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리튬은 조울증에 널리 사용되는 정신과 약물로서, 혈중 치료 농도의 범위가 좁아(범위, 0.6-1.5 mEq/L ), 치료 농도에 따른 부작용이 다수 보고되어 있는 약제이다. 일반적으로 혈중 농도가 1.5 mEq/L를 초과하게 되면, 구토, 오심, 장운동이상 등의 소화기적 증상에서부터 의식변화, 경련 등의 신경학적 증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1]. 장기적인 리튬 투여로 인하여 만성간질성신염, 신부전, 신성요붕증, 미세변화 신질환 등이 발생한 보고[2]가 있으며, 횡문근융해증 등이 합병되어 보고된 바가 있다[3]. 또한 외국의 경우 장기간 리튬 사용에 환자에서 급성 독성으로 인해 다발성 말초신경염이 발생한 예가 보고된 바가 있으나[4-7],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 저자들은 조울증으로 장기간 리튬을 투여 받아 요붕증과 만성신부전이 있는 환자에서 급성 리튬독성으로 인한 좌측 상지의 다발성 말초신경염이 발생한 1예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자는 50세 남자로 내원 당일 새벽부터 시작된 발열과 의식변화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26세 때 조울증으로 진단받고, 총 10회의 입원 과거력이 있으며, 최근까지 개인 정신과에서 하루 lithium 1,050 mg, quetiapine 800 mg, clonazepam 1.5 mg, carbamazepine 400 mg을 복용하였으며, 1달 전부터 carbamezapine은 중단하였다. 현재에도 조울증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약하고 있었으며, 5년 전부터 다갈, 다뇨의 증상과 만성 신부전으로 리튬을 중단하려고 2회 시도하였으나, 실패한 병력이 있고, 최근 약 1달 전부터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 많았다. 내원 5일 전부터 기운이없고, 식사를 잘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 정신과 내원 후에 lithium 및 quetiapine을 끊었으나, 내원 당일 새벽부터 발열과 동반하여 의식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인하대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환자의 가족력에는 특이사항이 없었으며, 음주는 하지 않았으며, 20갑년 흡연력이 있었다.
내원 당시 혈압 103/62 mmHg, 맥박수 72회/분, 호흡수 18회, 체온 38.3도였으며, 의식은 통증에만 미세한 반응이 있는 정도였다. 결막은 창백하지 않았고, 공막에 황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구강점막 및 입술은 건조하였다. 흉부 진찰 시 심음과 호흡음에서 특이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고, 복통 및 장음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양측 상하지에 부종은 관찰되지 않았고 촉진 시 압통은 없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동공반사는 양측 모두 있었고, 통증에 대한 반응도 있었다. 심부 건반사는 저하되어 있었고, 다른 병적 반사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 외에 운동, 감각 정도의 평가나, 뇌신경검사(cranial nerve function test)는 환자 의식이 좋지 못하여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25,430개/mm3 (poly-morphonuclear, 86%), 혈색소 15.2 g/dL, 혈소판 383,000개/mm3, 혈중 나트륨 136 mEq/L, 칼륨 7.0 mEq/L, 염소 111 mEq/L, 혈청 blood urea nitrogen (BUN) 107.9 mg/dL, creatine (Cr) 7.12 mg/dL, aspartate aminotransferase/alanine aminotransferase 88/97 IU/L, alkaline phosphatase (ALP) 5365 IU/L, total bilirubin 0.9 mg/dL, 혈청 osmol 340 mOsm/kg, 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9 mm/hr, C-reactive protein 0.45 mg/dL, creatine kinase (CK) 1,833 IU/L, CK-MB 14.1 ng/mL, myoglobin >3,000 ng/mL이었다. 요검사는 요비중 1.013, 단백질 1+, 적혈구 1+, 백혈구(-)이었고, 요 osmol 293 mOsm/Kg, 요 나트륨 46 mEq/L, 칼륨 19 mEq/L, 염소 23 mEq/L, fractional excretion of sodium은 1.51%였다. 입원 2일째 측정한 혈중 리튬 농도는 3.03 mEq/L (정상범위, 0.5-1 mEq/L)로 증가되어 있었고, 신경학적 평가를 위해 시행한 cerebrospinal fluid 검사결과 white blood cell 4개/mm3, glucose 111 mg/dL, protein 35 mg/dL이었다.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은 뇌 컴퓨터 전산화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영상에서는 특이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은 복부 CT상에서 양측 콩팥 크기가 좌측 9.8 cm, 우측 9 cm로 약간 감소되어 있었고, 좌측 콩팥에는 석회화를 동반한 작은 물혹이 관찰되었다(Fig. 1).
