 체중 2,720 g (10–25 백분위수), 신장 48 cm (25–50 백분위수), 두위 34 cm (25–50 백분위 수)였고, 활력징후는 체온 37.2° C, 혈압 64/30 mm Hg, 맥박 145회/분, 호흡 45회/분이었다. 청진에서 심음과 폐음은 정상이었고 복부 진찰에서 특이점은 없었다. 피부소견에서 양측 팔, 다리, 가슴, 복부에 선상의 홍반성 구진, 수포, 농포성 병변이 관찰되었다(Fig. 1A).
입원 당시 시행한 일반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1,590/mm3(호중구 50.7%, 림프구 28.4%, 단핵구 9.5%, 호산구 11.4%), 혈색소 15.1/dL, 적혈구 용적률 45.4%, 혈소판 282,000/mm3이었고 C-반응단백은 음성이었다. 혈액으로 시행한 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 검사, TORCH (toxoplasmosis, other viruses, rubella, cytomegalo-virus, herpes) immunoglobulin M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감염성 질환 감별을 위해 혈액, 소변 배양검사를 기다리며 초기 정맥 항생제 요법으로 ampicillin, gentamycin을 투여하였고, 피부병변에 대하여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무피로신(mupirosin) 연고를 도포하였다.
출생 6일째 양측 상하지의 간대성 경련이 발생하여 phenobarbi-tal을 투여하였고 중추신경계 감염성 질환에 대하여 일반혈액검사를 추적하였으며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하였다. 일반혈액검사에서 C-반응단백은 음성이었고,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3/mm3, 적혈구 120/mm3, 단백 28 mg/dL, 당 48 mg/dL로 감염의 증거는 관찰되지 않았다. 뇌척수액에서 시행한 herpes simplex virus 검사 역시 음성이었다. 이후 경련이 반복하여 phenytoin, levetiracetam을 추가 투여한 후 경련은 호전되었다.
출생 10일째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양측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에서 광범위 뇌경색을 시사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2). 항경련제 투여 중 시행한 비디오-뇌파검사에서는 좌측 전두정엽에서 억제된 배경활동(sup-pressed background activity)이 보였고, 안저검사에서 양안의 망막혈관 이상과 좌측 망막 출혈이 관찰되었다(Fig. 3). 청력검사에서는 양측 정상 청력이 확인되었다. 피부 생검과 유전자검사는 시행하지 못하였다.
출생 8일째 이후 전신경련은 보이지 않았으나 상하지의 국소 간대경련은 간헐적으로 확인되었다. 출생 20일째 피부에 수포성 병변은 소실되며 몸통과 사지에 홍반, 구진과 갈색의 색소침착이 불규칙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특히 양측 하지 대퇴부 내면에 선상으로 배열된 갈색 색소침착이 뚜렷이 관찰되었다(Fig. 1B). 출생 22일째 더 이상 경련과 수포성 병변은 보이지 않아 경구 항경련제 복용하며 퇴원하였다. 이 증례연구의 출판을 위해 입원 당시 환자 보호자로부터 의학정보의 연구자료 이용 동의를 얻었다.
고 찰
Bloch-Sulzberger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색소실조증(incontinentia pigmenti)은 1906년 Garrod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으며, 1926년에는 Bloch에 의해, 1928년에는 Sulzberger에 의해 보고된 이후 색소실조증으로 명명되었다[1].
