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신세포암은 전체 암의 약 3%에 해당하는, 드물게 발생하는 암이다. 신세포암의 고전적 3대 징후는 혈뇨, 옆구리 통증, 복부의 종물이다. 하지만 이는 10-15%에서만 나타나며 신세포암의 전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1]. 30-40% 환자들이 신세포암 진단 당시 전이 부위를 동반한 상태로 진단된다. 신세포암이 흔히 전이되는 부위로는 폐(76%), 뼈(42%), 간(41%), 국소 림프절(66%) 등이 있다. 두경부 영역으로의 전이는 약 15% 정도로 상대적으로 드물고, 특히 부비동으로 전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현재까지 국내에 보고된 증례는 3예 정도이다[2]. 이에 본 저자들은 흑색변을 주소로 내원한 73세 남자 환자에게 전이성 신세포암을 진단하여 수술적 제거 후 양전자 단층촬영 이후 우연히 발견되어 조직학적으로 확진된 상악동 전이 증례 1예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73세 남자가 내원 7일 전부터 시작된 하루 1-2회 정도의 흑색변과 5일 전부터 악화된 어지럼증으로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 내원하였다. 특이 내과적 과거력 및 가족력 없었으며 내원 당시 혈압 130/60 mm Hg, 맥박수 98회/분, 체온 37.2°C이었다. 급성 병색을 보였으며 의식상태는 명료하였다. 결막은 창백하였고 흉부 및 복부진찰에서 특이소견은 없었다. 사지에 부종은 없었고 신경학적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검사실소견상 hemoglobin (Hgb) 4.4 g/dL (range, 13 to 17 g/dL), hematocrit (Hct) 13.8% (range, 39% to 52%)였으며, 백혈구는 10.6×103/mm3 (range, 4.0 to 10.0×10^9/L), 호중구 77.1% (range, 40% to 70%), 혈소판 382×103/mm3 (range, 130 to 450×103/mm3)이었다. Albumin 2.8 g/dL (range, 3.1 to 5.2 g/dL), prothrombin time 11.2 seconds (range, 9.9 to 13.1 seconds; 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0.97)이었고, total bilirubin 0.2 mg/dL(range, 0.2 to 1.2 mg/dL), aspartate aminotransferase 25 IU/L (range, 0 to 37 IU/L), alanine aminotransferase 14 U/L (range, 0 to 41 IU/L), blood urea nitrogen 25 mg/dL (range, 8 to 20 mg/dL), creatinine 0.95 mg/dL (range, 0.60 to 1.30 mg/dL)였다. C-reactive protein 0.18 mg/dL (range, 0.0 to 0.5 mg/dL)이고, 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33 mm/hr (range, 0 to 20 mm/hr)이었다. 영상의학적 소견상 흉부 및 복부의 단순방사선촬영 사진은 이상소견이 없었고 내원 당일 시행한 상부위장관내시경에서 음식으로 인하여 검사에 제한이 있었으나 급성출혈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구불창자내시경에서도 흑색변은 확인되었으나 급성출혈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는 오른쪽 신장의 상부 내부에 괴사성 병변을 동반한 약 9 cm 크기의 신장 밖으로 불거져 나온 과혈관성의 신세포암과 십이지장 2부에서(2nd portion) 약 8.7 cm의 과혈관성의 전이성 병변이 확인되었다.
환자는 농축적혈구를 수혈받은 이후 생징후가 안정적이며 Hgb 8.6 g/dL, Hct 26.7%로 상승하였다. 내원 3일 째 우측 근치적 신절제술(right radical nephrectomy) 및 Whipple씨 수술(Whipple’s operation)을 시행 받았다. 병리조직검사결과 신세포암은 clear cell type 이었으며(Fig. 1A), 십이지장 및 췌장에 전이소견을 보였다. 국소 림프절 전이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신장 내 혈관 및 요관, 십이지장, 췌장, 주위 연조직 부위의 절제연에서 종양세포가 확인되지 않았다(pT2N0M1, stage IV). 환자를 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 예후 예측모형에 대입해 보면 Karnofsky performance status 80% 이상, lactate dehydrogenase 163 U/L (range, 106 to 211 U/L), 보정 칼슘은 7.86 mg/dL (range, 8.4 to 10.2 mg/dL)로 이들은 위험인자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Hg 4.4 g/dL 및 진단 후 전신적 치료가 시작될 때까지 1년 미만의 시간이 걸린 점 2가지 사항이 좋지 않은 예후인자에 해당되어 중간 수준의 위험군에 포함되었다. 환자는 수술 후 지속적으로 코막힘 및 눈 밑 부위 동통을 호소하여 부비동염 의심하에 X-ray를 촬영하였으나 특이사항이 없어 경과를 관찰하였다. 수술 후 12일째 원격전이 동반 여부 확인을 위해 시행한 양전자단층촬영에서 우측 상악동에 fluorine-18 fluoro-deoxyglucose 섭취과다 소견을 보였다(Fig. 2). 이에 부비동 전산화단층촬영을 시행한 결과 약 4.6 cm의 조영 증강이 잘되는 전이 의심 병변이 보여(Fig. 3) 국소마취하 내시경조직검사 시행 후 신세포암의 전이를 확인하였다(Fig. 1B, C). 환자 내원 17일부터 pazopanib hydrochloride 800 mg 복용을 시작하였으며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신세포암의 주요 전이 경로는 인접 장기로의 직접 침범이나 복막전이뿐만 아니라 신장정맥을 통한 혈행성 전이, 림파선 전이 또한 가능하다. 신장정맥은 상대정맥, 우심방, 폐 등으로 이어져 폐, 뼈, 그리고 간 등으로 전이가 흔하며, 그 외 부신, 뇌, 다른 쪽 콩팥으로도 전이가 잘된다고 알려져 있다[1]. 십이지장에 고형암이 전이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지만 해부학적 구조상 우측 신장과 인접하고 있어서 우측 신장암의 십이지장 전이는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3]. 본 증례의 환자도 진단 당시 우측 신세포암이 십이지장으로 전이되어 이로 인한 상부위장관 출혈이 주요 증상이었다. 이에 인접 장기를 포함한 모든 병소의 완전 절제를 시행하였으며 수술 이후 시행한 양전자단층촬영에서 드문 전이 병소인 부비동의 전이 병변을 발견하였던 사례였다.
