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혈전혈소판감소자색반병(thrombotic thrombocytopenic purpura, TTP)은 혈액 내 혈소판의 감소 및 소동맥, 모세혈관의 혈액응고로 신경학적 손상을 포함한 다발성 장기의 손상을 일으키는 매우 드문 질환이다[1]. TTP는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가면역으로 a disintegrin and metalloprotease with thrombospondin type 1 motif, member 13 (ADAMTS13)이 결핍되어 발생하는 특발성과 암, 감염, 장기 이식, 임신, 수술, 약물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이차성이 있다. 이차성 TTP는 발생기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ADAMTS13의 결핍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 암과 관련된 TTP는 주로 암이 파종된 경우나 암의 양이 많은 경우, 특히 소화기계, 유방, 폐의 선암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대장암에서 창자막힘은 4-25%에서 발생한다. 이는 수술로 원인이 되는 암을 제거하거나 스텐트를 삽입해서 감압하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폐쇄성 대장암에서의 스텐트삽입술은 응급수술의 위험성을 줄이고, 절제 불가능한 다발성 전이가 발견된 경우나 수술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고식적 치료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으로 혈변, 통증, 스텐트의 이동, 대장의 천공 및 복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대장암의 스텐트 삽입술 시행 후 TTP가 발생하였다는 보고는 없다. 저자 등은 상행 대장암의 창자막힘에 대한 스텐트삽입술 후 TTP가 발생한 환자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2세 남자는 1달 전부터 지속되었고 내원 1일 전부터 악화된 복부통증으로 내원하였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상행대장암이 의심되었고 창자의 기계적 막힘이 동반되어 있었다(Fig. 1A). 당시 혈액검사결과 백혈구 5,700/mm3, 혈색소 13.5 g/dL, 헤마토크릿 37.8%, 혈소판 64,000/mm3, 프로트롬빈 시간 14.5초(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1.29), 활성부분프로트롬빈 시간 27.3초였으며, 일반화학검사는 총 빌리루빈 2.62 mg/dL로 약간 증가되어 있는 것 외에 혈중요소질소 26.4 mg/dL, 크레아티닌 1.4 mg/dL 등 모두 정상범위 내에 있었고, 그 외 유수탈수효소 866 IU/L, 발암배아성항원 175.20 ng/mL로 증가되어 있었다. 응급으로 감압을 위한 니켈과 티타늄 합금인 재질(nitinol)로 스텐트삽입술을 시행 받았고 스텐트 삽입 뒤 혈액응고 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반복하였고, 스텐트삽입술 전과 비교하여 큰 변화가 없었다. 수술 3일 후 환자는 복부통증의 악화와 함께 급격한 혈소판, 적혈구 감소, 의식저하, 발열, 핍뇨, 황달이 발생하여 중환자실로 전실하면서 혈액종양내과로 의뢰되었다.
중환자실 입실 당시 혈압 160/100 mm Hg, 맥박수 120회/분, 호흡수 24회/분, 체온은 38.0°C의 생체징후를 보였다. 의식은 심한 기면상태였고, 결막은 창백했으며 공막은 노란색이었다. 복부에 팽창은 없었으며 복부의 압통은 의식저하로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웠으나 경직은 관찰되지 않았다. 양측 하지의 부종은 없었고 직장수지 검사와 비위장관 삽입결과 뚜렷한 출혈의 증거는 없었다.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8,730/mm3, 혈색소 5.9 g/dL, 헤마토크릿 15.4%, 혈소판 14,000/mm3였으며, 망상적혈구는 2.1%로 상승되어 있었다. 일반화학검사에서는 혈중요소질소 35.7 mg/dL, 크레아티닌 1.5 mg/dL, 총 빌리루빈 12.79 mg/dL, 직접빌리루빈 6.04 mg/dL, 유수탈수효소 7,713 IU/L,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273 IU/L,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 72 IU/L, 나트륨 137 mmol/L, 칼륨 5.0 mmol/L, 햅토글로빈 <10 mg/dL, C반응성단백질 7.5 mg/dL 등의 소견이 확인되었다. 용혈소견으로 인해 추가로 시행한 직접쿰즈검사와 비직접쿰즈검사 모두 음성이었으며, 페리틴 >10,000 ng/mL, 혈청철 296 μg/dL였다. 폰빌레브란트항원, 폰빌레브란트인자 활성도는 각각 146.8%, 101.7%로 정상소견이었으며 항혈소판항체도 음성이었다. 혈액응고검사에서 프로트롬빈 시간은 59% (14.9초)로 약간 연장되어 있었고 D-dimer는 9.44 mg/L로 상승되어 있었으나 활성부분프로트롬빈 시간 28.2초, 항트롬빈III 109.3%, 피브리노겐 183 mg/dL로 모두 정상이었다. 말초혈액도말검사에서는 정상낭종 정상색소의 적혈구가 확인되었고 분열적혈구가 관찰되어 미세혈관병증용혈빈혈을 의심하였다. 고열 시 시행하였던 말초혈액배양검사는 음성이었다.
