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중심정맥도관 삽입(central venous catheterization)은 수술 중 수액과 약물의 투여, 중심정맥압(central venous pressure)을 측정하기 위하여 흔히 시행하는 시술이다. 천자할 정맥의 위치는 수술의 종류, 환자의 해부학적인 문제, 위치에 따른 합병증의 발생위험 등을 고려하여 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내경정맥(internal jugular vein)과 쇄골하정맥(subclavian vein)이 감염과 기계적 합병증(mechanical complication)의 위험성이 낮아 선호되지만 정맥 내 위치 이상(venous malposition)의 위험성은 쇄골하정맥에서 높은 편이다[1].
본 저자들은 신경외과 수술이 예정된 환자에서 오른쪽 쇄골하정맥에 중심정맥카테터를 삽입하였으나 수술 후 카테터가 고리를 형성(loop formation)하면서 정맥 내 적절히 위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기에 이에 대한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20세 여자 환자가 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 진단하 뇌경질막동맥간접문합술(encephaloduroarteriosynangiosis)을 시행 받기 위해 내원하였다. 환자의 키는 160 cm, 몸무게는 53 kg이었으며 좌측 폐의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으로 폐절제술(pneumonectomy)을 시행받은 과거력이 있었다.
수술실 도착 후 비침습적 혈압측정기(noninvasive blood pressure monitoring), 맥박산소측정기(pulse oximeter), 심전도(electrocardiogram)로 환자를 감시하면서 목표효과처 농도조절주입 (effect-site target-controlled infusion)을 이용한 propofol 4 μg/mL, remifentanil 4 ng/mL로 주입을 시작하였고 rocuronium 40 mg을 사용하여 마취유도를 하였다. 지속적 동맥압 감시(continuous arterial pressure monitoring)를 위해 오른쪽 요골동맥(radial artery)에 동맥삽관술(arterial cannulation)을 시행하였으며, 산소측정중심정맥카테터(8.5 Fr, 20 cm, triple lumen, oximetry central venous catheter; Edwards Lifesciences, Irvine, CA, USA)를 해부학적 지표를 이용하여 오른쪽 쇄골하정맥에 삽입하기로 하였다. 환자의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고 두부 하강 자세를 취하였다. 환기기(ventilator)를 끄고 폐를 허탈시킨 뒤 쇄골(clavicle)의 후방 1/3 지점 2 cm 아래에서 유도침(introducer needle)을 삽입하였다. 첫 번 째 시도에서 쇄골하정맥을 천자한 후 가이드와이어(guide wire)의 진입이 어려워 유도침과 함께 가이드와이어를 제거하였으며, 같은 쪽에서 시행한 두 번째 시도에서 중심정맥카테터 삽입 후 가이드 와이어를 제거하는데 약간의 저항이 느껴졌으나 3개의 도관에서 정상적으로 정맥혈이 나오는 것을 확인 후 15 cm에 고정하고 중심 정맥압 측정과 수액 투여를 시작하였다. 중심정맥압의 파형을 구분할 정도로 명확한 변동(fluctuation)은 없었지만 중심정맥압은 처음 13 mm Hg로 측정되었고 수술 중에는 13–15 mm Hg를 유지하였다.
수술 종료 후 환자는 중환자실로 전실되었고 흉부 X선 촬영을 포함한 수술 후 검사를 진행하였다. 흉부 X선 검사에서 삽입된 중심 정맥카테터가 고리 모양의 형태를 취하며 카테터의 끝이 쇄골하정맥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Fig. 1). 다음 날 카테터 제거 후 환자는 일반 병실로 전실하였으며 일주일 뒤 정상 퇴원하였다.
고 찰
본 증례에서 쇄골하정맥도관 삽입(subclavian vein catheterization)은 경험이 풍부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감독하에 2년차 전공의가 오른쪽 쇄골하정맥에 시행하였다. 일반적으로 중심정맥도관 삽입의 성공여부는 임상의의 경험이 중요하며 여러번 시도할수록 삽입 실패와 합병증의 발생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2,3]. 하지만 Mansfield 등[2]은 쇄골하정맥카테터 삽입 시 합병증의 발 생률과 카테터 삽입을 시행한 임상의의 수련기간과는 연관이 없으며 Schummer 등[4]은 한번 이상 중심정맥도관 삽입을 시도하는 것은 동맥 천자(arterial puncture), 기흉(pneumothorax), 정맥 파열(venous perforation) 등과 같은 기계적 합병증의 발생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나 카테터의 정맥 내 위치이상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본 증례에서 카테터의 정맥 내 위치이상은 임상의의 경험 부족과 천자 횟수 증가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심정맥도관의 위치이상은 천자하는 해부학적인 위치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으며[5] 이러한 위치이상은 적게는 1% 미만, 많게는 60%까지 나타난다[6]. Schummer 등[4]은 천자 위치가 오른쪽 내 경정맥일 경우 5.0%, 왼쪽 내경정맥일 경우 12.3%, 오른쪽 쇄골하정맥일 경우 10.5%, 왼쪽 쇄골하정맥일 경우 9.0%에서 중심정맥도 관의 위치이상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Conces와 Holden [3]은 쇄골하정맥 도관 삽입 후 32%에서 정맥 내 위치이상을 확인하였고 그 중 0.6%가 본 증례와 같이 카테터의 끝이 쇄골하정맥에 위치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오른쪽(36.8%)을 천자했을 경우에 왼쪽(19.9%)을 천자한 경우보다 위치이상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2,3]. 따라서 본 증례에서 중심정맥도관 삽입을 위해 선택한 정맥이 카테터의 위치이상의 빈도가 높은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증례에서 중심정맥관 삽입 후 처음 측정된 중심정맥압은 13 mm Hg였으며 환자는 기계적 조절환기(controlled mechanical ventilation) 중이었기 때문에 정상 수치로 간주하였고 수술 중에도 중심정맥압의 변화가 2 mm Hg를 넘지 않고 잘 조절되었다. 