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Muco-submucosal elongated polyp (MSEP)은 정상 점막 및 점막하 조직으로 이루어진 비종양성의 성장물로서, Matake 등[1]에 의해 최초로 보고된 이후 주로 대장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장의 병변은 colonic muco-submucosal elongated polyp (CMSEP)이라는 용어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소장의 경우 십이지장과 공장에서 단지 소수의 증례만이 보고되어 왔다[2]. 이들 병변은 enteric mucosubmucosal elongated polyp (EMSEP)이라 불리며, 장중첩증을 동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2]. 본 증례에서는 소장의 공장에서 발생한, 장중첩증을 야기한 유발인자로서의 EMSEP 1예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20세의 여성이 복통과 구역감을 주소로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 응급실을 내원하였다. 30분 간격으로 환자는 약 1–3분간의 통증을 호소하었다. 본원 내원 하루 전 쥐어짜는 듯한 복통을 주소로 외부 병원을 내원하였으며, 당시 위내시경을 시행하였으나 위에 음식물이 가득 차 있어 기질적 병변을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하루가 지난 후 본원 내원 당시 시행한 혈액검사 소견은 호중구 5,900/μL (range, 1,500–7,000/μL), 반응성 단백(C-reactive protein, CRP) 수치는 0.05 mg/dL (range, 0.00–0.50 mg/dL) 정상범위였으며, 활력증후도 혈압 105/61 mm Hg, 맥박 61회/분, 체온 37.1°C로 정상이었다. 신체 검진에서 복부의 팽창은 관찰되지 않았고 왼쪽 상복부에 압통이 있었으나 반발압통과 근육방어 등의 소견은 없었다. 초기 시행한 X-ray에서는 비특이적 장내 가스 패턴 외에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여 내원 당일 퇴원하였다. 다음날 새벽 다시 복통이 시작되어 본원 응급실을 내원하였으며, 지속적인 복통을 호소하였다. 이때 시행한 혈액검사 소견에서는 호중구 9,120/μL (range, 1,500–7,000/μL), CRP 수치는 5.92 mg/dL (range, 0.00–0.50 mg/dL)로 확인되어 상승된 소견을 보였다. 추가적으로 전산화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며, 왼쪽 상복부 영역(left upper quadrant area)에 Treitz ligament 30 cm 하방부위 장중첩증이 확인되었다(Fig. 1). 임상적으로, 발견된 장중접 부위에 대한 내시경 접근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환자가 지속적인 복통을 호소하였으며, 장중첩증의 원인이 될 만한 기질적 원인이 영상소견에서 명확히 확인이 되지 않았다. 환자의 과거력 및 가족력은 특이사항이 없었다.
장중첩증의 치료 및 가능한 기질적 병변 유무 등의 확인을 위해, 환자는 외과에 의뢰되어 응급실 내원 약 8시간 후에 소장의 segmentectomy를 시행하였다. 수술 당시, Treitz ligament 30 cm 하방에서 장중첩증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술전 영상소견과 일치하였다. 중첩된 장의 길이는 약 15 cm였다. 장중첩증을 야기한 유발점(trigger point) 부위 장관 내에 기다랗거나 타원형 모양의 다수의 용종이 관찰되었다. 유발점 포함 약 15 cm가량의 장관을 Endo-GIA stapler (Covidien; Medtronic, Minneapolis, MN, USA) 2개를 사용, 절제 후 기능적 종단간 문합(functional end to end anastomosis)을 시행하였다.
수술 검체의 육안소견에서 소장의 점막과 비슷하거나 약간 검은 빛을 띠는 다수의 용종이 관찰되며 크기는 1.0 cm부터 5.0 cm까지 크기가 다양하였다. 크기가 큰 용종의 경우 약간의 미란 소견을 보였으나 대부분의 용종에서는 염증 등의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Fig. 2). 수술 후 시행한 조직병리학적 검사에서, 다수의 용종은 정상소견의 점막과 점막하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점막하 조직은 부종, 늘어난 혈관림프조직 등의 소견을 보였다(Figs. 3, 4). 종양성 변화를 의심할 수 있는 조직학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후 환자는 수술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되었다. 수술 후 8일째 퇴원하였으며, 이후 복통 증상 없이 지내고 있다.