스텐트 삽입 후 시행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는 상행대장의 암은 변화 없었고, 기계적 막힘은 호전되었으며, 동측 수신증이 보였다. 스텐트는 정상적으로 위치하고 있었고, 스텐트 삽입으로 인한 출혈, 천공, 감염 등의 합병증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1B). 단순 흉부 X선촬영에서도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복부초음파에서도 지방간 외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스텐트 삽입 당시 시행한 생검결과는 분화도가 나쁜 선암이었다.
미세혈관병증용혈빈혈, 혈소판감소증, 급성신부전, 신경학적 이상, 발열 등의 임상양상을 통해 TTP를 진단하였고 응급으로 혈장분리교환술을 시행하였다. 패혈증을 감별하기 어려워 이미페넴도 동시에 사용하였다. 혈장분리교환술 후 의식은 여전히 심한 기면상태였으며 생체징후는 혈압 150/90 mm Hg, 맥박수 118회/분, 호흡수 14회/분, 체온 38.0°C로 큰 변화는 없었다. 백혈구 8,910/mm3, 혈색소 5.5 g/dL, 헤마토크릿 14.7%, 혈소판 38,000/mm3로 일반혈액 수치는 호전되지 않았으나, 총빌리루빈, 유수탈수효소,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는 각각 7.69 mg/dL, 3,552 IU/L, 121 IU/L로 감소하였다. 다음날 아침 재검사에서 총빌리루빈 12.68 mg/dL, 유수탈수효소 5,681 IU/L,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194 IU/L로 다시 악화되었으며, 생체징후나 의식수준 역시 호전 없었고, 혈색소, 혈소판도 호전되지 않았다. 그 후 한 차례 더 혈장분리교환술을 시행하였으나 일시적인 수치의 호전만 보일 뿐 효과가 유지되지 않으면서 TTP 진단 3일 만에 사망하였다(Fig. 2). 혈장분리교환술과 동시에 시행했던 ADAMTS13 활성도검사는 2주 뒤 34% (정상 범위, 44-121%)의 중등도 결핍으로 보고되었다(Fig. 3).
고 찰
TTP는 백만 명당 4-7명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다[3]. 또한 TTP의 임상양상은 비특이적이고, 명확한 진단기준이 없어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1960년도에 TTP와 관련된 여러 문헌들의 검토를 통해 미세혈관병성용혈성빈혈, 혈소판감소증, 급성신부전, 신경학적 이상 및 발열의 다섯 가지 증상을 ‘펜타드’라고 하였고 펜타드가 TTP의 진단기준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4]. 그러나 펜타드는 처음부터 모두 보이는 경우가 드물고, 펜타드에 포함된 각각의 증상들은 다른 질환에서도 관찰될 수 있어 실제 임상진단에서는 감별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5]. Francis 등[6]은 TTP로 진단받았던 351명의 환자들을 후향적으로 검토하여, 이 중 10명의 환자에서 파종성암이 TTP로 오인되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본 증례의 환자 역시 처음부터 TTP의 펜타드를 모두 보였지만, 최근에 대장암을 진단받았고 스텐트삽입술을 받았기 때문에 TTP와 비슷한 임상증상을 보일 수 있는 파종성 암 또는 패혈증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첫 번째 감별점은 본 환자에서 범발성혈관내응고장애(dissemian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DIC를 시사하는 혈액검사소견은 TTP보다는 패혈증이나 파종성 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혈액응고체계의 변화가 DIC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본 환자에서는 첫 진단 시와 스텐스 삽입 후 시행했던 혈액검사에서 혈액응고 수치의 변화가 거의 없었던 점과 TTP로 의심되는 펜타드증상 발현 시에도 프로트롬빈 시간은 59% (14.9초)로 약간 연장되어 있었고 D-dimer는 9.44 mg/L로 상승되어 있었으나 활성부분프로트롬빈 시간 28.2초, 항트롬빈 III 109.3%, 피브리노겐 183 mg/dL로 모두 정상으로 혈액응고체계에 큰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둘째, 발열 시 시행했던 균배양검사는 모두 음성이고 백혈구 수치도 정상이어서 패혈증을 배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장암의 파종 정도는 중환자실 전실 당시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골수천자 및 흉부 전산화단층촬영 등의 검사나 병기 판정 등이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여 명확한 감별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복부 내 먼쪽임파절 전이가 보이지 않았고, 진찰소견에서 액와림프절과 쇄골상림프절은 만져지지 않았다. TTP로 오인된 파종성 암 환자 10예를 모아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파종성 암의 경우 미세 혈관성 암 혈전으로 인해 DIC 없이도 TTP 관련 증상이 올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주로 초기 폐 혈관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기침,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증상이 대부분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6]. 