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막외마취하 혈액투석로 수술 중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로 인한 저산소증 발생 사례
Desaturaton due to Acute Exacerbation of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in the Patient Who Underwent the Cephalic Vein Bypass Surgery under Epidural Anesthesia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A 72-year-old man with chronic renal failure underwent cephalic vein bypass surgery. He also had diabetes mellitus, hypertension, an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To avoid the exacerbation of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the surgery began under epidural anesthesia with no sedation and oxygen supply via simple mask. During the surgery, desaturation occurred abruptly to 83%. Desaturation continued after intubation for a while and slowly disappeared as time went by. After the surgery, in the intensive care unit we performed a bronchoscopic examination and found large amount of sputum in both bronchioles. After bronchial suction and toileting, extubation was performed. In the patient with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it is possible that desaturation occurs abruptly due to acute exacerbation, although the surgery is conducted under epidural anesthesia with no sedation.
서 론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는 이환율과 사망률의 증가를 일으킨다. 급성 악화는 생리적 기능저하, 기도감염이 동반되면 더 자주 발생하고,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이 절반 가량의 급성 악화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악화 시에는 호흡곤란, 가래 양의 증가와 농성 변화, 기침, 천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1]. 동반된 여러 기저질환들도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부전, 부정맥이 동반된 경우 급성 악화의 빈도가 높아지고, 입원기간이 길어지며, 당뇨 환자에서 급성 악화 시 고혈당증이 동반될 경우 원내 사망률이 높아진다[2]. 만성 신부전이 동반된 경우에도 급성 악화로 인한 단기 생존율이 더 낮아졌다는 보고가 있다[3].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의 마취관리 시에는 점액섬모 청소기능을 감소시키는 마취제를 피하고, 호흡기계 기능저하를 막기 위해 수술 후 통증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환자를 가능한 빨리 걷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신마취 시에 사용되는 흡입, 정맥마취제는 점액섬모기능을 저하시키고 기계환기는 호흡기능을 감소시켜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게 해로울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한 경우 부위 마취가 좀 더 선호된다. 경막외마취는 마취로 인한 호흡기계 합병증(폐렴, 무기폐, 저산소혈증 등) 발생을 감소시켜 호흡기계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전신마취보다 유리하다[4].
Aoki 등[5]은 심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동반된 82세 남자 환자의 부분 흉골절개를 통한 심장박동기 삽입을 흉부 경막외마취하에 자발호흡을 유지하며 시행하였고, 수술 중이나 후에 합병증 없이 진행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Visser 등[6]이 보고한 사례에서는 마찬가지로 심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동반된 77세 여자 환자에게 전신마취와 흉부 경막외마취를 병용하여 무체외순환 관상동맥우회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경막외마취를 시행하였음에도 마취 도중 나타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로 인한 급격한 혈중 산소포화도 저하에 대한 원인과 치료, 경과에 관해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72세 남자 환자가 말기 신질환으로 투석 중이었으며 왼쪽 요골측 피부정맥 우회로 수술이 예정되어 있었다. 과거력으로는 말기신질환 이외에 고혈압, 당뇨,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기침, 가래가 있으나 처방 약은 자의로 중단한 상태로 성분을 알 수 없는 흡입제만 사용하고 있었다. 검사소견상 수술 4일 전 시행한 흉부사진에서 양쪽 폐에 그물 결절상 음영, 우하엽에 세분절 무기폐, 우중엽에 기관지 확장성 변화, 양쪽 흉막 삼출소견을 보였고(Fig. 1A), 심초음파에서 심방세동, 좌심실비대, 경미한 폐동맥 고혈압 소견을 보였다. 수술 전에 호흡기 기능검사와 동맥혈가스분석은 시행하지 않았다.
수술방 입실 당시 간헐적인 가래, 기침 외에 다른 증상은 없었으며, 폐 청진상 큰 이상은 없었다. 환자 확인 후 표준 감시하에 환자의 경추 7번에서 흉추 1번 사이의 경막외공간에 카테터를 삽입하고 0.45% ropivacaine 15 mL를 주입하였다. 15분 경과 후 마취상태를 평가하였다. 환자의 양 팔 운동기능 및 호흡은 유지되며, 경추 3번–흉추 4번 신경의 피부분절에 감각이 소실된 것을 확인하고 환자 동의하에 진정제 투여 없이 수술을 시작하였다. 수술은 바로 누운 자세에서 시행되었으며, 단순 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분당 6 L로 투여하며 산소포화도는 99%–100%로 유지되었고, 경막외 차단으로 인한 혈압저하가 있어 ephedrine, phenylephrine를 반복 투여하였다.