신세포암의 부비동으로의 전이는 흔하지 않지만 전이성 부비동암의 흔한 원발 부위는 신세포암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부비동 중에도 상악동이 가장 흔한 전이병소라는 일부의 보고도 있다[4]. 부비동 전이는 본 증례와 같이 원발 병변과 함께 확인되는 경우도 있으나 신절제술 이후 수년 뒤 부비동 전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5]. 부비동 전이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비출혈이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신세포암의 과혈관성과 관련이 있다[6]. 본 증례의 환자는 비출혈증상은 없었으나 수술 후 코막힘, 눈밑 부위 동통을 호소하였다. 이 증상은 만성 부비동염으로 오인될 만한 증상이었으며 단순 X-ray상에서는 전이 병소로 의심하기 어려운 소견이었다. 따라서 신세포암 환자에서 이와 같은 비특이적 부비동염의 증상을 호소하거나 비출혈이 심한 경우 드물지만 부비동 전이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하겠다. 부비동 전이가 의심될 경우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의학적 검사 및 적극적인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신세포암의 부비동 전이의 예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으나 일부에서는 부비동 전이가 있는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5년 생존율을 15-30%로 보고하고 있다[7].
전이성 신세포암 치료에 있어 단독 전이를 동반한 신세포암의 경우 신절제술(nephrectomy) 및 전이병변절제술(metastatectomy) 시행 후 전신적 항암치료를 진행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다발성 전이를 동반한 경우라도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경우 세포감퇴 신절제술(cytoreductive nerphrectomy)을 시행 받고 전신 항암치료를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8]. 여러 대규모의 임상연구에서는 세포 감퇴 신절제술(cytoreductive nephrectomy)의 이점을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신세포암의 폐 전이만 있는 경우, 전신상태가 좋은 경우, 좋은 예후인자가 있는 경우 등에서는 신절제술이 더욱 유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9]. 본 증례의 경우 신세포암 원발 부위 및 십이지장 전이에 대하여 처음에는 단일 전이병소라는 판단하에 수술을 시행하였다. 특히 단일 전이 병변이며 출혈과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환자의 삶의 질 등을 고려해 전이성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10]. 신세포암의 부비동 전이의 치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는 않고, 사례가 많지 않아서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상악동의 혈액공급은 상악동동맥(maxillary artery)에서 분지된 후상치조동맥(posterior superior alveolar artery), 안와하동맥(infraorbital artery), 후외측비동맥(posterior lateral nasal artery)에서 이루어져 종양에 대해 조직검사 시행 시 출혈 위험이 증가될 수 있으며 신세포암은 과혈관성 종양으로 그 위험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11]. 따라서 상악동 전이가 의심될 경우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는 필요하지만 출혈 등에 의한 합병증 발생에 주의가 필요하다. 전이 병소가 부비동 단독일 경우 전이병변절제술(metastatectomy)을 시행한 사례도 있으며 다발성이라도 수술이 가능할 경우 적극적으로 세포감퇴술(cytoreductive surgery)을 고려해야 한다. 세포감퇴술 이후에는 고식적 치료로 표적치료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2012년 Kim 등[12]은 6년 전 우측 신장의 신세포암을 진단받고 우측 근치적 신절제술 시행 받았던 환자가 2년 전부터 시작된 수양성 비루에 대해 검사 진행 후 상악동 내 조직검사 시행 후 진균구 및 전이성 신세포암을 진단받은 환자에 대해 보고한 바 있다. 이 증례보고에서는 환자가 고령이고 전신상태가 불량하여 추가 수술적 치료 없이 6차례의 sunitinib malate 항암치료를 시행 받았으며 항암치료 후 1년에 시행한 비내시경검사에서 재발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12]. 이처럼 세포감퇴술(cytoreductive surgery)이 어려울 경우는 수술 없이 표적치료제 사용만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아직 이와 같은 환자의 치료의 지침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본 증례의 환자는 Whipple씨 수술 이후 전신상태가 회복되기를 기다린 이후 치료를 시행한 터라 이차적인 부비동 수술을 연이어 시행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으며, 신세포암의 경우 방사선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암으로 알려져 있어 방사선 치료를 이용한 국소치료 시행에도 근거가 부족하여 pazopanib hydrochloride으로 전신치료를 우선적으로 시작하였으며 현재 외래추적 관찰하고 있다. 추후 증상 및 병변의 변화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