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산모가 제왕절개술을 시행 받고 난 후 보통 출혈되는 정도는 500 mL 이하부터 1,000 mL 이상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1]. 따라서 수술 중 · 후에 출혈되는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혈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건 필수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수술을 받은 사람들 중의 대략 0.5%–3%가 수술을 시행한 부위의 감염이 발생한다[2]. 그리고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에 비하여 감염이 발생한 환자는 7–11일 정도 병원에 더 머무르면서 치료를 받게 된다[3]. 감염이 악화되면 염증반응으로 인해 체온 >38°C 또는 < 36°C, 수축기 혈압 < 90 mm Hg, 수축기 혈압이 정상혈압보다 40% 이상 떨어지거나, 수액 투여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회복되지 않는 걸로 정의되는, 패혈성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4]. 본 증례 환자는 제왕절개술을 받기 20일 전에, 우측 난소낭종 절제술을 시행한 후, 수술 후 감염소견이 보여 일주일 동안 항생제 치료 및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던 중이었고, 치료 중 산통을 느껴, 제왕절개술을 시행 받고 난 뒤에, 혈압 저하가 발생한 환자였다. 본 환자를 통해, 패혈성 쇼크와 저혈량성 쇼크의 개념과 둘을 감별하는 점 및 향후 치료법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증 례
본 증례를 보고하기 위해 환자에게 의무기록을 포함한 의학정보의 연구자료 이용 동의를 받았다. 본 증례 환자는, 37세 32+4주된 초산모로 2023년 12월 13일 임신 30주 1일에 기형종 염전으로 인해 개복 우측 난소낭종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수술이 끝나고 정상 퇴원하였으나, 약 10일 후 열이 나고 복통이 있어, 응급실 내원 후 수술 부위 주위로 체액 저류(fluid collection) 소견을 보여, Denogan (propacetamol; AJU Pharm Co. Ltd., Seoul, Korea) 및 Ceftriaxone (HK inno.N, Cheongju, Korea)과 Metronidazole (JW Life Science, Dangjin, Korea) 등 항생제 치료 및 보존적 치료를 하였다.
치료 시작 후 증상이 호전되었으나, 2024년 1월 1일에 갑자기 진통이 오면서 자연분만(normal delivery)이 불가능하여, 응급으로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전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 10.2 g/dL, C-reactive protein (CRP) 179.84 mg/L로 측정되었다. 수술방에 입실했을 때, 비침습적 혈압(non-invasive blood pressure), 심박수, 맥박산소포화도, 그리고 심전도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하였다. 수술실 입실할 때, 혈압 138/67 mm Hg로 측정되었고, 심박수는 132회/분, 산소포화도는 93%, 체온은 38.6°C로 측정되었다. 전신마취를 위해 thiopental sodium 300 mg (JW Pharmaceutical, Gwacheon, Korea)을 투여하였고, 이어서, succinylcholine 100 mg을 투여하고, 신경근 차단이 된 것을 확인하고, 7.0 polyvinylchloride tube (Medtronic Korea, Seoul, Korea)를 22 cm 깊이로 기도에 삽입하였다. 마취 유지는 sevoflurane 2.0 vol% (Ilsung IS Co. Ltd., Gwacheon, Korea)로 유지하였다. 제왕절개술 수술이 시작되었고, 태아 만출이 되고 나서, plasma solution에 botropase 6 KU/6 mL (Hanlim Pharm Co. Ltd., Yongin, Korea)와 oxytocin 20 IU/2 mL (JW Pharmaceutical)를 섞어서 투여하였다. 태아가 나오고, 자궁 상태나 활력징후상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출혈은 피에 젖은 거즈와 흡인병(suction bottle)을 통해, 대략 500 mL가 된 것으로 추정하였다(Fig. 1). Pyridostigmine 15 mg (Myungmoon Pharm. Co. Ltd., Seoul, Korea)과 glycopyrrolate 0.4 mg (Myungmoon Pharm. Co. Ltd.)을 투여하여, 환자의 신경근 차단을 역전시켰고, 마취가스를 끄고, 자발 호흡이 돌아오고, 지시에 따를 수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수술실을 떠나기 직전 혈압 127/70 mm Hg, 심박수 126회/분, 산소포화도 96%로 확인되었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 도착한 뒤, 측정한 혈압은 75/45 mm Hg, 심박수는 128회/분이 측정되었고, 낮은 혈압 상태가 지속되었다. 수술 직후 활력징후 저하소견이 보여, 일단 출혈로 인한 저혈량 상태라고 판단하고, 농축 적혈구 2단위, plasma solution 1 L를 투여하였다. 그리고, 회복실에서 재측정한 동맥혈가스 분석에서 헤모글로빈이 9.5 g/dL로 측정되었으나, 환자의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80대 초· 중반으로 유지되고 그 이상은 회복되지 않고, 빈맥이 지속되었다. 용적 부하(volume loading)를 추가로 시행하려고 하였으나, 일주일 전 수술 후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상태(septic condition)였고, 회복실에서 체온이 38°C로 여전히 높고 수술 전 CRP가 매우 높았던 걸 감안하여, 추가적인 수액 투여나 수혈보다는 패혈성 쇼크에 준하는 승압제, 항생제 사용을 시행하기로 집도의와 상의하여 결정하였다.
