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ial disease)은 동맥경화가 가장 흔한 원인이며 하지의 근육조직에 불충분한 혈류 공급으로 인해 간헐적 파행증(intermittent claudication)으로 증상이 발현된다. 간헐적 파행증은 동맥경화로 인한 만성 대퇴슬와 동맥질환이 있는 60세 이상의 환자에서 자주 발생하며 운동에 의해 심해지고 휴식에 의해 호전되는 특징을 가진다[1].
간헐적 파행증의 원인 질환으로는 죽상 동맥경화에 의한 하지 말초동맥의 폐색이 가장 흔한데 동맥폐색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슬와동맥류, 슬와동맥포착증후군(popliteal entrapment syndrome), 외막낭성질환(adventitial cystic disease), 버거씨병(Buerger’s disease) 등이 그 예이며 주로 젊은 나이, 심혈관 위험인자가 적은 환자에서 주로 보고되고 있다[2]. 슬와낭종(베이커 낭종)에 의한 슬와동맥 압박은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6개 증례만 보고된 매우 드문 현상이다. 저자들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많은 환자에서 간헐적 파행증이 나타나 처음에 말초동맥질환으로 판단하였으나 슬와낭종에 의한 외부 압박에 의한 것으로 판명된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69세 남자가 3년 전부터 평지를 빠르게 걷거나 언덕을 오를 때 답답한 느낌의 가슴 통증으로 내원하였다. 통증은 운동할 때 심해졌으며, 2-3분 지속되다 쉬면 호전되었다고 하였다.
환자는 20년 전부터 당뇨병, 고지혈증으로 투약 중이었고 30년 전 우측 무릎 인대 손상으로 수술한 적이 있었다. 담배는 40년 동안 하루 1갑 피우고 있었고 술은 주 4-5회 1회당 소주 1병 마시고 있었다. 가족 중에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심전도검사에서 ST 분절 상승 및 하강, T파 역위 그리고 Q파는 관찰되지 않았다. 단순 흉부 X선검사에서도 심비대는 관찰되지 않았다. 신체검진에서 체중은 60 kg, 키는 174 cm였으며, 혈압 120/60 mm Hg, 맥박 수 84회/분, 호흡 수 18회/분, 체온 36.5°C였다. 심음은 규칙적이었으며, 심잡음은 없었고, 호흡음도 정상적이었다. 말초 혈액검사에서 특이소견은 없었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흡연, 당뇨병, 고지혈증, 나이가 있어 협심증 가능성 높다고 판단하여 선별검사로 운동부하검사(exercise treadmil test)를 시행하였다. 환자는 4분 동안 5.8 metabolic equivalent tasks까지 운동한 후 우측 다리 통증으로 힘들어 검사를 중단하였다. 운동부하검사 심전도에서 ST 분절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외래에서 운동부하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우측 다리 통증에 대한 병력 청취를 다시 하였다. 환자는 한 달 전부터 평지를 200 m 걸으면 우측 종아리가 아파 쉬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2-3분 쉬면 호전되었다고 하였다. 우측 대퇴동맥은 좌측과 동일하게 만져졌으나 우측 슬와동맥과 우측 발등동맥을 만졌을 때 좌측에 비해 약하게 느껴졌다. 우측 하지는 따뜻하였으며, 피부 색조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발목상완지수(ankle brachial index) 측정결과 우측 0.74, 좌측 1.18로 우측이 감소되어 있었다. 이에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하여 하지동맥 전산화 단층촬영(lower extremity artery computed tomography)을 시행하였다.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3 cm 크기의 저음영의 내용물을 보이는 낭종에 의해 슬와동맥이 압박되어 막혀있는 소견을 보이고 있었다(Fig. 1A). 슬와동맥 외 다른 부위에서는 협착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동맥 내부의 동맥경화도 관찰되지 않았다(Fig. 1B). 슬와동맥의 외부압박으로 인한 파행증으로 판단하여 낭종에 대한 수술 위해 정형외과에 의뢰하였다.
