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대퇴신경 차단술은 슬관절 수술이나 하지정맥류 수술에서 마취 및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1]. 일반적으로 감각차단의 효과가 오래 지속될 경우 수술 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서 운동차단의 경우는 수술 후 환자의 불편함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수술 후 당일 또는 익일 퇴원이 가능한 하지정맥류 수술의 경우는 운동차단의 회복이 퇴원의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대퇴신경 차단 후 운동차단의 지연 회복을 보인 사례들을 보면 0.5% bupivacaine 15–30 mL를 사용하였을 때 30–40시간이 지나서 운동차단이 회복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2,3]. 하지만 ropivacaine의 경우는 운동차단의 지연 회복을 보인 사례들에 대한 보고가 많지 않다. 이에 저자들은 팽창마취(tumescent anesthesia)로 하지정맥류 고주파 열폐쇄술(radiofrequency ablation)을 시행한 환자에서 ropivacaine을 이용한 대퇴신경 차단 후 운동차단의 지연된 회복을 경험하였기에 이에 대한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5세 남자환자가 10년 전부터 시작된 양측 하지 통증으로 내원하여 양측 하지정맥류 진단하에 고주파 열폐쇄술을 시행 받을 예정이었다. 과거력상 신낭종(renal cyst)이 있어 경과 관찰하는 것 외에 특이병력은 없었다. 수술은 국소마취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으나, 수술 시 환자의 통증 경감을 위해 양측 대퇴신경 차단술을 시행하기로 하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로 의뢰되었다. 양측 대퇴신경 차단술은 서혜부에서 초음파를 이용하여 대퇴동맥 외측에 위치하는 대퇴신경을 찾은 후 외측에서 내측으로 바늘을 진입시켜 대퇴근막(fascia lata)과 장골근막(fascia iliaca)을 관통한 후 0.375% ropivacaine을 각각 15 mL 주입하는 방법으로 시행하였다(Fig. 1). 신경자극기(nerve stimulator)는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퇴신경 차단술을 시행할 때 신경자극 시 발생할 수 있는 저림 증상 및 통증 호소는 없었다. 수술은 무릎 바로 위에서 대복재정맥(greater saphenous vein)을 천자하여 고주파 열폐쇄술을 위한 카테터를 삽입하여 복재대퇴 접합부(saphenofemoral junction) 아래 2 cm에 위치하도록 초음파를 이용하여 확인하고, 국소적 팽창마취를 위해 생리식염수 945 mL에 epinephrine 2 mg, 2% lidocaine 45 mL, 8.4% sodium bicarbonate 10 mL를 혼합하여 복재대퇴 접합부 아래부터 무릎 위까지 대복재정맥 주위에 초음파 유도하에 각각 150 mL를 주입하였다. 고주파 열폐쇄술은 복재대퇴 접합부 아래 2 cm에서는 120°C 20초간 2회 시행하고 대복재정맥의 간격 7 cm마다 120°C 20초간 1회 시행하였다. 반대 측도 같은 방법으로 시행하였다. 수술시간은 1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수술 후 환자는 양측 하지의 근력 약화를 호소하여 휠체어로 병실로 이송되었다.
수술 다음날 퇴원예정이던 환자가 여전히 하지의 근력 저하를 호소하였고 수술 후 16시간에 병실에서 환자를 확인하였을 때 양측 하지의 무릎 신전(knee extension)이 전혀 불가능하여 보행을 할 수 없었다. 대퇴신경 차단술 시행 시 특이사항이 없었고, 양측 모두 근력 저하를 보인 것으로 볼 때 신경손상의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여 스테로이드는 사용하지 않고 기다려 보기로 환자에게 설명하였다. 수술 후 24시간에 환자는 무릎 신전이 가능하였지만 중력을 이기지는 못하였으며 여전히 보행은 불가능하였다. 이후 환자는 수술 후 30시간에 보행이 가능해졌으며 수술 후 2일에 정상 퇴원하였다.
