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된 만성 충수염 증례: 무증상 환자의 충수벽 비후소견
A Case of Incidental Chronic Appendicitis: Appendiceal Wall Thickening in an Asymptomatic Pat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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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Chronic appendicitis is caused by inflammation of the appendix for several weeks, and the patients have symptoms such as mild nausea, abdominal pain, and tenderness. Diagnosis of chronic appendicitis is difficult because the symptoms are mild and vague compared to the acute appendicitis. In radiologic examination, appendicitis usually appears dilatation with diffuse wall thickening of appendix. Surgical treatment of the appendix (appendectomy) could be recommended against complications such as acute appendicitis or perforation. We have incidentally experienced an unusual case of chronic appendicitis without symptoms, and report its radiologic findings and clinical manifestations.
서 론
만성 충수염(chronic appendicitis)은 급성 충수염(acute appendicitis)으로 진단되어 수술한 환자에서 1.5%의 빈도로 나타나며, 이 환자들의 경우 수술 부위의 염증 및 병리소견은 급성이 아닌 만성 염증소견을 보인다[1]. 만성 충수염의 기전은 급성 충수염과 달리 정확한 병리역학이 알려져 있지 않으며, 충수의 부분 혹은 일시적 폐쇄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2]. 급성 충수염 환자는 주로 우하복부 통증, 미열, 식욕부진, 구토증상을 호소한다. 만성 충수염 환자의 경우 급성 충수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없지만 경미하고 수주 이상 지속되는 반복적 만성 복통을 보이며, 드물게 하부 허리통증을 보인 증례도 있다[3]. 저자는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우연히 충수 확장 및 충수벽 비후가 발견되어 2개월간 추적검사하였으나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수술결과 만성 충수염으로 진단된 증례에 대해 보고하려 한다.
증 례
40세 남자 환자가 내원 3일 전 경미한 혈뇨를 의심하여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 비뇨기과에 내원하였다. 과거력상 특이소견은 없었으며 다른 질환이나 증상 치료를 위한 진경제, 진통제나 항생제를 먹은 병력도 없었다. 혈뇨 평가를 위해 시행한 조영 증강 없는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 충수 확장 및 충수벽 비후가 우연히 발견되었고, 전반적인 비뇨기과적 검사에서 혈뇨에 부합되는 소견이 없어 일반외과로 전과되었으며 그 이후로 혈뇨는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우하복부 통증, 미열, 식욕부진, 구토증상은 전혀 없었으며, 신체검사에서도 우하복부 압통(tenderness), 반발통(rebound tenderness), 근성방어(muscle guarding) 등의 급성 복부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 급성 염증소견은 없었고 급성 충수염을 의심할만한 증상이나 징후가 없어 응급수술 없이 외래추적 진료를 하기로 하였다. 내원 5일째에 일반 외과에서 추적 신체검사를 시행하였고, 역시 우하복부 통증, 압통, 반발통은 없었다. 내원 41일째에 복부 초음파를, 48일째에 수술 전 혈액검사와 조영 증강 복부 CT를 시행하였다. 검사일마다 시행한 추적 신체검사에서 특이한 증상이나 통증은 없었다. 내원 41일째에 복부 초음파에서 미만성 충수벽 비후를 동반한 충수 확장소견을 보였으나, 점막하층의 소실(loss of submucosal layer) 소견 없이 비교적 점막하층이 잘 유지되어 있었다. 충수 주변의 고에코성 지방조직(periappendicel fat infiltration) 침윤은 확실하지 않고, 충수 결석(appendicolith)이 있었다(Fig. 1). 내원 48일째 혈액검사에서 총 백혈구 수는 6.57×103/μL (정상범위, 4.0–11×103/μL)로 정상이었다. 백혈구 감별계산(white blood cell differential count)에서 중성구(neutrophils)는 35.2% (정상범위, 54%–62%)로 감소, 림프구(lymphocytes)는 52.1% (정상범위, 23%–33%), 단핵구(monocytes)는 9.9% (정상범위, 3%–7%)로 증가되어 만성 염증상태를 의심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시행한 조영 증강 복부CT에서 초음파 검사소견과 동일하게 충수 확장, 미만성 충수벽 비후를 보이고 특징적으로 점막하층이 지방과 유사한 약 -48 하운스필드 단위(Hounsfield units)를 보여 지방 침착이 의심되었다. 주변 지방조직 침윤은 뚜렷하지 않았다(Fig. 2).