정형외과에서 우측 무릎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다. 후방 십자인대 뒤쪽으로 낭종이 관찰되었으며 관절 내에서 발생하여 관절과 교통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다(Fig. 2). 또한 내측 반월상 연골 파열과 외측 반월상 연골 파열도 함께 관찰되었다. 환자는 입원하여 반월상 연골 파열 및 낭종에 대한 관절경 수술을 진행하였다.
후방 십자 인대의 외측으로 관절경을 접근하여 낭종의 체크 밸브를 제거하고 낭액을 배액하여 감압을 시도하였다(Fig. 3). 수술 중 우측 발등동맥 맥박이 좌측과 같은 강도로 촉지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고 찰
말초동맥질환은 관상동맥을 제외한 전신동맥질환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하지동맥의 동맥경화로 인한 만성 폐쇄성 질환을 일컫는다. 40세 이후 발병하기 시작하며,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여 60-69세 인구의 5%에서 발생하고, 70세 이상에서는 15-30%에서 발생한다[3].
2005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American Heart Association 가이드라인에서 조사된 임상 증상의 분포는 무증상(20-50%), 비특이적 통증(40-50%), 간헐적 파행증(10-35%), 임계 하지 허혈(1–2%)이다[2]. 가장 특징적인 증상인 간헐적 파행증이란 운동에 의해 악화되고 운동 및 보행을 중단하고 쉬면 호전되는 근육의 통증을 말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혈류량의 수요에 공급이 미치지 못해서 발생한다[4].
말초동맥질환의 위험인자는 흡연,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관상동맥의 위험인자와 비슷하다[3]. Framingham 심장연구에 의하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40 mg/dL가 증가할 때마다 간헐적 파행증 발생의 위험도가 1.2배 증가하였으며, 흡연의 경우 하루 10개비 증가가 1.4배, 당뇨병 환자의 경우 2.6배, 경도의 고혈압의 경우 1.5배, 중증도의 고혈압의 경우 2.2배 증가하였다[5].
말초동맥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발목상완지수를 측정해야 한다. 발목상완지수가 0.9 이하인 경우 말초동맥질환 진단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전산화 단층촬영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자기공명영상을 사용할 수 있다. 혈관조영술은 말초동맥질환의 표준 진단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병변의 위치와 정도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며, 수술이나 경피적 혈관확장술 등을 고려할 때 사용된다[4].
간헐적 파행증은 하지동맥경화에 의해 가장 흔히 발생하지만, 하지동맥 폐쇄를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원인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동맥류(arterial aneurysm), 동맥박리(arterial dissection), 색전증(embolism), 슬와동맥포획증후군, 외막낭성질환, 버거씨병 등이 있다[2]. 또한 간헐적 파행증은 혈관 외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 척추간판 탈출증에 의한 신경인성 파행증과 퇴행성관절염 등에 의한 근골격계에 원인에 의한 파행증이 그 예이다[2].
본 증례의 환자는 69세로 고령이었으며 흡연,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어 동맥경화성 질환의 고위험군에 속하였다. 간헐적 파행증이 있으면서 우측 발목상완지수가 0.74로 감소되어 있어 말초동맥질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슬와동맥을 압박하는 낭종이 관찰되어 이것을 원인으로 판단하고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수술 후 증상은 호전되었다.
슬와동맥에 발생하는 낭성 질환은 외막낭성질환(adventitial cystic disease)과 슬와낭종이 있다. 조직검사를 통해 확실히 감별할 수 있으나 환자는 시행하지 못하였다. 외막낭성질환의 경우 혈관외막(adventitia)에서 발생하므로 혈관을 따라 둘러싸듯 낭종이 형성되고 슬와낭종은 활액막(synovium)에서 발생하므로 혈관 외부에서 낭종이 형성되어 혈관에 섬유화되어 부착되어 있다[6]. 외막낭성질환은 대개 관절과 교통하고 있지 않으며 슬와낭종은 관절과 교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6]. 외막낭성질환은 관절 내 병변을 동반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슬와낭종은 대부분 관절 내 병변을 동반한다[7]. 증례의 환자는 낭종이 슬와동맥 외부에서 압박하는 형태였으며 관절과 교통하고 있었고 관절 내 병변으로 반월상 연골 파열도 동반되어 있어 슬와낭종으로 진단하였다(Fig. 2).
