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대상포진은 주로 편측의 피부분절에 따라 발생하는 발진과 극심한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게 되는 질환이다. 주로 흉추신경 부위에 호발하나 뇌신경, 경추 및 요추신경 부위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 경막외 신경차단, 척추주위 차단(paravertebral block),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국소마취제의 피하주사 등이 대상포진의 급성 통증조절을 위해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이러한 시술들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1]. 하지만 심한 급성 통증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의 이행에 위험요소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조절은 대상포진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목신경얼기차단은 경동맥내막절제술을 포함하는 두경부 수술에서 통증조절을 위한 연구결과들이 많이 보고되었으나 대상포진 환자에게 적용한 사례는 드물다. 이에 저자들은 C3 피부분절에 발생한 대상포진 환자에서 얕은목신경얼기차단(superficial cervical plexus block)으로 부작용 없이 효과적인 급성 통증조절을 경험하였기에 이에 대한 결과와 함께 최근 문헌들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증 례
본 증례연구의 출판을 위해 환자에게 사진을 포함한 의학정보 사용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65세 남자 환자가 내원 3주 전부터 발생한 좌측 목 부위(피부분절, C3)의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과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3주 전 수포를 동반한 발진과 통증으로 개인의원에서 대상포진 진단하에 항바이러스제 투여 후 통증 호전양상을 보이다가 내원 1주 전부터 통증이 점점 심해져 내원 당일에는 숫자등급척도(numeric rating scale, NRS;0: 통증이 없는 상태, 10: 가장 심한 통증) 8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다. 내원 당시 수포는 없었고 피부병변은 치유된 상태였다(Fig. 1). 환자는 통증조절을 위해 하루에 carbamazepine 200 mg, tramadol 150 mg, gabapentin 900 mg, amitriptyline 10 mg을 복용 중이었으나 통증조절이 잘 되지 않고 특히 밤에 발생하는 돌발통증으로 2–3시간마다 잠에서 깬다고 하였다. 과거력상 만성 C형 간염으로 간경변 초기 진단 후 정기적인 경과관찰 중이라고 하였으나 일반화학검사에서 간기능, 신기능은 정상소견을 보였고 혈소판 및 응고검사도 정상이었다. 이학적 검사에서는 이질통과 통각과민이 관찰되었다. 환자에게 지속적인 경추경막외차단과 그로 인한 합병증에 대해 설명하고 입원을 권유하였으나 개인사정으로 입원은 어렵다고 하였고 경추경막외차단 시 척수손상의 가능성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 시술도 거절하였다. 다시 얕은목신경얼기차단에 대한 설명과 이와 관련하여 호너증후군, 횡격막차단 등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고 환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유행시점에서 횡격막차단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였으나 결국 외래에서 간헐적인 얕은목신경얼기차단을 시행하기로 하였고 반복적인 시술로 인해 횡격막차단이 발생할 경우에 시술을 중단하기로 하였다.
얕은목신경얼기차단은 우측 측와위 자세에서 초음파(Logiq P6; GE Healthcare, Chicago, IL, USA)를 이용하여 시행하였다. C4 level에서 linear probe (5–15 Mhz)로 흉쇄유돌근을 찾은 후 in plane 방법으로 25G needle을 진입하여 흉쇄유돌근 바로 아래에 바늘 끝을 위치시킨 후 0.2% ropivacaine 5 mL와 dexamethasone 1 mg을 주입하였다(Fig. 2). 환자는 시술 후 10분 이내에 NRS 1 이하로 통증이 감소하였고 tramadol 100 mg, gabapentin 900 mg, nortriptyline 10 mg을 하루 유지용량으로 처방하였다. 또한 속효성 oxycodone 5 mg을 하루 4회까지 통증이 심할 경우에만 투약하도록 하였고 심한 통증이 지속될 경우 다시 내원해서 반복적인 얕은목신경얼기차단을 하기로 하였다. 횡격막신경차단에 대한 평가는 횡격막 두께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얕은목신경얼기차단 30분 후에 시행하였고 같은 linear probe를 사용하여 좌측 앞겨드랑선(anterior axillary line) 부위의 7–8번째 늑간에서 최대흡기 시 4.7 mm, 호기 시 2.8 mm로 측정되었으며 최대흡기와 호기 시 비율은 1.68이었다(Fig. 3). 환자는 3일 후와 7일 후에 각각 NRS 7점과 5점의 통증으로 다시 내원하였으나, 밤에 발생하는 돌발통증이 호전되어 수면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하였고 oxycodone은 변비가 심해서 한 번만 복용하였다고 하였다. 앞서 기술한 방법으로 내원 시마다 추가 시술을 하였고 시술 30분 후 횡격막 두께 비율은 각각 1.72와 1.75로 관찰되었다. 환자는 8일 동안 총 3회의 얕은목신경얼기차단을 받은 이후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NRS 1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gabapentin 900 mg, nortriptyline 10 mg을 유지용량으로 투여 중이다.