입원 후 24시간 동안 7 L의 수액투여를 시행하였고, 소변량은 처음에는 나오지 않다가 입원 8시간 후부터 시간당 100-200 mL씩 나왔으며 그 양은 총 6,900 mL이었다. 의식저하와 함께 발열이 동반되어 있으며, 흉부 X-ray 촬영상에서 좌하엽의 무기폐와 음영증가 소견이 관찰되어, 흡인성 폐렴의 동반 가능성을 고려하여 항생제를 투여하였다. 또한 기존에 투여되던 항정신병약 투여와 연관된 신경이완제 아성증후군(neuroleptic malignant syndrome)의 가능성도 고려하여 관찰하였다. 내원 당시 혈중 ALP의 상승이 보여 ALP isoenzyme을 측정하였고, 결과상에서는 골성 ALP가 우월하게 상승되었다. 이는 만성신부전으로 인한 신성골이영양증이 있는 상태에서 급성 신기능 악화 및 약제 독성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상승되었을 가능성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혈중 ALP는 입원 후 2주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었다. Kalimate 관장과 다량의 수액투여 후에 혈중 칼륨수치는 5.8 mEq/L로 감소되었다. 평균 1일 소변량은 7-10 L/day였고 혈청삼투압 및 요삼투압 검사결과 평균 340 mOsmol/kg, 185 mOsmol/kg로 요붕증에 합당하였으며, desmopressin 4 mcg의 12시간 간격 투여에 대해서 즉각적인 혈중삼투압 변화는 보이지 않아신성요붕증으로 진단하였고, 그 치료를 위해 thiazide, amiloride, desmopressin, zaltorpfen을 사용하였으나, 이후에도 평균 하루 소변량은 10 L 정도로 소변량 감소는 보이지 않았다. 장기간 복용하던 리튬은 중단하였고, 입원 4일째부터 의식이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입원 7일째부터 의식은 완전히 명료한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정신과와 상의하여 quetiapine을 200 mg부터 시작하였다. 입원 10일째에 피검사는 혈중 나트륨 142 mEq/L, 칼륨 5 mEq/L, BUN 42 mg/dL, Cr 2.12 mg/dL, CK 350 IU/L, 리튬 농도는 0.32 mEq/L로 회복되었다(Fig. 2).
환자 의식회복 후에 오른쪽 상하지는 움직임이 회복되었으나, 왼팔에 감각은 있으나 저린감이 동반되어있고, 힘이 들어가지 않으며, motor grade 3 정도로의 운동저하를 계속 호소하였다. 왼발은 처음에는 움직임이 회복되지 않았으나 서서히 회복되었다. 동반된 뇌경색 등의 감별을 위해 시행한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상에서는 약간의 뇌실질의 위축 외에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Fig. 3). 또한 electroencephalogram상에서도 간질양 발작파(epileptiform discharges) 등의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말초신경병증 혹은 근육병 등을 감별하기 위하여 신경전도검사 및 침근전도검사를 시행하였다. 운동신경전도검사상 정중, 척골, 요골신경의 이상소견이 F파에서 나타났으며, 신경전도속도와 진폭의 이상은 없었다. 국소신경병증과 함께 다발성 신경병증의 초기 형태가 중첩된 양상을 보였다. 침근전도검사에서는 좌측 상단의 이두박근 등의 상지근육에서 비정상 자발전위와 다상성 운동전위가 관찰되었고, 심한 경우에는 운동전위가 유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신경생리검사를 토대로 국소신경병증과 함께 다발성 신경병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4). 하지에 대한 신경전도검사 및 침근전도검사는 환자가 거부하여 시행하지 못하였다.