이 증례의 출판을 위해 환자로부터 의학정보의 연구자료 이용 동의를 얻었다.
고 찰
위장관 용종은 임상적 용어로, 조직병리학적 특성에 상관없이 주변 정상점막보다 융기되어 올라온 국소적 병변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이들은 신생물성, 즉 종양성과 비종양성 용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3]. 그 중에서 비종양성 용종은 전통적으로는 과형성(과증식성), 염증성, 그리고 과오종성 용종으로 분류가 된다[4]. 그러나 Daniels와 Montgomery [5]는 대장과 직장의 비종양성 용종을 점막탈출증, incidental stromal polyp, 전신질환과 관련되거나 또는 관련이 없는 용종으로 다르게 분류하였다. 이는 현재 비종양성 용종에 대한 이상적이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명확히 합의된 분류체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MSEP는 현재까지 알려진, 전통적인 용종의 분류와는 일치하지 않는 비종양성 용종성 병변이다. 주된 발생부위는 대장이고 CMSEP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소장 병변은 드물게 발생하며 EMSEP라는 용어를 사용한다[1,2]. MSEP는 점막 및 점막하 조직으로 이루어진 비종양성의 성장물로, 길고 가느다란 벌레 모양의 (worm-like)의 외양을 특징으로 한다[3,10]. 일본에서 Matake 등[1]에 의해 대장에서 생긴 병변이 최초 보고된 이후 주로 일본에서 배타적으로 보고되어 왔으며 대부분은 대장에서 발생하였다[3].
CMSEP는 대장에서 발생하는 용종의 0.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6]. 그러나 소장에서는 드물어 발병률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고, 문헌고찰에서는 8개의 보고된 증례를 찾을 수 있었다[2]. 게다가 장중첩증을 동반한 증례는 매우 드물어, 소장과 대장 각 1예만 보고되어 있다[2,3], 소장에서 장중첩증을 동반한 증례의 경우 천공 또한 보고하였다[2]. 현재까지 보고된 EMSEP의 주된 증상은 melena이었고, 본 증례는 복통이 주 증상이었다[2,7]. 그리고 병변의 절제는 주로 십이지장과 근위부의 공장에서 발생하였으며 내시경적 절제가 시행되었다[2]. 다만, 본 증례의 경우 Treitz ligament 하방 30 cm 부위로 내시경 절제를 위한 접근이 어려웠고, 복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하였으며, 전산화단층촬영에서 기질적 병변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수술적 절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MSEP의 진단기준으로 좁은 기저부를 갖는 기둥 또는 벌레 모양의 줄기가 기다란 용종, 용종을 덮는 점막이 정상이거나 최소한의 점막상피의 불규칙함, 용종의 줄기 부분의 점막하층의 확대 및 혈관림프조직의 확장, 그리고 염증성 침윤이 저명하지 않을 것 등이 제시되었다[6,8]. 본 증례는 기존에 보고된 단일의 기다란 벌레 모양을 보이는 것과 비교하여, 드물게 보고된 다발성의 용종으로서 이들 모두를 포함하면 크기가 6 × 6 cm 정도로 비교적 컸다[3]. 하지만 각각의 커다란 용종들은 기다란 벌레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점막 상피는 대부분에서 정상의 소장상피 구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점막하 조직은 부종, 림프혈관조직의 확장을 보였다. 또한 대부분의 용종 부위에서 염증반응 또는 염증세포의 침윤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크기가 큰 용종의 경우, 국소적으로 소수의 점막 상피의 미란과 염증이 관찰이 되었으나, 이는 상기 기술한 미란 부위에 국한되었으며,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점막하 조직과 기저부에 관찰되는 작은 용종에서는 염증성 침윤은 관찰되지 않았고, 동반된 소수의 미란은 기계적인 마찰 등으로 인한 변화로 판단하였다. 이를 근거로 하여 본 증례는 MSEP의 기준에 합당하다고 결정할 수 있었다.
