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에반스 증후군(Evans syndrome)은 다른 원인이 되는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면역성 혈소판감소증(immune thrombocytopenia)과 자가면역성용혈성빈혈(autoimmune hemolytic anemia)이동시에 혹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다[1,2]. 에반스 증후군 환자에는 적혈구, 혈소판 그리고 백혈구에 대한 자가항체가 발견된다. 에반스 증후군에서는 체액성 면역반응 이상, 세포성 면역반응 이상 모두 관여되어 있다[2]. 에반스 증후군은 잦은 악화와 관해를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질환경과를 보인다.
저자는 에반스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제왕절개술 마취관리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33세의여자환자로, 임신 17주째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산부인과 외래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8년 전 진단받은 에반스 증후군으로 스테로이드요법으로 치료중이었다. 에반스증후군 이외에 12년전 신정맥 혈전증 진단을 받아 치료받은 과거력이 있으며, 11년전 막증식성 사구체 신염(membranoproliferative glomerulonephritis) 진단을 받았다. 환자는 3년 전 질식 분만으로 정상아를 분만한 산과력이 있었다. 내원 당시 실시한 일반혈액검사상 혈색소 12.3 g/dL, 헤마토크릿 36.3%, 혈소판 90,000/µL 소견을 보였고, Prednisolone 12.5 mg을 경구투여 중이었다. 다른 임상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 태아의 제태위는 둔위였다. 이후임신 25주째에 실시한 일반혈액 검사에서 혈색소 12.2 g/dL, 헤마토크릿 35.3%. 혈소판 36,000/µL로 혈소판수치가 감소되어 Prednisolone을 20 mg으로증량하였다. 이 때 제태위는 횡위로 임신 37주차에 제왕절개술로 출산하기로 결정되었다. 임신 31주째실시한혈액검사에서혈소판수치가 41,000/µL였으며 임신성 당뇨진단을 받아서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였고, Prednisolone은 15 mg으로 감량하였다. 임신 33주째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혈소판수치가 33,000/µL이었으며, intravenous immunoglobulin(IVIG)을 투여받았다. IVIG 투여 후 임신 35주째의 일반혈액검사에서 혈소판 수치는 80,000/µL으로 측정되었고, IVIG을 투여받았다. 임신 36주 5일에 측정된 혈소판 수치는 40,000/µL이었고, 농축 혈소판 8단위를 수혈하였다. 수혈 후 측정된 임신 36주 6일의 혈소판수치는 59,000/µL이었고, 농축 혈소판 8단위를 추가로 더 수혈하였다. 임신 37주 1일에 측정된 혈소판 수치는 85,000/µL이었으며, 당일 제왕절개술이 결정되었다. 환자는 척추마취를 원하였으나, 혈소판 수치 저하로 인한 출혈 경향으로 신경축 마취 시 척수 혈종의 발생 위험성 때문에 전신마취를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수술실 도착 후 심전도,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마취 심도, 신경근 차단을 감시하기 시작하였다. 적절한 산소화 후 propofol 90 mg 정맥 투여로 전신 마취를 유도하였다. Succinylcholine 80 mg 정맥 투여 후 I-gel laryngeal mask airway (LMA)로 기도 확보 후 수술이 시작되었다. 마취 유지는 Sevoflurane 1.5 vol%, 50% N2O로 이루어졌다. 수술시작 1분후태아가만출되었으며, Apgar score는 출산 후 1분 9점, 출산 후 5분 10점이었다. 태반 만출 후 추가적인 출혈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수술 시작 후 29분 후 수술은 종료되었다. 신경근 차단제 길항제 투여 후 환자는 자발호흡으로 회복되었고 I-gel LMA를 제거한 후 회복실로 이송되었다. 수술 중 총 출혈량은 400 mL로 측정되었다. 회복실에서도 추가적인 출혈 양상을 보이지 않고 병실로 퇴실하였다. 수술 후 1일째 실시된 일반혈액검사에서 혈색소는 10.1 g/dL, 헤마토크릿은 29.0%, 혈소판은 79,000/µL로 측정되었다. 태아의 일반혈액검사는 정상이었다. 수술 후 3일째 실시된 일반 혈액검사에서 혈색소는 9.2 g/dL, 헤마토크릿은 26.6%, 혈소판은 122,000/µL로측정되어서, Prednisolone을 7.5 mg으로감량하였다. 수술 후 6일째 환자는 퇴원하였으며, 혈색소는 11.4 g/dL, 헤마토크릿은 33.7%, 혈소판은 94,000/µL로 측정되었다. 수술 후 30일째 실시된 일반혈액검사에서 혈색소는 12.8 g/dL, 헤마토크릿은 37.8%, 혈소판은 24,000/µL로 측정되어서 Prednisolone을 15 mg으로 증량 후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다.
고 찰
에반스 증후군은 1951년 Evans 등[3]이 후천성 용혈성 빈혈과 특발성 혈소판 자색반병을 가진 일련의 환자를 처음으로 보고하였으며, 1980년 Pui 등[4]은 에반스 증후군의 진단기준을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과 동시에 혹은 연속적으로 원인인자를 찾을 수 없는 저혈소판혈증이 나타나는 경우로 정하였다.
이 질환의 빈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로 진단받은 환자 중에 0.8%–3.7%가 에반스 증후군으로 진단된다[1]. 임신과 에반스 증후군의 관련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주로 임신 전 에반스 증후군으로 진단되었던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는 무증상으로 지내오다 임신과 관련된 검사 중에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에반스 증후군의 감별질환으로는 자간전증, 자간증, HELLP(hemolysis, elevated liver enzyme, low platelet) 증후군, 혈전성 저혈소판혈증 자색반병(thrombotic thrombocytopenic purpura), 임신성 급성지방간(acute fatty liver of pregnancy) 등이 있다.
에반스 증후군에서는 적혈구, 혈소판 그리고 백혈구에 대한 자가항체가 존재한다. 임신 중 이 질환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태반에 immunoglobulin G가 Fc portion에 대한 수용체가 존재하여 모체의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의 순환계로 이동되어 태아의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5]. 에반스 증후군으로 인해 자궁 내 태아 사망, 조기 태반박리, 그리고 분만 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6]. 현재로서는 임신 중에 태아의 혈소판 수치나 태아의 예후 측정을 위한 신뢰할만한 도구가 존재하지 않는다[7]. 태아의 예후를 예측할만한 유일한 도구는 이전의 임신에서의 태아의 결과이다[7,8].
에반스 증후군의 임상 경과는 관해와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적인 양상을 보인다. 일차적인 치료는 스테로이드 요법이다. 스테로이드요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재발하는 경우에는 IVIG나 cyclosporine, cyclophosphamide, azathioprine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게 된다. 약물치료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나 재발하는 경우에는 비장적출술을 고려하게 된다. Anti CD 20 antibody인 rituximab이 효과적이라는 보고들이 있다[9]. 에반스 증후군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들의 기형발생 위험성으로 인해 임신 중인 에반스 증후군 환자의 치료는 제한적이다. 임신 중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반스 증후군의 치료약제로는 스테로이드와 IVIG가 있다[10]. 치료에 따른 산모의 치료반응이 좋을지라도 태아의 경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에반스 증후군 자체로는 분만 시 제왕절개술의 적응증이 아니다. 에반스 증후군 환자의 출혈 합병증과 분만방법은 관련이 없다.
에반스 증후군 환자의 임신과 출산 시에는 임신 중 주의 깊은 감시와 다각적인 치료계획 수립, 주술기 출혈에 대비한 수혈의 준비 등이 태아와 산모의 안전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