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마취통증의학과 영역에서 체위성 두통은 척추 마취 후 또는 진단 목적으로 경막 천자 후 뇌척수액의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치료로 임상증상에 따라 대증요법과 경막외 혈액봉합술이 시행되어 왔었다. 자발성 두개내 저압은 이러한 침습적인 시술이나 척추 수술 및 특별한 외상 없이, 체위성 두통을 주 증상으로 호소하는 질환으로, 두통 외에도 구역, 구토, 현기증, 복시, 눈부심, 경부 강직 등을 호소한다[1]. 증상은 대부분 2-16주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증요법으로 효과가 없을 경우 혈액봉합술, 수술적 치료[2] 등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혈액봉합술은 뇌척수액 유출 부위와 인접한 부위에서 시행하여야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지만[3,4], 저자들은 경흉추 연결부에서의 뇌척수액 유출로 인한 체위성 두통 환자에서 요추부 혈액봉합술로 만족할 만한 증상 호전을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본 증례는 43세 여자 환자로, 키 154 cm, 몸무게 56 kg, 특별한 과거 병력이나 약물 복용력이 없는 분으로 내원 2일 전 갑자기 시작된 오심과 두통증상으로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경과 입원 후에 자발성 두개내 저압 진단하 혈액봉합술을 위해 마취통증의학과로 진료의뢰 되었다. 환자의 초기 주 증상은 10초 이상 앉아 있기 힘들 정도의 두통이었고 언어숫자통증등급(verbal numeric rating scale, VNRS)은 10이었다. 내원 당일 촬영한 뇌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특이소견은 없었고, 입원 2일째부터는 30분 정도 앉아 있으면 VNRS 8-9의 두통이 지속되고, 화장실도 가기 힘들다고 하였다. 내원 3일째 시행한 뇌 자기공명 영상은 정상소견이었으나, 3차원 자기공명척수강 조영술에서 경흉추 접합 부위의 뇌척수액 유출이 의심되는 소견이 발견되었다(Fig. 1). 이후 환자는 대증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지속적인 두통으로 입원 후 7일째 혈액봉합술 시행을 위해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로 의뢰되었다. 환자를 측와위로한 후 C-arm 유도하에 제3-4 요추부에서 정중 접근법으로 공기를 이용한 저항 소실을 느낀 후 경막외강에 조영제를 주입하였다(Fig. 2). 조영제가 하위 요추부 방향의 경막외강으로 퍼지는 것을 관찰한 후 환자의 혈액 20 mL를 채취하여 천천히 경막외강 내로 주입하였다. 혈액을 15 mL 주입했을 때부터 환자는 허리통증을 호소하였고, 17 mL 주입 시 심한 허리통증을 호소하여 시술을 종료하였다. 심한 허리통증은 시술 직후부터 서서히 감소되었으며, 시술 후 1일째에 VNRS 1-2 정도였다. 시술 당일은 안정을 취하도록 하였고, 시술 후 1일째 환자는 화장실 사용 시 두통이 없어졌고, 30분 정도 앉아 있으면 머리 정수리 쪽에 통증(VNRS 3)이 발생하지만 심하지는 않았다고 하였으며, 누워 있으면 5분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고 하였다. 시술 후 2일째는 2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목 뒤로 당기는 통증이 있다고 하였다(VNRS 3-4). 환자는 시술 후 5일째 dexibuprofen 처방 후 퇴원하였고, 시술 후 12일째 외래 경과관찰 시 7-8시간 정도 야외 활동 시 머리가 무거운 느낌(VNRS 1-2)이 남아 있지만, 두통이 심하지 않아 약 복용은 하지 않았다고 하여 추가 시술 없이 경과관찰만 하기로 하였다. 혈액봉합술 시행 한 달 후 경과관찰을 위해 외래 내원 시 두통, 허리통증은 호소하지 않았고, 목을 앞으로 숙이면 목 뒤에서 등으로 당기는 통증(VNRS 1-2)이 있다고 하였다. 이후 1년까지 환자는 증상 재발이 없음을 전화로 확인하였다.