경막외공간으로 약물 주입 후 1시간 가량 경과되었을 때, 환자의 산소포화도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환자는 명료한 의식상태였고, 수술부위 등에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자발호흡이 유지되었으며, 산소유량을 분당 10 L로 증가시키며 용수 환기를 시도하였을 때 자발호흡으로 일회호흡량이 400 mL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83%까지 저하되어서 2% propofol을 지속 주입하며 rocuronium 30 mg을 투여 후 기관 삽관을 시행하였다. 기관 삽관 후 일회호흡량은 450 mL, 분당 호흡수는 10–12회로 환기하였을 때, 최고 흡기압은 20 mm Hg 이하로 유지되었고 호기말 이산화탄소 분압은 25 mm Hg로 낮게 유지되었다. 산소포화도는 90% 전후로 측정되며 오르지 않았다. 기관튜브 흡입을 시행하였으나 흡입되는 분비물의 양은 거의 없었다.
이때 시행한 동맥혈 가스분석검사상 pH 7.29, pCO2 50.8 mm Hg, pO2 69.8 mm Hg, 혈중 산소포화도 91.9%로 측정되었고, 혈압은 양압환기 및 propofol 사용으로 더욱 낮아져 수차례 승압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수축기혈압 60 mm Hg대로 지속되어 dopamine 지속 주입을 시작하였다. 폐 청진상 양 폐에서 천명음이 들렸으며, 이동식 엑스레이 촬영기로 흉부사진 촬영 시 양 하엽에 음영 증가 소견을 보였다(Fig. 1B). 기관 삽관 40분 후 산소포화도가 100%로 증가하였고 동맥혈 가스분석검사상 pH 7.29, pCO2 48.5 mm Hg, pO2 157.8 mm Hg, 혈중 산소포화도 98.8%로 회복되었다. 수술 종료 후 환자는 dopamine의 지속 주입, 기관 삽관을 유지한 채로 중 환자실로 이송되었다.
중환자실 이송 후에 바로 시행한 기관지경검사에서 농성 분비물이 다량 발견되었고(Fig. 2), 분비물 흡인 후 기관지를 세척하였다. 그 외 기관지 내 병변은 없었고 심초음파에서도 특별한 변화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기관지 세척 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어 기관튜브를 발관하였고 흉부사진, 기관지경소견 등으로 미루어보아 급성 폐렴으로 인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 항생제 투여를 시작하였다. 수술 1일 후 시행한 흉부 computed tomography에서도 양쪽 하엽을 중심으로 중심소엽에 경계가 불명확한 결절들과 기관지 주변 간유리 혼탁소견을 보여 양폐의 기관지폐렴이 의심되었다(Fig. 3). 항생제 투여를 지속하였고 이후 발열은 없었으며 환자는 수술 후 6일째 퇴원하였다.
고 찰
대부분의 산소포화도 저하는 마취유지 기간에 발생한다. 마취도중 발생하는 산소포화도 저하는 저산소성 가스 공급, 중앙가스 공급로의 차단, 마취기 호흡회로의 샘이나 분리, 고장으로 나타날 수 있고, 기관지 내 삽관, 모니터상의 오류일 가능성도 있다. 상기도에서 후두 경련이나 흡인, 어려운 기관삽관 시 나타나며. 하기도, 폐에서 호흡저하, 기관지 경련, 분비물 과다, 폐부종, 폐색전증, 기흉 등의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저혈압이나 서맥, 심근경색, 아나필락시스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7]. 본 환자의 경우 경막외마취하에 의식이 명료하며 자발호흡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추가로 투여된 약제 없이 갑작스런 산소포화도의 저하가 나타났기 때문에 흡인, 분비물 과다, 폐색전증, 기흉 등의 원인을 의심해볼 수 있었다.
산소포화도 저하가 나타나면, 우선 환자의 심박수, 리듬을 확인하고 청색증이 있는지 살피고 공급되는 가스가 저산소화 상태인지 확인한 후 100% 산소를 공급한다. 용수환기를 시행하여 환기 시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청진한다. 마취제의 양과 기화기의 이상 여부를 살피고, 기관튜브가 꺾이거나 새거나 막히지 않았는지, 사용되는 모니터의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기도와 폐의 상태를 확인한다. 후두 경련, 이물질, 피, 위 내용물, 분비물이 있는지, 그리고 기관지 경련, 폐부종, 폐엽 허탈, 기흉, 혈흉이 있는지를 감별한다. 맥박, 말초순환, 혈압, 심전도를 평가하고 정맥 환류를 방해하는 요인이 있는지 확인한다. 사용되는 약제의 종류, 용량, 투여경로가 올바른지 평가한다[8]. 기관지 분비물이 의심되면 기관튜브와 기관지를 흡입하고 환기를 길고 느리게 시행한다. 혈역학적으로 안정적이면 호기말기도양압, 지속기도양압을 시도해볼 수 있다[7].