환자 회복실에서 퇴실하고 분만실에서 승압제(norepinephrine 0.02 mcg/kg/min; Dalim BioTech, Wonju, Korea) 및 항생제(Ertapenem; MSD Korea Ltd., Seoul, Korea) 사용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추가적인 수혈을 진행하였고 전신부종으로 알부민 또한 사용하였다. 수술을 받고 1일 뒤 헤모글로빈 수치가 11.2 g/dL로 측정되고 소변이 나오며 수축기 혈압이 100대 이상으로 유지되어 승압제는 중단하였고 발열에 대해서는 denogan을 사용하면서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였다. 그 후 혈액배양검사 결과에 따라 1/3부터 vancomycin (HK inno.N)을 추가하였고 1/5부터는 ciprofloxacin (JW Life Science)도 추가하여 사용하였으며 발열은 denogan으로 조절하였다. 환자는 1/8까지 항생제 사용 후 수축기 혈압이 100대 이상, 체온은 37°C 이하로 유지되는 등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하였고 퇴원 시 CRP는 59.59 mg/L로 확인되었다.
고 찰
수술 중 대량 출혈은 혈관 내 용적 부족으로 인해, 전부하(preload)와, 1회 박출량(stroke volume), 심박출량(cardiac output)의 감소를 초래하고, 저혈량성 쇼크 상태가 되면, 조직 저관류(tissue hypoperfusion)로 인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5]. 따라서 출혈로 인한 저혈량 상태가 의심되면 재빠른 조치를 시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본 환자와 같이 패혈증 상태(septic condition)에 있던 환자가 수술을 하고 난 뒤, 혈압이 낮을 경우, 패혈성 상태와 저혈량성 상태 둘 중에 원인이 무엇인지 감별하기가 어렵다. 일단 대량출혈로 인해 저혈량증이 발생하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출혈량의 시야평가법(visual estimation)은 경험이 많은 마취과 의사라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6]. 게다가 제왕절개술 같은 경우는 양수도 같이 배출되기 때문에 출혈량을 측정하는 데 혼란을 줄 수가 있다[7]. 그리고 동맥혈가스 분석상 헤모글로빈이 감소한 정도를 이용하더라도 적절한 수액을 보충했다는 전제 하에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혈압이 떨어지는 원인을 정확하게 감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6]. 하지만 혈압이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었을 때는 환자의 사망률(mortality)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저혈압이 발생한 원인 여부와 상관없이 짧은 기간 내에, 저혈량증(hypovolemia), 저혈압(hypotension), 손상된 미세순환 관류(microcirculatory perfusion)를 회복하기 위해서 정맥 환류에 필요한 최소 용적, 4 mL/kg 이상을 활력징후가 불안정한 환자에게 투여할 필요가 있다[8].
본 환자는 제왕절개술이 끝난 직후 혈압이 떨어지고, 빈맥소견을 보여, 일단 수술 중 출혈로 인한 저혈량 상태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본 환자는 회복실에서 plasma solution 1 L를 투여하고, 농축 적혈구 2단위를 투여하였다. 하지만 투여한 뒤에도 수축기 혈압이 70 mm Hg 초반에서 80 mm Hg 초반으로 약간 상승, 그리고 여전히 빈맥을 보이는 등 용적 교정에 대한 혈압의 반응이 크지는 않았다.
패혈성 쇼크 환자의 경우는 절반 정도가 용적 부하(volume loading)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9], 본 증례 환자가 패혈성 쇼크 상태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고, 따라서 수술 후 혈압이 정상화될 때까지 수액이나 수혈의 과도한 투여보다는 패혈성 쇼크에 근거하여 항생제 치료와 함께, norepinephrine 등의 infusion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10]. 게다가 체내 용적 부족에만 초점을 맞춘 과다한 수액과 혈액 투여는 폐부종(pulmonary edema), 흉막 삼출(pleural effusion)로 인해 호흡곤란(dyspnea), 저산소증(hypoxemia)을 유발할 수 있고 추가적인 감염의 가능성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11], 혈압이 정상화될 때까지 과다한 수액을 투여하기에는 제한점이 있다.
한편, 환자의 저혈압의 원인을 알고 교정하기 위해서는 쇼크의 원인 감별도 중요하지만, 일회박출량변이(stroke volume variation)나, 맥압변이(pulse pressure variation) 같은 체내 용적 측정도구를 환자 체내의 적절한 용적 유지를 위해 사용해볼 수 있다[12]. 그리고 활력징후가 저하됐다는 건 조직으로의 관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혈압이 정상 수치를 나타낸다고 하더라도 microcirculation과 macrocirculation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조직으로의 적절한 산소 공급이 되기 위해서는 microcirculation이 원활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microvascular level에서 관류 정도를 측정하는 microcirculatroy flow index도 사용해볼 수도 있다[13].
본 환자의 경우, 체온이 수술 전에도 높았고, 염증수치 또한 계속 높았기 때문에, 수술 후에 패혈성 쇼크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치료를 했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술 전 심박수는 높았지만, 혈압은 정상 수치 이상이었기 때문에, 수술 후 혈압 저하는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상태일 거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수술 중 출혈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수술 직후 측정한 헤모글로빈이 9.5 g/dL로 측정되었지만, 적정 수액 투여 후 헤모글로빈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6], 활력징후의 정상화를 위해 승압제 투여보다는 수액과 혈액 투여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환자는 수술 전 혈압은 높았지만, 기저 패혈증 상태(septic condition)와 마취제의 투여, 수술 중 출혈, 수술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수술 후 다시 혈압의 저하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14].
결론적으로, 수술 후 감염으로 치료중인 환자가 도중에 출혈이 있는 수술을 받은 후 저혈압이 발생할 경우, 패혈성 쇼크와 저혈량성 쇼크 중에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치료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혈압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수액과 수혈은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패혈성 쇼크에 관한 치료를 방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쇼크에 관한 개념을 숙지하고, 환자의 최근까지의 치료병력을 파악하며, 염증수치, 혈액검사, 체온 등을 확인해서 패혈성 쇼크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에는 적절한 수액이나 수혈 외에도 norepinephrine의 투여나 항생제 투여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