고 찰
대상포진 환자에서 신경차단술과 같은 중재적 시술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 부족한 상태이지만, 급성기 통증조절에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다. Kim 등[2]은 한 번의 경막외 신경차단술이나 성상신경절차단의 경우는 의미 있는 효과가 없었고 반복적인 척추주위차단(paravertebral block)이나 카테터를 이용한 경막외 지속주입의 경우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지속적인 통증관리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의 이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사례는 카테터를 이용한 지속주입은 아니었으나 경구약제로 통증조절이 미흡할 경우 반복적인 신경차단을 함으로써 급성 통증을 줄여주는 데에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얕은목신경얼기(superficial cervical plexus)는 흉쇄유돌근 후연에서 소후두신경(lesser occipital nerve), 큰귓바퀴신경(great auricular nerve), 가로목신경(transverse cervical nerve), 쇄골상신경(supraclavicular nerve)의 4개의 얕은 가지들로 주행하여 머리, 목, 어깨 부위의 신경지배를 하게 된다. 따라서 얕은목신경얼기차단은 흉쇄유돌근 후연의 중간 지점에서 피하주사로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해부학적 기준점을 이용하여 맹목적인 차단방법과 초음파를 이용하여 선택적으로 가지를 차단하는 방법이 보고된 바 있다[3,4].
목신경얼기차단 방법에 대해서는 연구자들마다 다양하게 분류해서 사용하고 있으나 Pandit 등[5]은 얕은목신경얼기차단, 중간목신경얼기차단(intermediate cervical plexus block), 깊은목신경얼 기차단(deep cervical plexus block)으로 분류하여 다음과 같이 각각의 시술을 해부학적 구조로 설명하였다. 즉 얕은목신경얼기차단은 investing fascia를 바늘이 관통하지 않고 피하에만 국한되게 국소마취제를 주입하는 방법이고, 중간목신경얼기차단은 investing fascia와 prevertebral fascia 사이에서 시행되는 방법, 그리고 깊은 목신경얼기차단은 prevertebral fascia를 바늘이 통과하여 국소마취제가 주입되는 방법으로 분류하였다. Choquet 등[6]도 경동맥수술에서 목혈관신경집(carotid sheath)의 차단을 위해서는 초음파를 이용할 경우 흉쇄유돌근과 어깨올림근 사이로 바늘을 진입하여 흉쇄유돌근 뒤쪽 가장자리 아래로 국소마취제를 주입하는 방법을 소개하였고 이를 중간목신경얼기차단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다소 위험도가 높은 깊은목신경얼기차단과 구별하기 위해서 얕은목신경얼기차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기에 Pandit 등[7]도 처음에는 investing fascia 바로 아래에 국소마취제 주입방법을 얕은 목신경얼기차단이라고 하였고, 현재까지 얕은목신경얼기차단과 중간목신경얼기차단은 종종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였다[8]. 본 증례의 경우도 목신경얼기차단을 3개로 분류했을 때 중간목신경얼기차단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시술 시 investing fascia 바로 아래로 바늘을 진입시킨 후 더 이상 깊게 진입하지 않고 소량의 국소마취제만 투여하여 혈관손상, 신경손상, 횡격막마비와 같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하여 얕은목신경얼기차단으로 기술하였다.
Kim 등[9]은 최근 연구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얕은목신경얼기차단 시 0.25% ropivacaine 을 0.2 mL/kg 용량으로 투여하였을 때 횡격막차단이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본 사례는 횡격막차단을 피하기위해 이보다 더 적은 용량인 0.2% ropivacaine 5 mL만을 사용하였고, 횡격막차단에 대한 평가는 횡격막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시행하였다. Boon 등[10]은 횡격막 기능이상 환자를 선별할 때 횡격막 두께 1.4 mm 이상, 최대흡기와 호기 시 비율 1.2 이상의 기준이 민감도 93%, 특이도 100%를 나타냈다고 보고하였다. 본 증례의 경우 횡격막 두께 2.8 mm, 최대흡기와 호기 시 비율도 최소 1.68로 관찰되어 횡격막차단의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얕은목신경얼기차단은 통증 부위에 국소적으로 여러 번 피하주사하는 방법보다는 한 번의 주사로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경막외 신경차단술 시 발생할 수 있는 척수손상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도 적다고 생각된다. 비록 본 증례에서 얕은 목신경얼기차단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의 이행은 막지 못하였으나 급성 통증의 빠른 감소와 낮은 합병증 가능성으로 인해 본 증례와 같은 피부분절의 대상포진 환자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