내원 56일째에 합병증의 위험을 고려하여 복강경을 이용한 충수절제술을 시행하였다. 복강 내에서 관찰된 충수는 전반적으로 확장되어 있고, 체부(body)에서 말단(tail)까지 염증소견이 경미하게 관찰되었으며, 주변 부위의 염증소견은 보이지 않았다(Fig. 3). 제거된 충수의 병리소견은 급성 충수염과는 달리 중성구 등의 급성 염증세포는 거의 보이지 않고, 림프구, 형질세포(plasma cells), 호산구(eosinophils) 등의 만성 염증세포 침윤이 주로 보였다(Fig. 4). 특징적으로 점막하층에 많은 지방세포(adipocytes)의 증식을 보였고 만성 충수염으로 진단되었다(Fig. 5).
고 찰
급성 충수염은 수술을 필요로 하는 급성 복통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4]. 발생 기전은 점차적으로 진행되는 충수 내강의 폐색에 의한 것으로, 48시간 동안 배꼽 주위에서 우하복부로 국소화되는 전형적인 통증, 식욕부진, 오심, 구토 및 백혈구 증가증을 보인다.
만성 충수염은 충수의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폐색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며, 몇 주 또는 몇 년간 지속되는 복부 통증을 보이지만 급성 충수염에 비하여 그 정도가 경미하다[2]. 발열도 없고, 혈액검사에서도 백혈구 수는 흔히 정상이다[5]. 이와 같이 만성 충수염은 일반적인 충수염 증후를 보이지 않아 진단하기 어렵다. 만성 충수염의 진단은 다른 원인 없이 3주 이상의 우하복부 통증이 있고, 병리적으로 충수벽에 만성 염증 세포침윤과 충수의 섬유화 소견이 있어야 하고 충수절제술로 증상의 완전한 호전이 있으면 가능하다[6,7]. 급성 충수염의 경우 초음파검사는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시행하게 되며, 검사소견은 충수의 최대 전후 직경이 6 mm 이상 증가(increased maximal outer diameter), 충수 최대 벽 두께가 3 mm 이상 증가(increased maximal mural thickness), 점막하층의 소실(loss of submucosal layer), 탐촉자로 압박 시 압박되지 않는 소견(non-compressibility), 색도플러검사상 혈류의 증가(increased vascularity on color Doppler), 충수 주변의 고에코성 지방 침윤(periappendiceal fat infiltration), 충수 주위 농양(periappendiceal abscess), 장간막 림프절 비대(mesentery lymph node enlargement) 및 맹장벽의 비후(cecal wall thickening) 등을 보인다. 만성 충수염의 초음파 소견에 대해 아직 일치된 의견 정리는 없다[6].
본 증례는 2개월간의 추적검사에서 아무런 통증을 호소하지 않은 드문 경우이다. 초음파검사에서 관찰된 미만성 충수벽 비후를 동반한 충수확장은 급성 충수염과 만성 충수염 모두에서 관찰될 수 있는 소견이다.
만성 충수염의 진단에 대하여 정해진 기준이나 방식은 없지만, CT는 만성 충수염의 진단에 93%–98%의 정확도를 보여 적합한 검사방식으로 간주된다[3,6,7]. 만성 충수염의 CT 소견은 급성 충수염의 소견과 거의 유사하다[6]. CT에서 소장이나 대장 점막하층의 지방 침착은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의 만성기에서 보이는데[8], 본 증례에서도 CT에서 충수 점막하층의 지방 침착소견을 보여 만성 충수염을 시사하는 소견으로 생각하였다.
급성 충수염과 달리 만성 충수염은 응급수술의 적응증은 아니다[3]. 그러나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거나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오진 또는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 급성 충수염으로 진단하여 수술로 제거된 충수 표본의 최대 5%에서 림프구와 혈장세포가 근육벽과 혈청에 침투하는 만성 염증 변화를 보였으며, 림프절과 호산구의 침윤, 섬유증과 육아 종성 반응 및 이물 거대세포 반응을 보이는 만성 충수염의 소견을 보였다[6]. 특히 성적으로 활동적인 여성이나 항생제로 인해 부분적 치료가 된 환자는 오진되기 쉽다[9]. 만성 충수염의 오진 혹은 지연 진단은 천공, 농양 형성, 복막염, 패혈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불임의 위험도 있다[7].
본 증례는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된 충수 확장과 동반된 미만성 충수벽 비후소견을 바탕으로, 무증상의 환자를 일정 기간 추적관찰하고, 합병증 발생을 고려하여 수술한 후 만성 충수염으로 진단한 경우이다. 만성 충수염에서는 일시적 충수 폐색에 의한 기전으로 급성 충수염보다 증상 지속기간은 길지만 경미한 복통을 보이는데 반해, 본 증례의 경우 환자가 아무런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충수 주변 지방 침윤소견을 보이지 않았고, 일시적 충수 폐색의 정도가 미미했거나, 경미한 폐색과 비폐색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환자가 증상을 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겠다.
환자가 일정 기간 증상이 없더라도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충수 확장 및 미만성 충수벽 비후소견을 보이고, CT에서 점막하층의 지방 침착소견을 보이면 만성 충수염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