슬와낭종은 슬관절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낭성 종양으로, 보통 슬와부 내측에 위치한 비복근(gastrocnemius)과 반막양근(semimembranosus) 사이의 약해진 점액낭 내로 관절액이 유출되면서 형성된다. 1840년 Adams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되었으며 1877년 Baker의 논문에서 Baker’s cyst로 명명되어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다[7].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을 때 약 5%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7,8]. 주로 내측 비복근과 반막양근 사이에서 후내측으로 발생하지만 증례의 환자는 특이하게 후방 십자인대 뒤쪽으로 관절낭을 뚫고 나와 비복근의 내측 두(medial head)와 외측 두(lateral head) 사이에서 발생하였다(Fig. 2).
슬와낭종은 흔히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나 무통성 종물이나 슬와부 통증, 종창, 슬관절 운동장애 및 주위 조직의 압박으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7]. 주위 조직을 압박하여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는 신경 압박, 정맥 압박, 동맥 압박, 낭종의 파열에 의한 구획 증후군이 그 예이다. 신경 압박은 주로 경골신경(tibial nerve)을 누르게 되며 비복근 위축으로 인한 근력저하가 생긴다. 슬와정맥을 압박 시에는 종창 같은 심부정맥 혈전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슬와동맥 압박 시에는 허혈성 통증 및 간헐적 파행증을 보이게 된다[8]. 신경과 정맥 압박은 비교적 자주 보고되나 슬와동맥 압박으로 인한 간헐적 파행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슬와동맥은 단단한 혈관벽과 높은 혈압을 가지며 해부학적으로 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8]. 슬와낭종의 슬와동맥 압박은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6개 증례만 보고되었다[6,9-13] (Table 1).
슬와낭종은 일반적으로 관절 내 병변이나 관절 삼출이 동반되며 이를 통해 크기가 증가하면서 저항이 적은 근육 사이로 낭종이 확장된다. 내측 반월상 연골 파열이 가장 흔히 동반되며, 이 외에도 외측 반월상 연골 파열, 골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추벽증후군 등과 동반될 수 있다[7,14]. 낭종은 약 반수에서 슬관절과 교통하고 있으며 밸브 기전이 있어 관절 내에서 낭종 쪽으로 한 방향으로만 액체의 흐름이 있어 낭종이 커지게 된다[14,15].
슬와낭종의 치료의 중심은 보존적 치료이다. 낭종은 대개 증상이 없으며,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많은 환자에서 경과 관찰만으로 치료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증상이 있다면 진통제, 흡인, 스테로이드 주입이 고려될 수 있으나 상당수에서 재발한다[7]. 과거에 관혈적 수술이 시행되었으나 재발률이 50% 이상으로 높아 적절한 치료가 되지 못하였다[15]. 이는 관혈적 수술로는 관절 삼출을 유발하는 관절 내 병변에 대한 치료가 되지 않고 슬관절과 교통하고 있는 밸브에 대한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15].
1999년에 처음으로 슬와낭종에 대해 관절경 치료가 도입되었다. 관절경 수술의 장점은 관절 내 병변에 대한 치료와 슬관절과 교통하고 있는 밸브에 대한 치료를 모두 할 수 있어 재발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14,15]. 2011년 Ahn 등[14]은 3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슬와낭종에 대해 관절경 수술을 시행하였다. 모든 환자에서 증상이 호전되었으며 수술 후 자기공명영상에서도 17명의 환자는 낭종이 사라졌으며 14명의 환자는 낭종의 크기가 감소하여 모든 환자에서 호전을 보였다[14]. 관절경 수술은 슬와낭종의 재발률 관점에서 관혈적 수술보다 효과가 훨씬 우월하여 관혈적 수술에 대한 훌륭한 대안으로 판단된다.
간헐적 파행증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동맥경화 위험인자가 많아 말초동맥질환으로 생각하였으나 슬와낭종으로 진단되어 수술 진행 후 호전되었다. 간헐적 파행증의 원인으로 말초동맥질환이 가장 흔하지만 하지동맥의 외부 압박에 의해서도 가능함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슬와낭종에 의한 슬와동맥 압박으로 간헐적 파행증이 발생한 경우는 매우 드문 현상이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