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임신성 융모성 질환(gestational trophoblastic disease)은 과거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환이었으나 융모성자극호르몬이라는 종양표지물의 활용으로 빈도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1].
포상기태의 발병률은 부분포상기태는 1,000 임신 중 8.6명, 완전포상기태는 1,000 임신 중 0.5–2.5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부분포상기태는 4%에서, 완전포상기태는 20%에서 지속성 융모상피질환으로 발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3]. 포상기태는 환자의 나이가 16세 미만 또는 4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는 20–30대 여성보다 약 4–10배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3,4].
저자들은 최근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천안병원 산부인과에서 경험한 40세 이상 여성에서 임신 초기 계류유산으로 오인한 완전포상기태를 제거하였고, 이후에 혈중 베타 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hin, hCG) 농도의 지속 및 약간의 증가 소견으로 지속성 융모성 질환을 의심하여 진단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간단한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8세 기혼 여성이 지속적인 질 출혈과 자궁근종에 대한 정밀검사를 위해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천안병원 산부인과 외래로 내원하였다. 산과력은 2-0-2-2였으며 초경은 16세, 최종 월경일은 2016년 4월이었다. 과거 월경주기는 규칙적이었으나 약 1년 전부터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졌으며 월경량이 증가하고 월경곤란증을 호소하였다. 그 외 과거력 및 가족력상 특이사항은 없었다. 환자는 본원에 내원하기 2주 전에 대량의 질 출혈로 개인 의원에 방문하였고 계류 유산 의심하에 흡입소파술을 시행받았다. 그 당시 시행한 혈중 베타 hCG 수치는 15,000 mIU/mL 이상이었다. 흡입소파술을 시행하였지만 지속적인 질 출혈이 있었고 2년 전 대비 자궁근종의 크기가 증가하여 정밀검사를 위해 본원 외래에 내원하였다. 내원 당시 환자의 전신상태는 양호하였고 외견상 특이소견은 없었다. 신장은 154 cm, 체중 57 kg, 혈압은 100/60 mm Hg, 맥박은 78회/분, 호흡수는 18회/분, 체온은 36.5°C였다. 골반진찰상 어두운 붉은색의 혈액이 적은 양 관찰되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질식 초음파에서 다양한 크기의 근종이 여러개 관찰되었으며 자궁내막은 13 mm 두께였고 자궁강 내 불규칙한 저 음영 소견이 관찰되었다. 좀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복부 및 골반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며 다양한 크기의 근종이 여러 개 관찰되는 것 외에 자궁 및 부속기에 특이소견은 없었다. 이에 따라 근종에 대한 치료로 자궁절제술을 하기로 하고 수술 전 검사를 시행하였다. 혈액검사, 갑상선기능검사(thyroid-stimulating hormone, T3, free T4)는 정상범위였고 흉부 X선 촬영 등에서는 이상이 없었다. 혈중 베타 hCG 수치는 1,700 mIU/mL로 관찰되었다. 이후 주기적으로 측정한 혈중 베타 hCG 수치는 2,514, 2,369, 2,275 mIU/mL로 처음 내원했을 당시보다 약간 증가한 상태로 일정한 농도를 유지했다. 질식 초음파 추적검사상 자궁강 내에 불규칙한 저음영 소견과 다낭성 구조물이 관찰되었다. 이에 자궁경관 개대 후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 조직검사결과 조직 절편의 저배율 소견상 심한 부종을 동반한 점액 모양의 융모가 관찰되었으며 융모에서 영양세포가 증식되어 있었다. 고배율에서 경도, 중등도 세포의 비정형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상의 조직 소견에서 완전포상기태와 부분포상기태 또는 수포성 변성을 보이는 퇴행성 수태물을 감별하기 위해 p57 면역화학염색을 시행하였고 융모를 둘러싼 세포영양모세포가 p57을 발현하지 않았다(Fig. 1A, B). 상기 조직학적, 면역화학염색결과를 고려하여 완전포상기태로 진단하였다.
이후 환자는 예정대로 복강경하 자궁전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검체의 육안검사에서 자궁내막에 종괴는 없었으며 검붉은 색의 출혈성 병변을 관찰할 수 있었다. 현미경검사에서 자궁내막에 남아 있는 영양막세포가 관찰되었으며 고배율에서 착상된 영양막세포의 중등도 이형성이 관찰되었다(Fig. 1C, D). 이전의 자궁내막 조직검사 결과 등을 고려하여 해당 병변을 지속성 융모질환으로 진단하였다.
