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척주세움근면차단(erector spinae plane block, ESPB)은 척추주위차단(paravertebral block)과 비슷한 효과를 보이면서 기흉과 같은 합병증의 빈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초음파를 이용하여 급성과 만성 통증조절을 위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1]. 특히 흉추부위와 요추 부위에서 ESPB를 한 번 시행한 경우뿐만 아니라 카테터를 거치하여 자가조절진통(patient-controlled analgesia, PCA) 장치를 이용한 수술 후 통증조절에 대한 연구들도 활발하게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어깨, 팔 수술과 같은 목신경 부위에 대한 연구는 아직 드물다. 본 저자들은 T2 level에서 시행한 ESPB가 목신경 부위에 해당하는 팔 혈관수술 후 통증에서 좋은 결과를 경험하였기에 이에 대한 결과와 함께 최근 문헌들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증 례
70세, 168 cm, 58 kg, 남자 환자가 말기신부전 진단 후 혈액투석중 좌상지에 확보되어 있던 투석로가 폐쇄되어 우회 투석로를 만들기 위한 수술이 계획되었다. 환자는 고혈압, 당뇨로 투약 중이었고 이전 두 번의 혈관수술에서 중등도의 통증을 경험하여 이번 수술 전에 PCA를 신청하였기에 추가로 ESPB 시술을 권유하였고 환자에게 시술에 대한 설명 및 동의를 받고 시행하였다. 또한 본 증례의 출판을 위해 환자에게 의무기록을 포함한 의학정보의 연구자료 이용 동의를 받았다.
시술은 전신마취 전에 복와위에서 초음파(Logiq P6; GE Healthcare, Chicago, IL, USA)를 사용하여 시행하였다. Linear probe (5–15 MHz)로 T2 좌측 횡돌기를 찾은 후 in plane 방법으로 22G quincke needle을 진입하여 바늘 끝이 횡돌기에 닿은 후 0.3% ropivacaine 15 mL를 주입하였다(Fig. 1). 이후 전신마취를 위하여 자세를 앙와위로 바꾸고 목표농도조절주입(target-controlled infusion)을 이용한 propofol 6 μg/mL, remifentanil 4 ng/mL, rocuronium 40 mg을 사용하여 마취 유도하였으며, 기관삽관 직후부터 수술이 끝날 때까지 remifentanil은 중단하여 사용하지 않았고 propofol은 3 μg/mL로 유지하였다. Bispectral index는 40–50 사이로 유지되었다. 수술 종료 후 glycopyrrolate 0.2 mg, pyridostigmine 10 mg으로 근이완역전을 시켰으며 TOF% (train-of-four ratio) 0.95 이상에서 기관 내 튜브를 발관하였다. 전체 마취시간은 1시간 45분이었으며, 환자가 수술 중 생체징후가 안정적이었고 정맥마취제도 많이 필요로 하지않았기 때문에 ESPB에 의한 진통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수술 종료 전 추가의 진통제를 투여하지 않았다.
환자는 회복실 도착 20분 후 의식이 명료해진 상태에서 숫자등급척도(numeric rating scale, NRS; 0: 통증이 없는 상태, 10: 가장 심한 통증)는 1점이라 하였고, 회복실 퇴실 직전에도 통증이 없다고 하여 회복실에서는 추가의 진통제가 투여되지 않았으며 수술 후 오심과 구토(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ing, PONV) 증상도 없었다. PCA는 기저주입속도 0으로 설정하고 잠금시간은 15분, 일회 투여량은 fentanyl 10 μg으로 설정하였다.
ESPB로 인한 횡격막신경차단에 대한 평가도 회복실 퇴실 전에 시행하였는데, 초음파(Venue 50; GE Healthcare) linear probe (4–13 MHz)를 사용하여 좌측 앞겨드랑선(anterior axillary line) 부위의 7–8번째 늑간에서 최대흡기 시 3.6 mm, 호기 시 2.0 mm로 측정되었으며 최대흡기와 호기 시 비율은 1.8이었다(Fig. 2). 또한 cardiac probe (1.4–3.3 MHz)를 이용하여 좌측 쇄골중간선(midclavicular line)과 앞겨드랑선 사이의 늑골하에서 motion mode (Mmode)로 환자가 코로 숨을 들이쉴 때 횡격막의 움직임을 측정한 값은 2.75 cm로 측정되었다(Fig. 3). 측정된 값으로 횡격막 마비의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였고, 환자도 호흡과 관련된 증상 호소가 없어 병실로 이송하였다.
