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자가면역 갑상샘 질환은 갑상샘과산화효소(thyroid peroxidase), 갑상샘글로불린(thyroglobulin) 및 갑상샘자극호르몬 수용체(thy-roid-stimulating hormone receptor)에 대한 자가항체의 존재를 특징으로 한다[1]. 이 중 하시모토 갑상샘염(Hashimoto's thyroiditis)은 자가항체와 이로 인해 활성화된 T림프구에서 분비하는 시토카인에 의해 갑상샘 상피세포의 파괴가 유발되며,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은 B림프구가 생산한 갑상샘자극면역글로불린이 갑상샘자극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하고 이를 자극하여 갑상샘 크기를 키우고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2]. 이와 같이 상이한 기전과 증상을 보이는 두 자가면역 갑상샘 질환의 병발은 매우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3–5]. 저자들은 그레이브스병이 진단된 환자에서 하시모토 갑상샘염의 병발로 인한 것으로 생각되는, 총 세 차례에 걸친 갑상샘항진증과 갑상샘저하증의 전환을 경험하여 증례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특이 내과 과거력이 없는 48세 남자 환자로 2010년 3월, 피로감이 지속되어 타병원에 내원하여 시행한 검사에서 갑상샘항진증이 의심되어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외래에 내원하였고, 당시 시행한 검사에서 유리 T4 (free thyroxine)가 4.04 ng/dL (정상범위, 0.89–1.79 ng/dL)로 상승되어 있고, 갑상샘자극호르몬(thyroid-stimulating hormone)이 0.01 μ IU/dL(정상범위, 0.3–4.0 μ IU/dL)로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샘 자가항체검사에서 항갑상샘글로불린항체(anti-thyroglobulin antibody)는 0.2 U/mL (정상범위, 0–0.3 U/mL)로 정상범위였으나, 갑상샘자극호르몬 결합억제 면역글로불린(thyroid-stimulating hormone-binding inhibitor immunoglobulin)은 56.4 IU/L(정상범위, 0–1.0 IU/L)로 높게 측정되었다. 갑상샘 초음파검사에서는 갑상샘 실질이 비대하면서 전반적인 혈류가 증가된 갑상샘염 소견이 확인되었고(Fig. 1), 테크네튬-99 m 갑상샘 스캔검사에서는 섭취율이 8.5%(정상범위, 2.0%–4.0%)로 높게 측정되었다(Fig. 2). 환자는 그레이브스병 진단하에 메티마졸 10 mg, 프로프라놀롤 40 mg이 투여되었고, 치료 3개월 뒤인 2010년 6월 검사에서는 유리 T4가 0.09 ng/dL로 억제되고 갑상샘자극호르몬이 100 μ IU/dL 이상으로 증가된 갑상샘저하증 상태가 관찰되었다. 이에 메티마졸을 중단하였음에도 갑상샘저하증 상태는 지속되어, 2010년 7월부터 레보티록신이 투여되었다. 이후 6년 동안 레보티록신을 복용하며 갑상샘 기능이 정상범위로 유지되던 중, 2016년 5월 갑상샘 호르몬검사에서 유리 T4 2.54 ng/dL, 갑상샘자극호르몬 0.05 μ IU/dL 미만의 갑상샘항진증 상태로의 전환이 관찰되었다. 당시 갑상샘 자가항체는 항갑상샘과산화효소항체(anti-thyroid peroxidase antibody) 56.09 U/mL(정상범위, 0–35 U/mL), 항갑상샘글로불린항체 64.41 U/mL, 갑상샘자극호르몬 결합억제 면역글로불린 22.41 IU/L로 확인되었다. 이에 레보티록신은 중단되었고 메티마졸이 환자에게 투여되었다. 이후 2년간 메티마졸을 유지하였으나 2018년 6월, 유리 T4 0.08 ng/dL, 갑상샘자극호르몬 100 μ IU/dL 이상으로 측정되어 갑상샘저하증으로 다시 재전환되었다.