본 질환은 발생학적으로 외배엽과 중배엽 기원의 다양한 조직과 장기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특징적인 피부병변이 거의 모든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며, 그 양상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수포기(vesiculobullous stage)로 환자의 약 90%에서 나타난다. 출생 후 2주 이내에 Blaschko 선을 따라 선상으로 분포하는 홍반과 수포가 나타나며 18개월 이전에 사라진다. 주로 두피, 사지 및 체간에 나타나며 보통 안면부는 침범하지 않는다. 피부병변의 조직소견은 표피 내 수포, 해면증(spongiosis)과 호산구 침윤이 관찰되고, 호산구 증가증(최고 65%에 도달)과 함께 백혈구 증가증이 동반된다. 이 시기의 피부병변은 농가진, 헤르페스 등 감염성 질환과 감별이 필요하다. 2단계는 비대기(verrucous or hypertrophic stage)로 출생 후 2–6주 사이에 발생하고 80%에서 6개월까지 소실된다. 사마귀 모양의 과각화성 구진(papule)과 판상(plaque)의 병변이 1단계 병변 부위를 따라 불규칙한 선상으로 나타난다. 3단계는 색소침착기(hyperpigmented stage)로 불규칙한 회갈색 내지 흑갈색의 색소침착이 소용돌이 모양의 반상(macular whorls) 또는 선조흔(linear streaks)이 이전 수포 분포와 무관하게 몸통과 사지에 발생한다. 발생시기는 다양하여 2단계 시기부터 나타날 수 있으며, 대부분 사춘기 이전에 소실되나 성인기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4단계는 탈색성 병변기(atrophic/hypopigmented stage)로 주로 하지의 굴곡 부위에서 띠 모양 또는 소용돌이 모양의 창백한 저색소성, 위축성 반점들이 보이는 단계로 10대 초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관찰될 수 있는 특징적인 병변이다[1,2]. 본 증례 환아는 출생 당시부터 사지와 몸통에 다수의 수포성 홍반이 보이고 수유곤란이 있어 본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전원되어 신생아 수포성 질환과 관련된 여러 질환들을 감별하였다. 헤르페스 등 수포성 질환을 유발하는 감염에 대한 검사에서 특이점이 없었으며 산모의 헤르페스 감염증도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증가증과 호산구 증가증(호산구 11.4%)이 있었다. 치료 경과 중 출생 1주 이후부터는 수포성 홍반이 사라지며 사마귀 모양의 과각화성 구진이 나타났고, 출생 3주경부터는 Blaschko 선을 따라 불규칙한 선상의 갈색 침착이 몸통과 하지에 나타났다. 보호자가 원하지 않아 피부 생검을 시행하지 못하였으나 이러한 피부병변의 변화로 Landy와 Donnai [1]이 제시한 색소실조증의 임상적 진단기준의 주진단기준에 합당하다 판단하였다. Kim 등[4]의 국내 보고에서도 신생아 시기에 1–3단계에 해당하는 피부병변이 나타났었고, 이는 본 환아의 경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피부병변 외에도 환아의 80%에서 안구, 치아, 골격계 및 중추신경계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중추신경계의 이상은 약 30%의 환자에서 관찰되며 경련, 강직 및 마비, 뇌병증, 뇌경색, 운동장애, 정신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세를 보일 수 있다. 뇌 MRI에서 대뇌피질의 위축 및 뇌실주위 백질의 이상이 보일 수 있으며,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에서는 뇌실주위 백질뿐 아니라 뇌량(corpus callosum), 대뇌각(cerebral peduncle), 속 섬유막 뒷다리(posterior limb of the internal capsule) 등 뇌 기저부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중추신경계의 이상의 병리학적 기전은 대뇌혈관 및 중 소뇌혈관에 발생한 뇌경색과 허혈로 인한 조직 괴사로 초래된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3,5]. Hennel 등[6]은 경련이 동반된 색소실조증 환아의 8일째 뇌 MRI에서 대뇌동맥 분지의 혈관 음영 감소를 확인하고, 병변의 발생과정이 미세혈관의 출혈성 경색과 이차적 허혈을 뇌실주위 백질의 이상의 원인으로 강조하였다. Kim 등[7]은 특징적인 피부병변을 보이나 경련이 동반되지 않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진단한 색소실조증 환아에게서 출생 4일째 뇌 MRI를 통해 다발성 급성 뇌경색 소견을 확인하였다. 