병동으로 환자 이송 후 병동 간호사가 PCA를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bolus 버튼을 1번 눌러 fentanyl 10 μg이 투여되었지만 수술 후 6시간까지 PCA는 추가 사용이 없었으며 수술 후 6시간에 PONV 증상 없이 NRS 점수 1점이었다. 환자는 좌측 상지의 움직임에는 제한이 없었으나 접촉 시 전완부와 손의 감각이 조금 둔하다고 하였다. 수술 후 24시간에는 좌측 상지의 둔한 감각이 없어졌고 PONV 증상 없이 NRS는 여전히 1점이었으나 PCA로 fentanyl 40 μg이 추가로 투여되어 총 fentanyl 50 μg이 PCA로 누적 투여되었다.
고 찰
일반적으로 만성신부전 환자의 투석로를 위한 혈관수술 시 마취는 국소마취나 상완신경총마취와 같은 부위마취를 시행하지만 기존의 투석로의 폐쇄 또는 협착으로 인하여 더 상위에서 액와정맥을 사용하여 우회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T2–3 신경 부위의 차단이 필요하므로 경추경막외마취나 전신마취의 시행이 필요하다. 본 증례는 액와정맥을 사용한 우회술을 받은 환자에서 전신마취와 함께 수술 중, 후 통증조절을 위해 ESPB를 시행하고 통증조절과 부작용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였다.
ESPB는 Forero 등[2]에 의해 2016년 처음 소개된 후 개복수술, 유방암수술, 흉부수술 등에서 통증조절을 위한 방법으로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3,4]. 하지만 통증조절을 위해 어깨수술과 같은 목신경의 차단이 필요한 경우에 대한 연구는 드물고 효과 또한 일관되지 않음이 보고되었다. Selvi 등[5]은 어깨수술에서 수술 후 통증조절을 위해 T2 또는 T3 부위에서 ESPB를 시행하였으나 3명 중 1명의 경우는 회복실에서 NRS 8점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다고 하였고 그 이유가 어깨관절의 신경분포 중 C3–4에 해당하는 부위까지 차단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기술하였다. 하지만 Forero 등[6]은 만성 어깨 통증환자에서 T3에서 조영제를 사용하여 ESPB를 시행한 후 computed tomography 영상에서 C3–T4 부위까지 척주세움근 주위로 조영되었고 충분한 진통효과가 있었다고 하였다. 본 증례의 경우는 진통을 위한 범위에 C3–4는 해당되지 않았고 오히려 수술 부위의 피부분절을 고려하면 T2–3 범위의 신경차단이 필요한 경우였다. 환자는 수술 후 6시간까지 전완부와 손의 감각이 둔하고 수술 부위 통증은 무시할 정도라고 하였으나 정확한 신경차단 범위를 확인하진 못했다. 비록 수술 후 6시간까지 NRS 1점으로 PCA 사용량은 없었으나 수술 후 6–24시간에 4회 투여되었는데, 이는 ESPB의 진통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아직 목신경 부위의 ESPB 시행 후 횡격막신경차단의 증례는 없지만, 저자들은 초음파를 이용하여 의도하지 않은 횡격막신경차단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찰하였는데, 그 이유는 최근 cadaver 연구에서 C6, 7 횡돌기에서 염색약을 사용하여 ESPB를 시행하였을 때 brachial plexus뿐만 아니라 phrenic nerve도 함께 염색되었다고 보고하였기 때문이다[7]. Boussuges 등[8]은 20–77세(평균 50±14세)의 건강한 남자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빠르게 코로 숨을 들이쉴 때(sniffing) M-mode에서 횡격막의 움직임은 평균값 2.5–3.0 cm, 하한값 1.8 cm로 보고하였다. 본 증례의 환자는 2.75 cm로 측정되어 하한값을 상회하고 건강한 성인의 평균값에 해당하였다. 그리고 Boon 등[9]이 발표한 횡격막 두께에 대한 연구에서 20–80세의 건강한 남자환자 73명의 좌측 횡격막 두께가 최대흡기 시와 호기 시 비율이 1.3에서 하한값을 가지고 95% 신뢰구간을 1.8–2.1로 제시하였다. 또한 횡격막의 신경병으로 인한 기능이상 환자에서 횡격막 두께 1.4 mm 이상, 최대흡기와 호기 시 비율 1.2 이상의 기준이 횡격막 기능이상 환자를 선별할 때 민감도 93%, 특이도 100%를 나타낸다고 하였다[10]. 본 증례에서 최대흡기와 호기 시 비율은 1.8로 측정되어 횡격막 기능이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지만, 수술 전 환자의 횡격막 움직임과 두께에 대해 미리 측정한 값이 있었다면 좀 더 명확한 비교가 가능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상완신경총차단의 진통효과 범위를 벗어나는 상지혈관수술에서 T2 level의 ESPB가 수술 중, 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때 시행한 ESPB가 횡격막차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