우리 환자의 경우 청색증은 관찰되지 않았고 용수환기하였을 때 이상이 없었으며 기관삽관 시행 후 흡인 시에 튜브 꺾임이나 막힘, 분비물 역시 없었다. 혈압은 낮았지만 심전도는 정상이고 다른 심혈관계 이상의 징후는 보이지 않아 경막외마취로 인한 것으로 생각되어 dopamine의 지속 주입을 시작하였고 흉부사진을 촬영하여 폐질환 여부를 감별하였다. 환자는 안정화되고 수술 종료 후 중환자실에서 기관지경검사로 가래로 인한 기도 폐쇄가 확진되어 기관지 세척을 시행하였고 상태가 호전되었다.
Numata 등[9]의 연구에서 지속성 무스카리닉 길항제, 지속성 베타2 항진제를 포함한 흡입제 치료를 받고 있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서 술후 폐합병증 발생률이 낮아졌다. 이는 약제들의 가래 생성, 점액섬모 청소율의 조절작용이 폐의 과팽창과 기계적 부하를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본 환자는 흡입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으나 기존에 갖고 있던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동반된 기관지 폐렴으로 인해 기관지에 가래가 차 있었고, 수술을 위해 바로 누운 자세로 누워 있었고 깨어있어 자발적인 가래 제거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다량의 분비물로 인한 기관지 폐쇄가 일어나 산소포화도 저하가 발생한 사례였다. 환자는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고 있었고, 이것 역시 산소포화도 저하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만성 신부전은 고탄산성 호흡 부전에 대한 보상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2].
경막외공간으로 국소마취제를 주입하면 혈압, 심박수, 맥압이 모두 저하되고, 교감신경이 차단되어 부신의 혈압조절기능 상실로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는 20% 감소한다. 또한 경막외마취로 인한 교감신경 차단은 저산소혈증이 발생했을 때 혈압, 심박수 상승과 같은 생리적 심혈관계 보상반응을 거의 완전히 차단한다[10]. 본 환자에서도 기저질환과 더불어 경막외마취의 영향으로 환자의 저산소혈증이 충분히 보상되지 못하고 산소포화도의 심한 저하로 나타났으며, 저혈압이 교정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기관삽관 후에도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회복되지 못한 것은 폐 내에 션트가 존재하고 있음을 의심해볼 수 있으며, 가래 등에 의한 기관지 폐색 외에 기흉, 폐색전증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흉부사진과 청진으로 이를 감별하였다. 폐 이외에 심장눌림증 등 다른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가능성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되었다[11].
폐색전증의 경우 원인모를 호흡곤란, 흉통, 저혈압, 호기말 이산화탄소 수치의 급격한 하강이 있으면 의심해볼 수 있고 객혈도 나타날 수 있다. 동맥혈 가스분석에서 PaO2의 감소, 폐포동맥간 산소분압 차의 증가를 보이며 흉부사진상 쐐기 모양의 경색, 판양 무기폐, 흉막 삼출, 한쪽 가로막 상승의 소견이 있으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12]. 환자는 심한 호흡곤란이나 흉통을 호소하지는 않았지만, 저혈압, 기관삽관 후의 20대의 낮은 호기말 이산화탄소 수치 등 폐색전증을 배제할 수 없어 앞뒤 흉부사진을 촬영하였고, 이전 흉부사진과의 비교에서 폐실질의 뚜렷한 변화나 다른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기흉은 호흡곤란, 저혈압과 함께 한쪽 폐의 팽창, 청진 시 호흡음 소실, 이환된 쪽의 목정맥 울혈, 기관 편위가 나타난다. 드물게 경막외마취로도 발생할 수 있으며, 폐기종의 전력이 있으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흉이 의심되면 양쪽 가슴의 팽창이 동일한지 확인하고, 응급으로 흉부사진을 촬영해 확인한다. 바로 누운 자세, 앞-뒤 흉부사진에서는 기흉소견을 확인하기 어려워 역트렌델렌버그 자세나 가능하면 뒤-앞, 옆-누운 자세에서 촬영한다[11]. 기흉 역시 가능성이 떨어진다 생각되었는데, 앞-뒤 흉부사진이긴 했지만 사진상에서 기흉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었고, 호흡곤란을 호소하지 않았으며 시진상 양쪽 가슴이 동일하게 팽창되었고 청진 시에도 양폐에서 균일하게 천명음이 들렸다.
따라서 가래에 의한 폐 내 션트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였고 기관삽관 후 지속적으로 용수환기를 시행한 40분 후에 산소포화도가 회복된 것은 환기를 시행하는 동안 가래들이 더 아래쪽 기관지로 밀려 내려가면서 폐 내 션트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소포화도 저하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며, 기도, 폐의 혈액 내 산소공급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이므로 대처가 늦어지면 뇌손상, 심정지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가능한 원인들과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미리 숙지하여 정확하고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토대로 한 신속하고 올바른 대처가 환자의 경과와 예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