환자의 병력과 임상검사를 바탕으로 제1기(Federation of Gynecology and Obstetrics [FIGO] classification)의 저위험 임신성 융모성 질환으로 진단하여 현재 hCG 추적관찰 중에 있다. 자궁전절제술 시행 후 hCG 추적검사결과 377, 219, 166, 50, 22, 6 mIU/mL로 지속적인 감소 소견을 보이고 있다.
고 찰
임신성 융모성 질환은 임신과 연관된 영양배엽의 비정상적인 증식과 융모의 부종을 수반한다[5]. 과거에는 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포상기태, 침윤성기태, 융모상피암으로 구분하였으나, 1983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포상기태와 임신성 융모상피종양으로 크게 분류하였고, 포상기태는 완전포상기태와 부분포상기태로 나누고 임신성 융모상피종양은 비전이성과 전이성으로 구분하게 되었다.
임신성 융모성 질환은 포상기태의 발생 빈도에 따라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고, 한국은 비교적 높은 빈도를 나타내는 지역에 속해 있다[6]. 최근 들어 사회경제적 수준의 향상과 치료 및 진단법의 발전으로 발생 빈도가 감소하고 있으나 임신당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는 포상기태는 환자의 나이가 4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는 20–30대에 비해 약 4–10배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늦은 결혼과 출산의 영향으로 생각된다[3,4]. 또한 불임치료 등에 사용되는 hCG 및 폐경성선자극호르몬(human menopausal gonadotrophin)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포상기태 임신의 발생이 증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7].
완전포상기태는 태아와 배아조직이 없으며 영양배엽세포의 증식과 태반융모부종 및 융모 간질혈관들의 소실이 있고 세포유전학적으로는 부계 쪽 염색체로만 이루어진 46, XX 핵형을 가진다. 그리고 지속성 임신성 융모성 종양(persistant gestational trophoblastic tumor)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20%에 달한다[2].
포상기태의 진단은 대부분 초음파로 이루어지며 포상기태와 정상임신을 구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포상기태와 퇴행성 수태물, 즉 임신 초기의 계류유산 또는 자궁 내 혈종과의 감별은 상당히 어렵다[8]. 본 증례의 경우에도 본원에 내원하기 전 개인의원에서 초음파검사상 계류유산으로 진단되어 자궁소파술을 시행하였고 병리조직학적 검사결과는 보고되기 전이었다. 완전포상기태 후 임신성 융모성 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성을 예측하는 인자로는 포상기태 제거 전 hCG 값이 100,000 mIU/mL 이상, 재태 연령보다 자궁이 더 큰 경우, 6 cm 이상의 난포막 황체 난소 낭종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이형성 접합체, 포상기태 또는 융모상피암의 기왕력, 갑상선기능항진증, 임신중독증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임신성 융모성 질환의 발생은 40% 가량 되고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 4%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다[9]. 본 증례의 경우는 선행임신 종결 후 hCG 값이 약간 상승한 후 지속되었다는 소견 이외에 임신성 융모성 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높지 않았다.
포상기태의 치료는 포상기태 제거 후 임신성 융모성 종양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분류하여 예방적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여 예후의 향상을 도모해 왔다. 가장 널리 쓰이는 WHO의 scoring system에 의해 본 증례를 대비시킨 결과 저위험군에 속하였고, FIGO classification에 따라 제 1기에 해당되었다. 환자가 임신을 원하지 않고 다발성 자궁근종이 동반되어 있어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hCG 추적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hCG 값이 정상화되지 않거나 정상화된 후 다시 상승할 경우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예정이다[10].
최근에는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하는 경우가 빈번해졌지만 40세 이상의 여성이 임신한 경우는 포상기태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며, 유산으로 진행한 경우에도 병리조직학적 검사와 hCG 추적검사를 적절히 시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임신 초기에는 포상기태의 경우와 계류유산 또는 불완전유산과 감별이 어렵다. 본 증례의 경우에도 개인의원에서 초음파검사와 hCG검사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 초기에 시행한 검사였기에 계류유산으로 오인하였다. 그 결과 임신성 융모성 종양의 진단시기가 지연되었고 hCG를 이용한 적절한 추적관찰을 하지 않았다면 자궁근종을 위해 전자궁절제술 이후 재발에 대한 추적관찰을 시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본 증례의 경우 초음파검사에서 자궁내막의 이상소견을 간과하지 않고 hCG를 적절히 추적관찰하여 임신성 융모성 종양을 진단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고령임신부에서는 유산이 진행된 경우라도 반드시 hCG검사를 통한 적절한 추적관찰이 필요하겠다.
저자들은 최근 완전포상기태 제거 후에 혈중 베타 hCG의 약간의 상승 및 지속 소견으로 지속성 융모성 질환으로 진단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간단한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