하지만 중심정맥압의 변동은 각각의 파형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Langston [7]은 중심정맥도관이 내경정맥에 위치하고 있을 때에도 중심정맥압이 정상 수치를 나타낼 수 있으며 파형의 움직임(dynamics)이 일부 줄어들 수 있는데, 이를 토대로 중심정맥압이 잘못 측정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본 저자들은 중심정맥압의 줄어든 파형에 대해서는 간과하였고 정상 수치를 나타내는 중심정맥압 수치에만 주목하였기 때문에 위치이상에 대한 의심을 할 수 없었다.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하는 정맥의 위치가 카테터의 위치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곳이고 시술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위치이상에 대해 의심을 할 수 있다. Pereira 등[8]은 오른쪽 내경정맥에 삽입한 중심정맥도관이 고리를 형성한 증례를 보고하였는데, 중심정맥도관을 삽입 후 가이드와이어를 제거할 때 저항이 느껴졌고 가운데 도관에서는 음압을 많이 가해야 정맥혈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일반적으로 가이드와이어를 통해 카테터를 삽입한 후 가이드와이어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저항이 클 때 카테터가 정맥 내에서 꼬이거나 구부러지고 고리를 형성하는 등 정상적인 주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증례의 경우에는 중심정맥도관이 고리를 형성하였지만 가이드와이어를 제거할 때 약간의 저항만 느껴졌고 세 개의 도관에서 원활하게 정맥혈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본 증례에서 사용된 중심정맥도관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에게 삽입한 도관은 산소측정 중심정맥카테터로 중심정맥도관 삽입을 시행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중심정맥카테터(7 Fr, 20 cm, triple lumen, multi-lumen indwelling catheter; Arrow International Inc., Reading, PA, USA)보다 직경이 8.5 Fr로 크고 단단하며 사용된 가이드와이어는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굵기가 같았다. 따라서 카테터의 직경이 좀 더 컸기 때문에 고리모양으로 구부러진 상황이었지만 카테터의 개방성(patency)이 유지되어 가이드와이어 제거 시 저항을 약하게 느끼고 모든 도관에서 정맥혈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심정맥도관 삽입은 임상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삽입하는 과정에서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9]. 보통의 경우 정맥이 지나가는 곳을 해부학적 지표를 사용하여 예측한 뒤 천자를 시도하며 카테터의 삽입 중에는 심전도를 확인하면서 주행을 예측하기도 한다. 카테터 삽입 후에는 정확히 거치가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각각의 도관에서 정맥혈이 나오는지 확인하거나 중심정맥압 측정을 한다[5]. 초음파(ultrasound)나 투시검사(fluoroscopy)등의 영상학적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 천자할 정맥의 변이(variation) 유무를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천자하는 중에도 유도자 역할을 하고 정맥관 삽입 후에는 카테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9]. 하지만 투시검사는 사용하기에 장소의 제약이 따르고 정맥관 삽입 시 쇄골하정맥과 대퇴정맥을 표적으로 할 경우에 초음파의 사용으로 좀 더 빠른 삽입이 가능한지, 천자 횟수를 줄일 수 있는지, 또는 기계적 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불충분하며 카테터 끝을 확인 하는데 제한점이 있다[2,9]. 흉부 X선 검사는 중심정맥도관의 주행 방향과 끝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5,6]. 수술 실 내에서도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한 뒤 필요 시 이동식 장치를 이용한다면 쉽게 흉부 X선 촬영을 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촬영 후 바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카테터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심정맥도관과 연관된 혈전증은 혈관벽에 손상으로 인해 야기되며 이는 카테터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카테터의 끝이 적절한 곳에 위치하지 않았을 경우 혈관벽을 만성적으로 자극하여 발생할 수 있다[10]. 또한 중심정맥도관이 정맥 내에서 고리를 형성하거나 꺾여 있을 경우에는 정맥 혈류의 양상이 변화하게 되고 저항이 증가하게 되어 혈전증(thrombosis)의 발생이 더욱 증가하게 되므로 빠른 제거가 필요하다[6]. 하지만 본 증례에서 수술 당일 촬영한 흉부 X선 결과가 신경외과 전공의에 의해 확인되었으나 중심정맥도관의 위치이상과 고리형성에 따른 합병증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카테터의 제거가 늦어졌다.
본 저자들은 오른쪽 쇄골하정맥에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위치이상의 발생을 예측하지 못한 채 시술을 마무리하였고 수술이 종료된 후 흉부 X선 촬영을 통해 카테터의 끝이 고리를 형성하면서 부적절한 곳에 위치한 것을 확인하였으나 카테터를 빨리 제거하지 못하였다. 중심정맥도관의 거치 시 위치이상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상황이나 본 증례와 같이 명확히 의심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발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수술 중에는 약물의 투여뿐 아니라 수액의 대부분이 중심정맥을 통해 주입되고 중심정맥압 감시가 환자 상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카테터의 올바른 위치가 더욱 중요하다. 또한 위치이상에 따른 합병증 발생의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중심정맥도관을 거치 후 통상적으로 영상학적 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위치이상을 빠르게 발견하여 중심정맥도관의 위치를 교정하거나 재거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