그러나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기침,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증상이 전혀 없었고, 단순흉부방사선사진에서도 전이를 의심할 만한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또한 파종성 암으로 인한 골수 침범 시, 대표적인 혈액학적 이상은 빈혈이며, 특히 말초혈액도말검사에서 눈물방울 적혈구와 유핵적혈구가 보이는 것이 특징적인데 반해, 이 환자에서는 초기 혈액검사에서 혈소판 외에 백혈구, 적혈구 수치가 정상이었고, 말초혈액도말검사에서 유핵적혈구 및 비성숙과립구 같은 미성숙세포들이 관찰되지 않아 골수 침범 또한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었다[7]. 따라서 이 환자에서 파종성 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시간적 순서로 스텐트 시술 후 급격하게 증상이 발생하였고 비슷한 임상양상을 보일 수 있는 파종성 암이나 패혈증 등을 배제하였기 때문에 대장암의 창자막힘에 대한 스텐트 시술로 TTP가 발생하였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스텐트 시술 후 TTP가 발생한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관련성을 직접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스텐트 시술 후 발생한 TTP로 보고된 대부분의 증례들은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과 관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의 문헌들은 직접적인 관련성보다는 같이 사용했던 티클로피딘이나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혈전생성억제제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Lee 등[8]은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후 TTP가 발생한 환자에서 시술 전 3일간만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했기 때문에 약제가 아닌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자체가 TTP를 일으킬 수 있음을 제시한 바 있다. 이렇듯 아직까지 스텐트 시술 자체가 TTP와 관련 있다는 보고는 거의 없으며, 특히 대장에 스텐트 시술 후의 발생은 보고된 바가 없다. 또한 꼭 파종성 암이 아니어도 암 자체만으로도 TTP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스텐트 삽입과 TTP의 발생이 우연히 일치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암에 의해 TTP가 먼저 발생한 후에 스텐트 삽입이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을 입증할 방법은 없다.
우리는 스텐트 삽입과 TTP와의 관련성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TTP는 혈전미세혈관병증의 하나로 적혈구의 과도한 분절들이 섬유소성 괴사와 더불어 좁은 혈관 내강을 지나면서 혈관주위의 부종을 유발시키고, 모세혈관 내피의 손상으로 과도한 von Willebrand factor multimer들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활성화된 혈소판이 광범위 미세혈전을 만들어서 과도한 소모를 유발하는 질환이다[9]. 이런 근거로 볼 때 이 증례의 환자에서 대장에 스텐트 삽입 후 TTP가 유발되었을 가정은 혈관분포가 증가되어 있던 대장암 덩이에 스텐트 삽입으로 혈관에 자극이 가해지고 물리적 요인에 의해 적혈구의 분절 및 주변조직의 부종이 유발되며, 혈관내피 세포의 손상으로 인해 TTP가 유발되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스텐트삽입술은 최소한의 침습적인 시술이지만 외부의 물리적 요인에 의한 혈관 손상 후 TTP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술 후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기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Chang 등[10]은 수술 후 발생한 TTP에 대한 연구에서 대개 수술 3-7일째에 TTP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고한 바 있는데, 우리 환자의 경우도 스텐트삽입술 후 3일째 TTP가 발생하였다.
우리는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에서 창자막힘에 대한 치료로 스텐트삽입술 후 TTP가 발생한 사례가 있어 처음으로 보고한다. 정확한 발생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암이 가지는 높은 혈관분포가 스텐트 삽입과 같은 침습도가 낮은 시술에도 손상을 받으면 TTP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암 환자에서 시술 후 발생하는 TTP에 대한 사례를 모아 발생률 및 원인요소를 살펴보고, 병리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같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