고 찰
하지정맥류 고주파 열폐쇄술 시 정맥 주위로 정확하게 팽창마취를 시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팽창마취는 정맥 내로의 진정제 투여나 전신마취 없이도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팽창용액이 정맥벽을 압박하여 고주파 레이저 카테터와의 접촉을 용이하게 하고 효과적인 시술이 되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주입된 팽창용액은 고주파로 인해 발생되는 열로부터 주변 조직들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4]. 하지만 정맥 주위로 적절하게 팽창용액을 주입하기 위해서는 3–5 cm마다 피부 천자가 필요하며 용액이 주입되면서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고주파 열패쇄술 시 전신마취 또는 척추마취를 시행하기도 하나 이는 환자의 움직임을 지연시켜 심부정맥 혈전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5]. Bellam 등[1]은 하지정맥류 고주파 열패쇄술 또는 경화요법을 시행 받는 환자에서 초음파를 이용하여 대퇴신경, 궁둥신경, 복재신경을 2% lidocaine으로 차단한 결과 시술 시의 통증을 유의하게 감소시켰고 근력 약화는 2.5시간에서 최대 4.5시간까지만 지속되었으며 심각한 운동차단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본원에서도 하지정맥류 고주파 열폐쇄술 시 팽창마취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통증 감소와 수술 후의 빠른 회복을 위해 대퇴신경 차단을 시행하고 있는데, 초음파를 이용함으로써 직접적인 신경의 손상과 주위 혈관 천자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예기치 못한 운동차단의 회복 지연으로 30시간 동안 환자는 보행이 불가능하고 퇴원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본 사례에서 운동차단의 회복이 지연된 원인은 첫째로 팽창용액에 포함된 sodium bicarbonate의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소적 팽창마취를 위해 본원에서는 생리식염수 945 mL에 epinephrine 2 mg, 2% lidocaine 45 mL, 8.4% sodium bicarbonate 10 mL를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Ramos 등[6]은 10 mL의 0.75% ropivacaine를 0.012 mEq의 sodium bicarbonate로 알칼리화시켰을 때 경막 외 차단의 지속기간이 유의하게 증가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본 증례에서 대퇴신경 차단은 서혜부에서 시행하였고 팽창용액은 복재대퇴 접합부 아래부터 주입하였다. Sodium bicarbonate를 혼합하여 대퇴신경 차단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퇴신경 주위로 sodium bicarbonate가 침투되어 ropivacaine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둘째로, 신경 내 주입(intraneural injection)에 의한 염증유발이나 바늘에 의한 신경손상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초음파를 이용한 신경차단은 실시간으로 바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신경 주위로 국소마취제가 퍼지는 양상을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손상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초음파를 이용한 말초신경 차단술 1,400예 이상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도 국소마취제의 신경 내 주입을 보고한 바 있으며 이때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시술자도 국소마취제 주입 시 저항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였다[7]. 본 증례에서도 신경차단 중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없었고 초음파를 이용하였지만 신경 내 주입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셋째로, 주입한 국소마취제의 농도와 용량이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Chinachoti와 Makarasara [8]는 대퇴신경 차단술 시행 후 일측 슬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들 중 5명(2%)의 환자에서 술 후 24시간 이상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회복되지 않았으며 최대 4일이 지나서야 보행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5명의 환자 중 4명은 0.5% bupivacaine 20 mL를, 1명은 0.25% bupivacaine 20 mL를 사용하였는데 저자들은 높은 농도의 국소마취제 사용이 회복 지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Casati 등[9]은 같은 용량(90 mg)의 ropivacaine을 각각 0.5% (18 mL), 0.75% (12 mL), 1% (9 mL)로 농도를 다르게 하여 대퇴신경 차단을 시행한 결과 8시간 정도 후에 무릎의 운동차단이 회복되었으며 국소마취제의 농도가 회복 시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본원에서 15 mL의 0.2% ropivacaine (30 mg)을 사용하였을 경우 수술 중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저자들은 0.375% ropivacaine 15 mL (56 mg)로 농도를 높여 시행하고 있다. 수술 중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서 운동차단의 지연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적절한 ropivacaine의 농도에 대한 연구가 향후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대퇴신경 차단술과 국소적 팽창마취로 시행한 하지정맥류 고주파 열폐쇄술 후 운동차단 회복의 지연은 어느 한 가지의 명확한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에 관한 다방면의 고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고, 신경차단술을 시행할 때는 초음파 사용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가능한 적은 용량의 국소마취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