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부신피질암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종양으로 매년 백만 명당 0.5-2명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1]. 대부분의 환자는 첫 진단 또는 재발하는 경우에 관계없이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2]. 흔하게 전이되는 부위는 간, 폐, 뼈, 림프절 순이며[3] 원발종양의 직접적인 침윤이 아닌 위(stomach)로의 원격전이는 현재까지 문헌으로 보고된 바는 없다. 저자들은 부신피질암 2기를 진단받고 근치적 수술 및 보조항암화학요법 치료 후 완치되었으나 19년 만에 위를 포함한 다발성 전이 병소로 재발한 부신피질암 환자를 처음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2세 남자가 10일 전부터 시작된 우측 허벅지 통증을 주소로 아주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상기 증상을 주소로 타 병원에서 척추 magnetic resonance imaging 영상검사를 시행하였으며 검사결과 요추 3번에 3.2×3.0 cm 크기의 단일종괴가 보였고 이를 악성종양으로 의심하여 추가검사 시행을 계획하였다. 환자는 과거력상 1995년 좌상복부에 만져지는 종괴를 주소로 본원 외과에 내원하여 당시 부신피질암을 진단받았고 10 cm 크기의 좌측 부신 종괴 외에 영상검사에서 다른 장기로의 원격전이소견이 없어 근치적 절제수술(좌측 부신 절제술 및 좌측 신장 절제술, 췌장미부 절제술, 위 쐐기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 조직학적으로 국소전이소견은 없었다. 추가적인 보조항암화학(ifosfamide/carboplatin/etoposide regimen)요법으로 6개월 동안 치료받았고 영상검사에서 재발소견 없이 1999년까지 추적관찰을 시행하였으나 이후로는 증상이 없어 내원하지 않았다. 이외에 특이 가족력은 없었으며 흡연력도 없었다.
내원 시 활력징후는 혈압 142/40 mm Hg, 맥박 수 84회/분, 호흡 수 16회/분, 체온 36.2°C로 측정되었다. 급성 병색은 보이지 않았으며 의식은 명료한 상태였고 우측 허벅지 통증 외에 호소하는 증상은 없었다. 흉부 진찰상 우상부 호흡음 감소소견을 보였고 진찰상 우측 하지의 감각저하 및 운동기능 저하소견은 없었다.
시행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7,900/μL, 혈색소 12.3 g/dL, 헤마토크리트 38.0%, 혈소판 327,000/μL로 정상범위 내 측정되었으며 혈청 생화학검사상 간기능, 신기능에 특이 이상소견은 없었다. 혈청 전해질검사에서 나트륨 139 mmol/L(정상범위, 135-145 mmol/L), 칼륨 4.3 mmol/L(정상범위, 3.5-5.5 mmol/L)였으며 소변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은 없었다. 흉부 X선 단순촬영 검사결과 우측 기관지 편위를 동반한 종괴와 우상부 무기폐 소견이 있었고 다발성의 혈행성 전이 결절이 보였다. 전신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전산화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을 시행하였는데, 우상부 폐종괴 및 양쪽 폐엽의 다발성 악성 결절을 보였으며 간, 우측 부신, 흉추 2번, 3번과 요추 3번, 다발성 림프절에 전이된 악성종양 소견이 보였다. 위 후벽에도 악성종양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었다(Fig. 1).
종양의 조직학적 진단 및 원발병소 부위의 확인을 위해 요추 종괴에 대한 CT 유도하 세침흡인검사와 기관지내시경 및 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 상부위장관내시경검사를 추가적으로 시행하였고 검사결과 내시경적 소견에서 위 체부 대만곡 부위에 진행성 위암 의심병변이 발견되었으며 이에 대한 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Fig. 2).
요추부 종괴(Fig. 3A)에서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골주 사이로 alveolar pattern을 보이며, 투명한 세포질과 비정형의 핵을 보이는 종양세포가 관찰되었다. 위 조직(Fig. 3B)에서는 궤양이 관찰되었고 종양세포들이 위의 점막, 점막근육까지 침범하는 소견을 보였다. 종양세포들은 핵의 다형성 및 비정형성을 보였고 세포질이 호산성이거나 매우 풍부하고 투명한 거품성을 보였고, 미세한 혈관에 의해 둘러싸인 배열을 보였다. 기관지조직검사에서는 기관지 상피하층으로 부신피질암세포의 침윤이 관찰되었다. 환자의 요추부, 위 조직소견을 고려하여 1995년 진단된 부신피질암의 조직학적 소견과 형태학적인 비교를 시행하였으며 상기 조직들이 모두 1995년 절제한 좌측 부신에서 보인 조직학적 소견(Fig. 3C)과 형태학적 동일성을 보여 모두 부신피질암의 전이 병변으로 진단하였다. 위조직에서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추가적으로 시행하였으며 검사결과 Melan-A (MART-1) 염색에 양성을 보였고 inhibin, calretinin에는 음성 소견을 확인하였다.
부신피질암의 호르몬 분비능을 평가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내분비학적 검사를 시행하였다. 혈청알도스테론, 레닌활성도, 코르티솔부신피질자극호르몬은 모두 정상범위로 측정되었으며 24시간 소변검사에서 바닐릴만델산(vanillymandelic acid),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메타네프린, 노르메타네프린 역시 정상범위 내로 측정되었다. 시행한 검사결과를 토대로 다발성 전이를 동반한 비기능성부신피질암의 재발을 최종 진단하였으며 고식적인 항암 치료로 EDP (etoposide, doxorubicin, cisplatin)와 mitotane의 병합 요법을 시행하였고 증상완화 목적으로 요추부 종양에 대한 방사선 요법을 시작하였다.