고 찰
자발성 두개내 저압은 1938년 Schaltenbrand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고, 발병률은 10만 명당 5명 정도이고, 40-50대의 연령과 여성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주요 증상인 체위성 두통을 일으키는 기전으로는 뇌척수액 유출로 인한 뇌의 하강으로 통증에 민감한 구조들이 견인되면서 발생할 수 있고, 뇌척수액의 감소로 인한 수막 혈관의 보상적 확장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1,6].
진단방법으로는 체위성 두통의 임상증상이 중요하며, 뇌 자기공명 영상, 방사선 동위원소 뇌조 조영술, 전산화 단층촬영 척수강 조영술, 자기공명 척수강 조영술 등이 유용한 검사법으로 여겨지고 있다[7]. 자발성 두개내 저압의 치료는 복대사용, 수액요법, 카페인 등의 대증요법을 먼저 사용해 볼 수 있고 증상이 심할 경우와 대증요법으로 증상 완화가 없을 경우 혈액봉합술이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경막외 혈액봉합술은 주입된 혈액에 의해 지주 막하강압이 증가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증상 호전을 가져올 수 있고, 뇌 척수액 유출 부위의 봉합효과로 증상 호전을 지속시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1,8]. 그렇기 때문에 혈액봉합술은 가능한 뇌척수액 유출 부위 근처에서 시행했을 때 결과가 좋았다는 보고가 있다[3,4]. 하지만 본 증례의 경우처럼 경흉추 부위의 유출 환자에서 요추부위의 시술로 증상 호전을 보았다는 보고도 있고, 또 혈액을 이용하지 않은 방법으로, Rando와 Fishman [9]이 요추 부위에서 경막외강 내에 카테터를 거치하고, 지속적인 수액 주입을 통해 증상이 호전되었음을 보고하였는데, 이는 비록 재원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거치된 카테터로 인해 감염의 우려가 있지만, 혈액봉합술시 발생할 수 있는 경막하 혈액 유입과 화학적 뇌막염을 피할 수 있고, 경흉추 부위의 시술로 인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Franzini 등[10]은 체위성 두통이 척추정맥에서 심장으로의 혈액 회수에 의해 발생한다고 병태생리적인 가설을 제안하였다. 그들은 경막외강의 정맥들은 흉요추 연결부를 기준으로 위쪽은 상대정맥, 아래쪽은 하대정맥을 통해서 심장으로 유입되는데, 하대정맥의 경우 기립 시나 보행 시 음압이 초래되어 경막외강에 있는 정맥들이 하대정맥으로의 유입량이 많아지게 되어 경막외 정맥의 혈액량과 경막외강의 압력을 감소시켜 상대적으로 높은 뇌척수액 압력과의 차이로 인해 뇌척수액의 유출량이 많아진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뇌척수액 유출량이 많지 않아 뇌 자기공명 영상, 방사선 동위원소 뇌조 조영술, 전산화 단층촬영 척수강 조영술 등의 영상검사들로 뇌척수액 유출이 확인되지 않는 환자에서도 이러한 가설로 자발적 뇌압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본 증례에서 저자들은 자발성 두개내 저압 환자에서 유출 부위와 관계없는 요추부에서의 혈액봉합술이 환자의 두통을 빠르게 감소시키고 지속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자발성 두개내 저압의 자연 경과로 증상이 저절로 호전될 수도 있지만, 본 증례에서의 환자는 증상 발생 후 10일 동안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을 정도로 증상 호전이 없었고, 시술 후 즉각적인 증상 호전뿐 아니라 지속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혈액봉합술이 지속적인 증상 호전을 가져왔다고 생각된다. 이는 혈액봉합술이 뇌척수액 유출 부위를 봉합함으로써 지속적인 증상 호전을 가져온다는 가설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되고, Franzini 등[10]이 주장한 가설처럼 정확한 기전을 알기 위한 연구들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또 앞으로 경흉추부 뇌척수액 유출 환자에서 혈액봉합술을 시행할 때 시술로 인한 합병증을 고려한다면 요추부에서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