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는 무증상, 가벼운 호흡기 증상,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 후각 및 미각장애 등의 비특이적 증상까지 다양한 형태의 임상양상을 보인다. 국내 COVID-19 환자의 임상양상 중 가장 중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폐렴과 이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과 저혈압, 빈맥, 심부전 증상을 보이는 심근염일 것이다. ARDS는 기계호흡 등의 보존적 치료로 시작하여, 증상이 악화되거나 장기간 기계호흡이 필요할 경우 체외막산소공급(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COVID-19의 경우 충분한 연구결과가 없어 ECMO 치료효과 여부는 알 수 없었다. COVID-19 범유행 초기의 연구결과를 보면 다른 바이러스성 폐렴에 의한 급성 호흡부전보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보고하였다[1]. 중증 환자 수가 증가하고 ECMO 치료경험이 많아지면서 COVID-19의 ECMO 치료결과가 향상되었다[2].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 입원했던 COVID-19 환자 중 ECMO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증례를 발표하고 치료경험에 대해서 기술하고자 한다.
증 례
1. 증례 1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던 65세 남자 환자가 미열, 기침 등의 증상으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전원 하루 전 다른 병원을 방문하여 COVID-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호흡곤란이 심해지면서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입원 당시 약간의 호흡곤란이 있었으나, 증상이 악화되어 3시간 뒤 기계호흡을 시작하였다. 흉부 영상과 computed tomography (CT)에서 양측 폐야에 전반적인 간유리음영이 관찰되었다(Fig. 1A, B). 그러나 저산소증(100% 흡입산소농도에서 동맥혈산소분압 85 mm Hg)이 지속되어 기계호흡을 시작한 후 2시간 뒤 정맥-정맥 ECMO (venovenous ECMO) 치료를 결정하였다. ECMO 시술은 기계환기가 가능한 음압격리 병실에서 시행하였고 15분이 소요되었다. RotaFlow (Maquet, Wayne, NJ, USA)를 사용하였고 환자의 ECMO 도관(25F)은 양측 대퇴정맥을 통해서 삽입하였다. ECMO 시술 도중, 직후 생징후는 안정적이었다. 이후 혈액투석을 위한 도관을 우측 내경정맥에 삽입하였고, 환자는 진정상태로 유지하였다. ECMO 약 15일 후 혈전소견이 보여 교체하였다. ECMO 삽입 16일째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였고, 25일째 기흉이 발생하여 폐쇄흉관삽관술을 시행하였다. 환자의 흉부 영상과 저산소증이 점차 호전되어 의식 수준을 진정상태에서 명료한 상태로 ECMO를 유지하였다. 항바이러스제(lopinavir)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서 중간중간 배양검사에 따라 항균제를 변경하면서 치료를 유지하였다. 환자가 호전되면서 ECMO 치료 시작부터 43일(1,028시간) 후 성공적으로 이탈하였다(Fig. 1C). 이후 재활치료 등을 하면서 ECMO 치료 종료부터 47일째 퇴원하였다. ECMO 이탈 후부터 욕창 등의 합병증 관리와 재활치료를 시행하여 장기간 입원이 필요했다. 상기 환자의 경우 신대체요법을 받던 환자로 다른 환자에 비해서 급성 호흡부전 발병 후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증상 발현 초기부터 집중적인 환자관리와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였고, 다행히 폐렴 외에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아 환자는 특별한 문제 없이 퇴원하였다. 환자는 추후 시행한 흉부 CT에서 소량의 폐색전증이 있었고, 혈액투석을 위한 동정맥루의 혈전성 폐색이 있었다. 호흡곤란과 같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폐색전증은 경구 항응고 치료를 시행하면서 경과 관찰 중이다.
이 증례 연구의 출판을 위해 입원 당시 환자로부터 의학정보의 연구자료 이용동의를 얻었다.