메티마졸은 중단되었으며 레보티록신이 다시 투여되었고, 이후 외래에서 2년이 경과한 시점까지 레보티록신을 유지하며 경과관찰 중에 있다(Fig. 3).
고 찰
본 증례의 그레이브스병 환자는 치료 중 갑상샘항진증과 갑상샘저하증이 반복적으로 전환되었다. 환자는 갑상샘항진증에 대해 치료를 시작한 3개월 이후 발생한 갑상샘저하증에 대해 6년간 치료받던 중 다시 갑상샘항진증이 발생하였으며, 이에 대해 2년간 치료 중 다시 갑상샘저하증으로 전환되어 총 세 차례의 갑상샘 기능 변화가 있었다. 환자가 처음 그레이브스병을 진단받을 시에 항갑상샘글로불린항체가 음성이었으나, 이후 양성이 되었고, 항갑상샘과산화효소항체 또한 양성인 것을 볼 때, 비록 조직학적인 확진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본 증례의 경우 그레이브스병 환자에서 하시모토 갑상샘염이 병발되어 나타나 이로 인한 반복적인 갑상샘 기능의 전환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발병 기전과 일반적으로 반대되는 증상을 보이는 두 자가면역 갑상샘 질환이 한 환자에서 서로 이환되어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갑상샘 기능 변화가 나타나는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몇 가지 가설들이 알려져 있다[6].
그 중 하나는 다양한 자가항체가 갑상샘 호르몬 수용체에 다르게 작용하면서 시간이 지남이 따라 기능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전에는 그레이브스병 환자에서는 갑상샘자극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자극항체만 나타난다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자극항체와 차단항체 모두가 동일한 환자에서 생산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자극항체 또는 차단항체 중 하나가 더 우세해지면서 그레이브스병 또는 하시모토 갑상샘염으로 발현될 수 있다[7]. 갑상샘자극호르몬 수용체 자가항체에 위와 같은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갑상샘수용체 자극항체와 차단항체 수치를 측정하여 변화를 파악하면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갑상샘자극호르몬 결합억제 면역글로불린의 측정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갑상샘수용체 자극항체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 증례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로 자극항체 및 차단항체의 측정은 시행하지 못하였다[3].
그 외 다른 가설은 갑상샘에 대한 심한 자가면역반응에 의한 조직 손상으로 갑상샘저하증이 나타났다가, 이후에 갑상샘 조직 손상이 회복되어 갑상샘 자극항체에 반응할 수 있게 되면서 갑상샘항진증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8]. 하지만 본 증례의 경우 세 차례에 걸쳐 갑상샘 기능의 전환이 나타났기에 조직 회복에 따른 변화로 보긴 어렵다. 또 다른 가설은 연령에 따른 면역조절 상태의 변화가 자가면역 상태의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설 역시 본 증례에선 젊은 연령에 3개월, 2년, 6년의 치료과정 동안 여러 번 갑상샘 기능 변화가 나타났기에 연령에 따른 면역 상태 변화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에 본 증례의 경우 첫 번째 가설에 의해 기능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기전에 의해 발생하였든 갑상샘항진증에서 갑상샘저하증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갑상샘저하증에서 갑상샘항진증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훨씬 드물다. 따라서 이들이 교대로 나타나는 것은 극소수의 증례 보고만 나오고 있으며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증례가 매우 드문 이유가 그레이브스병 환자에서 총갑상샘절제술 또는 방사성요오드와 같은 치료가 상대적으로 일찍 시행되는 경향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갑상샘 기능의 자발적 전환 가능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본 증례 환자의 경우도 만약 처음 갑상샘항진증으로 진단받았을 때, 수술 혹은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선택했다면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다[3].
이러한 증례들이 드물기 때문에 하시모토 갑상샘염으로 치료받는 중 갑상샘항진증이 나타나거나, 그레이브스병으로 치료받는 중 갑상샘저하증이 나타나면, 보통의 경우 약물에 의한 과교정으로 인해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드물게 본 증례의 경우처럼 하시모토 갑상샘염과 그레이브스병이 교대되어 나타났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