고 찰
부신피질암은 매우 드문 질환이며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치료는 후향적 분석이나 비무작위 연구결과를 토대로 시행하며 근치적 절제술 외에는 생존율의 향상을 보이는 치료가 없다[4]. 숙련된 외과의가 수행한 근치적 절제술은 전이를 동반하지 않은 원발성 부신피질암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Mitotane (Lysodren, o, p’-DDD, a congener of the pesticide 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은 부신피질에 선택적 세포독성 효과를 가지는 약제로 이를 기본으로 한 보조항암화학요법이 재발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어 수술 후 추가적인 치료로 권장된다[5]. 따라서 첫 진단 시 수술적 치료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정확한 병변의 부위와 크기,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근치적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더라도 70-85%의 환자들은 재발을 경험한다[6]. 병리학적 소견에서 주변 장기의 국소적 침범이 있거나 증식지표(proliferation index)가 높은 경우 재발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으며 재발한 상태에서의 치료는 현재까지 정립된 표준 치료법이 없다[2]. 본 환자의 경우는 1995년 첫 진단 당시는 European Network for the Study of Adrenal Tumors (ENSAT) stage II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5년 생존율 (58%)과 재발률 (30-74%)이 비교적 양호하다[7].
국소적으로 특정 부위에만 재발하는 경우는 문헌에 따라 전체 환자의 19-60%까지 보고되었고 췌장, 비장, 간, 늑막, 후복막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하며 원격전이를 동반하는 경우는 전체의 39-65%로 주로 폐, 간에서 전이가 발견된다[6,8]. 현재까지 위는 부신피질암의 직접 침윤이 아닌 원격전이의 병소로 문헌상 보고된 바는 없다. 부신피질선종의 경우는 수일간의 상복부 통증, 오심, 구토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를 상부위장관내시경 및 이를 통한 조직검사로 부신피질선종이 위로 전이된 것을 중국에서 Ren 등[9]이 단일 증례로 보고한 바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영상검사에서 위의 악성 종양이 의심되었고 주변에 인접해 있는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종양의 직접 침윤소견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원발위암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였다.
부신피질암은 50% 이상이 5년 이내에 재발하게 된다[6]. Wangberg 등[10]이 수술 후 장기간 생존한 부신피질암 환자들을 분석한 문헌에서도 첫 재발까지의 중앙값은 16개월이었다. 일반적으로 치료 후 2년 동안은 3개월 간격으로 영상학적 검사를 시행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재발소견이 없다면 시행 간격을 늘려볼 수 있다[5]. 근치적 수술을 받고 첫 재발까지의 기간이 길었던 경우는 문헌상 각각 84개월, 108개월 만에 발생한 증례로 보고된 바 있으며 재발에도 불구하고 근치적 수술이나 항암화학요법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장기 생존한 증례로 보고되었다[10,11]. 이에 환자들은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권고된다[5].
일반적으로 환자가 근치적 수술을 받고 나서 부신피질암이 재발하는 경우 수술 후 12개월 이상의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발병했을 시 가능하다면 수술적 치료를 재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6개월 이내의 빠른 시일 내 재발한 경우에는 약물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5]. 원격전이가 동반된 재발성 부신피질암의 경우에는 국소적인 치료가 어렵다면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현재까지는 mitotane을 기본으로 한 화학요법(etoposide, doxorubicin, cisplatin, and mitotane)이 무작위 2상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약제에 비하여 효과가 우수하더라도 치료 반응률(23.2%) 및 전체 생존율(약 14개월) 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12]. 최근에는 원격전이를 동반한 경우라도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여 더 나은 예후를 보이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전이된 부위가 간 혹은 폐에 국한된 경우 완치목적의 절제술을 시행해 볼 수 있고, Nakano 등[13]은 간으로 2차례 재발한 암을 2번 모두 절제술을 시행하여 생존한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시도는 무작위 연구에 의해 입증된 치료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선행화학요법을 추가적으로 시행하고, 근치적 절제술(R0 resection)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14,15]. 또한 기능성 종양인 경우에는 종양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 과다로 유발되는 증상에 대한 완화 목적으로도 절제술을 시도할 수 있다[16].
본 환자의 경우 1995년 진단 당시, 2기의 병기로 비교적 예후가 양호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첫 치료 당시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진 mitotane을 보조화학요법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치료 후 약 5년간 주기적인 추적관찰에서 질병의 재발소견이 없었고 이후에도 장기간 증상 없이 지내왔다. 진단과정에서 위 역시 원발 위암의 발생가능성을 우선 고려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위를 포함한 다발성 전이를 동반한 부신피질암의 재발로 진단되었다. 수술적 절제술 외에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고 재발성, 전이성 병기의 경우에는 최근 수십 년 간 효과적인 치료법의 발전이나 뚜렷한 생존율의 향상이 없는 상태[3,17]로 질병의 조기 진단은 생존율 향상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부신피질암을 진단받았거나 과거 병력이 있는 환자라면 상황에 따라 위를 부신피질암의 재발, 전이부위로서의 가능성을 두고 평가해야겠으며 치료 후 낮은 병기이며 완치상태로 증상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도 추적관찰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문헌고찰과 함께 본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