본 증례의 환아에게서도 색소실조증의 특징적인 피부병변을 확인할 수 있었고, 출생 6일째 사지의 간대성 경련이 나타나 항경련제로 조절하였으며, 출생 10일째 시행한 뇌 MRI에서 광범위 뇌경색을 의미하는 양측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에 뇌척수액과 같은 신호강도를 보이는 뇌연화증(cerebromalacia)을 확인하였고,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에서 뇌량(corpus callosum), 뇌실주위 백질(periventricular white matter), 대뇌각(cerebral peduncle)에 확산제한(diffusion restriction)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소혈관의 폐색 병변이 뇌병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안구에서도 망막혈관의 출혈과 허혈을 유발할 수 있다. 색소 실조증 환아에서 측부 망막 주변부(temporal peripheral retina)에서 구불(tortuous)거리고 꼬인(kinked) 소혈관들이 관찰되고 이러한 소혈관 변화는 망막 출혈, 허혈, 유착, 색소침착 등을 유발할 수 있다[8]. Kweon 등[9]의 보고에서 색소실조증 신생아의 8일째 안저검사에 산발적인 출혈점과 신생 혈관증식을 관찰하였다. 본 증례의 환아에게서도 안저검사에서 양측 망막혈관의 이상과 좌안 측부 망막 주변부의 출혈과 허혈이 관찰되었다.
색소실조증의 임상적 진단기준은 1993년 Landy와 Donnai [1]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다. 당시에는 주요 진단기준으로 전형적인 피부병변을, 부가 진단기준으로 치아이상, 탈모, 머리카락이나 손톱의 이상, 안구의 이상을 제시하였으며, 중추신경계 이상에 대한 제시는 없었다. 이후 분자 유전학적인 분석을 통해 Xq28에 위치하는 NEMO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색소실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NEMO 유전자는 Xq28에서 면역, 염증, 세포사멸 반응에 중요한 전사인자인 nuclear factor kappa B의 활성화에 관여하여 세포 및 조직 손상에 대한 보호를 한다. 이러한 NEMO 유전자가 결손된 경우 염증과 세포 자멸사에 취약해진다. 색소실조증 환자의 약 80%에서 이 NEMO 유전자의 4–10 엑손 부분의 결손이 발견되었고, 소수에서 핵산 치환이나 소실, 삽입 중복 등의 다른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10]. 이후 색소실조증의 확진검사로 NEMO 유전자 결손을 증명하는 유전자검사를 임상에 적용하게 되었다. 2014년 Minić 등[11]은 과거의 임상적 진단기준 외에도 중추신경계 이상, 구개이상, 유두 및 유방이상 등 부가적 임상양상과 새롭게 밝혀진 NEMO 유전자 이상을 포함한 새로운 진단기준을 제시하였다(Table 1). 새로운 진단기준에 따르면 자매에게서 색소실조증의 정황이 없고, 유전자검사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일지라도 임상양상이 두 가지 이상 주요 진단기준에 해당되거나 또는 하나의 주요 진단기준과 하나 이상의 부가 진단기준에 해당된다면 색소실조증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11]. 안타깝게도 본 증례의 환아에게서 유전자 분석을 통한 NEMO 유전자 이상을 확인하지 못하였으나 색소실조증의 주요 진단기준에 해당하는 수포기, 비대기, 색소침착기에 해당하는 피부병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고, 부가 진단기준인 경련, 중추신경계 이상, 안구이상을 확인할 수 있어 임상적으로 색소실조증을 진단할 수 있었다.
신생아에게서 수포성 피부병변이 보이는 경우 출산력, 산모의 산과력, 감염력 등에 대한 포괄적인 병력청취가 필요하다. 특히 경련 등 중추신경계 이상증상이 동반된다면 감염성 질환에 대한 혈청학적 검사 및 뇌척수액 분석을 통하여 주산기 감염성 질환을 감별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검사에서 감염성 질환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피부병변의 경과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여 유전적 피부신경 증후군인 색소실조증의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