2. 증례 2
유방암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던 55세 여자 환자가 발열, 근육통의 증상으로 다른 병원에서 COVID-19 양성 판정 후 저산소증과 저혈압 소견을 보여 전원되었다. 호르몬 치료는 안드로젠길항제를 사용 중이었고, 다른 기저질환으로 승모판막 협착증, 부정맥으로 비타민 K 길항제를 복용 중이었다. 환자의 첫 증상은 근육통이었고, 2일 뒤 직장에서 설사와 실신증상이 있어 근처 병원을 방문하여 COVID-19가 의심된다고 하여 보건소를 방문하여 확진되었다. 증상 발현부터 4일 뒤 입원치료를 시작하였다. 증상 발현 8일째부터 호흡곤란이 발생하였고, 9일 때부터 산소투여를 시작하였다. 11일째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전원 당시 체온 38도, 80/50 mm Hg 정도의 저혈압과 산소투여에도 불구하고 산소포화도 80% 정도로 감소되어 있었다. 흉부 단순촬영과 CT에서 비전형적인 바이러스성 폐렴과 약간의 폐 부종이 동반된 상태로 보였다(Fig. 2A, B). 100% 산소 공급 시 동맥혈 산소분압은 148 mm Hg였고, 빈호흡 양상을 보여 기계호흡을 결정하였다. 기계호흡 후 65% 산소에서 산소분압 70 mm Hg 정도로 유지되었으나 이후 대사성 산증과 저혈압 소견을 보여 좌심실 부전을 의심하였다. 이후 시행한 검사에서 심근효소 수치가 증가되어 있었고, 심장초음파상 전반적인 좌심실 기능부전을 보여 입원 2일째 정맥-동맥 ECMO (venoarterial ECMO, VA ECMO)를 시작하였다. 환자는 VA ECMO 시작 후에 점차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약물을 감량하였고, 산소농도 60% 이하로 낮춘 상태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임상증상의 뚜렷한 호전이 없었고, 점차 폐 부종이 악화되었다. ECMO 운용 역시 폐 부종이 악화되면서 객혈 등으로 혈액손실이 발생하고, 전신부종과 혈류량 부족상태를 보여 ECMO 유지가 잘 되지 않았다. ECMO 3일째 ECMO 유지에 필요한 혈류량 확보와 심장보호를 위해 우측 내경정맥에 혈류공급을 위한 도관을 하나 더 삽입하였다. 폐 부종 등의 임상증상은 호전없이 점차 악화되는 양상이었고, ECMO 8일째 심초음파상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이 동반되면서 심장기능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좌심실 기능부전이 심해지고 좌심실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상태 호전을 위해 좌심실 감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음압격리가 필요한 환자로 심방중격절개술 등의 심도자술 진행이 불가능하였다. 차선책으로 음압격리 중환자실에서 경피적으로 초음파 유도하에 대퇴동맥에 6F 돼지꼬리형 카테터를 삽입하여 좌심실 감압을 시행하였다(Fig. 2C). 그러나 큰 구경의 도관 등의 장비의 제한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환자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고 환자는 ECMO 시행 10일 뒤 사망하였다. 이전 증례 환자와 비교하여 보면 상기 환자는 증상 발생 후 약 10일 후 집중적인 치료를 시작하여 증례 1의 환자와 비교하면 집중치료의 시작 시기가 늦었던 것이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증례 연구의 출판을 위해 입원 당시 환자로부터 의학정보의 연구자료 이용 동의를 얻었다.
고 찰
COVID-19 환자의 알려진 합병증 중 폐색전증의 발생비율은 다른 질환에 비해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증례 환자의 경우도 폐색전증이 회복 후 발견되었으나 심하지 않았다. 또한 혈액응고와 관련된 합병증으로 동정맥루 폐쇄도 가능할 것이다[3].
증상 발생 후 입원이 필요한 시기가 짧을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는 연구가 있다[4]. 이 연구를 토대로 빠르게 악화되는 환자의 경우 집중치료 시작 시기가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COVID-19 환자의 진료에 있어서 선제적으로 집중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음압격리 병실 사용 가능 여부, 인공호흡기 등의 장비의 여유분을 고려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5]. 대유행 재발 시에 이점을 강력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여유장비를 항시 유지하는 것이 좋으나, 다른 중환이 생겼을 때 COVID-19를 위해 비축해 놓은 장비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판단은 어려울 것이다.
COVID-19 환자에서 심근염 형태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사망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6,7]. 두 번째 증례의 환자도 바이러스성 심근염 형태의 심초음파 소견과 임상양상을 보였고, 바이러스 검출도 항바이러스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관찰되었다. 아직까지 어떤 원인으로 바이러스성 심근염으로 진행하게 되는지에 대한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국내 현황에 대해서 살펴보면 현재(2020년 11월 14일) 기준으로 COVID-19 환자 중 83명에서 ECMO를 시행하였고, 총 48명의 환자에서 성공적으로 치료하였다. 본원에서는 현재까지 4명을 시행하였고, 2명이 사망하였다. 증례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는 사망한 75세의 고령 환자와 현재 치료 중인 71세 환자이다.
COVID-19 ECMO 치료에 있어서 어려운 점들에 대해서 기술하면, 첫째, 보호장비를 입고 시술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었다. ECMO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대부분 더 이상 다른 치료방법이 없을 때 시행하게 되기 때문에 마지막 치료방법으로 여겨진다. 중요하고 위험한 시술을 하는 상황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하여 감각이 둔해진 상태로 대퇴동맥, 정맥을 천자하는 시술은 숙련된 의료진이 시술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어렵다. 둘째, 수시로 환자를 살펴봐야 하는데, 매번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이다. 본원의 경우 일반적인 치료는 중환자의학과에서 시행하고, ECMO 관련 시술만 흉부외과에서 시행하였다. 음압격리 병실에서 상주 중인 중환자의학과 치료팀이 아닌 흉부외과 치료팀이 음압격리 병실에서 가벼운 시술이나 ECMO 조절을 위해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의 손실이 생기게 된다. 평균적으로 흉관삽관 등의 가벼운 시술을 하더라도 1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치료방법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음압격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도자술이나 수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음압격리 상태가 아니면 적절한 치료를 위해 원내 다른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환자가 COVID-19 전파 가능성 때문에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음압격리 환자만을 위한 심도자술이나 수술을 위한 치료공간 및 장비를 마련하는 것은 비용낭비가 심하고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치료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 의료진의 스트레스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향후 어떤 치료까지 시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는 반드시 환자의 가족을 포함하여 진행되어야 하고, 가능하면 종교적, 정서적 도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2차 대유행이 의심되고 예상되는 상황이다. 향후 가용한 의료자원에 대한 분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계호흡기부터 ECMO까지 COVID-19 치료를 위해 사용한 자원이기 때문에 다른 질환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별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으나, 최소한 치료경험에 대한 보고를 통해서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상기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