그 외 MSEP의 진단에 합당하지 않은 조직학적 소견으로는 전형적인 염증성 점막탈출 용종의 소견, 넓은 기저부를 보이는 경우, 점막고유판(lamina propria)의 섬유근육성 변화, 점막근육층의 증식 또는 두꺼워짐, 그리고 점막과 점막하층의 상당한 염증의 소견 등이 제시되었으나, 본 증례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6,8].
MSEP는 현재 주로 대장에서 보고되어 왔으며, 이들 CMSEP에 대한 다양한 감별진단이 제시되었다[6,8]. 대표적인 감별진단으로는 게실질환과 연관된 polypoid prolapsing mucosal fold (PPMF in diverticular disease), 그리고 점막의 탈출 연관 용종인 inflammatory cap polyp, inflammatory cloacogenic polyp, inflammatory myoglandular polyp이 있다. PPMF의 경우 게실질환과 연관이 되어 있으나, 본 증례의 경우 게실질환의 병력은 없었다. 그리고 점막 탈출 연관 용종은 상당한 염증성 침윤을 점막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점막의 불규칙성, 점막고유판, 그리고 점막근층의 근육섬유화와 두꺼워짐 등의 소견을 보인다. 하지만 본 증례는 상당한 염증성 침윤은 동반하지 않았으며, 본 증례와는 맞지 않았다.
그 밖의 대장에서 발견되는 CMSEP의 감별진단으로는 염증성 장질환과 관련된 filiform polyposis와 가성용종(pseudopolyp), 그리고 inverted colonic diverticulum과 residual stalk of pedunculated adenoma가 포함된다[6,8]. 하지만 본 증례는 소장 병변이며 또한 환자의 염증성 장질환 병력의 부재, 그리고 inverted diverticulum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본 증례의 풍부하고 부종성의 점막하층, 그리고 pedunculated adenoma의 residual stalk에서 확인되어야 할 이전의 용종의 제거병력이나 autoamputation의 흔적 등은 존재하지 않아 배제할 수 있었다.
소장에서의 MSEP도 비슷한 감별진단을 고려할 수 있으나, 증례가 적어 아직 후향적 평가나 관련 보고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용종이 발생하는 기전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장의 취약 부위가 연동운동으로 인해 끌어당겨지며 생기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2,3]. Ezoe 등[9]은 기계적인 자극과 동반하여, 장에서의 지속적인 연동운동이 점막하층을 올리고 길이방향으로 늘어지도록 야기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아직은 단지 소수의 증례만이, 소장이 아닌 대장 부위에서만 리뷰가 되었으며, 이는 아마도 비종양성 병변으로 정확한 발생기전에 대한 흥미나 연구의 부족에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이전에 보고되었던 장중첩증을 동반한 EMSEP 증례의 경우, 급성 복통과 더불어 장의 천공이 발생하였다[2]. 해당 증례에서 전산화단층촬영에서는 공기-체액층(air-fluid level)이 확인되지 않고, 환자 자의에 의한 수술 거부가 있었으며, 이후 천공이 동반되었다. 이는 급성 복통으로 내원한 경우 조기에 수술적 절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며, 본 증례도 급성 복통으로 내원, 수술을 진행하였다.
현재 증례가 드물어 무증상 EMSEP에 대한 만족할만한 치료전략은 아직 성립되지 않은 시점이고, EMSEP와 신생물 발생 등의 잠재적 관계도 아직은 불확실하여 연구가 되어야 한다. 대장에서는 CMSEP의 첨단부에서 발생한, 점막하 조직을 침윤하는 작은 영역의 선암종에 대한 증례보고가 존재한다[10].
EMSEP와 CMSEP 사이 병인이 유사하다는 점에 기초한다면, EMSEP 또한 신생물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EMSEP는 또한 정상 점막으로 덮여 있으므로 표재성 생검만으로는 동반된 종양의 감별이 어려우며, 따라서 절제를 필요로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증례가 적어 이러한 권장사항은 더 많은 사례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저자는 대장이 아닌 소장에서 발생하는 드문 증례로서 장중첩증을 발생시킨 EMSEP의 사례를 공유하고자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