입원 2개월째에 조울증에 대해서는 추가로 valporic acid를 투여하였으나 조울증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고 행동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어 리튬을 혈중 농도를 추적하며 병용 투여하였다. 혈중, 소변 삼 투압 농도는 크게 호전 보이지 않아 투여 중이던 thiazide, amiloride는 중단하였고, 다량의 소변량으로 인한 기립성저혈압이 동반되어 midodrine을 추가로 투여하였다. 왼쪽 팔의 쇠약에 대해서는 재활치료를 유지하며, 서서히 저린감이 호전을 보였고, 운동능력도 약간 회복을 보였으나, 머리 위로 손을 올리거나, 컵을 쥐는 등의 세부적인 움직임은 호전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투약조절과 전신증상 회복, 재활치료 지속유지 후에 입원 109째에 퇴원하였다. 현재 퇴원 이후 4개월째 외래 추적관찰 중으로 현재 개인 정신과 병원에서 valporic acid 1,500 mg, quetiapine 900 mg, lithium 450 mg을 복용 중이며, 다뇨, 다음, 다갈 등의 증상은 지속되고 있다. 혈청 BUN, Cr level은 19.2 mg/dL, 2.54 mg/dL이며, 왼팔의 운동기능은 다소 호전된 상태이다.
고 찰
리튬독성에 의한 다발성 말초신경염은 Brust 등[5], Newman과 Saunders [8]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리튬독성에 의한 다발성 말초신경염의 발현은 경련, 강직, 쇠약, 마비 등의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4,6]. 또한 말초신경에서 주로 축삭손상의 형태로 나타나며, 다발성의 신경병증을 신경전도검사에서 나타내며, 침근전도검사에서 비정상 자발전위와 다상성의 운동전위 변화를 특정적으로 나타낸다. 본 증례의 신경전도검사 및 침근전도검사에서도 같은 소견을 보였다. 또한 신경의 조직검사에서는 굵은 유수신경의 소실이 특징이다.
리튬의 독성발현은 그 기저질환과 전신상태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경화, 심부전, 신부전, 수술, 정신분 열병, 탈수, 당뇨, 신증후군, 낭섬유화증 등이 이러한 말초신경병증을 포함한 리튬의 독성발현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9]. 이 논문의 증례에서는 만성신부전과 신성요붕증으로 항상 탈수될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와 폐렴이 동반되었고, 이로 인하여 급성 신손상이 발생되어 리튬의 혈중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증세가 발현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에 의한 다발성 말초신경염은 아직까지 그 발병기전이나 발생 범위, 빈도 등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리튬의 신경계 침범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다발성 말초신경염도 이러한 신경계 침범의 일환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 기전은 세포 내부의 리튬의 축적으로 인하여 활동전위(action potential)의 발생과 확산에 방해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급성으로 신경돌기(axonal)의 기능장애가 발생하게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7]. 또한 리튬의 과투여상태에서는 신경말단부(end-plate)에서 리튬이 신경근 차단물질(neuromuscular blocking agent)과 경쟁적으로 작용을 하여 신경전도과정의 탈분극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뇌경색, 뇌출혈 등에 의해서도, 본 증례와 증세가 유사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뇌 MRI검사를 통해 그러한 기질적 원인을 배제할 수 있었다. 또한 장시간 왼쪽 상하지가 눌려 그로 인해 신경손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고려하였으나, 환자가 신경이 눌릴 만큼 장시간 부동자세로 있지 않았으며, 그런 경우에는 심한 횡문근융해증이 동반되는데 환자의 경우 혈중 CK가 경한 상승을 보이다가 금방 호전되었고, 진찰 시 상하지 근육의 압통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리튬독성에 의한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은 리튬투여의 중단이 근본적인 치료가 되며, 그 외 동반된 합병증에 대한 보존적 치료와 재활치료 등이 도움이 된다. 또한 기존의 치료결과들을 보면 급성 리튬독성 때에 혈액투석을 통해 혈중 리튬 농도를 빠르게 교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번 증례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보고되었던 요붕증과 다발성 말초신경병증 동반된 환자의 경우 그 회복기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은 이러한 치료를 통해 가역적인 증상호전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기존에 리튬독성에 의한 신성요붕증에 대한 보고가 주로 이루어졌으나 본 증례에서 나타난 신성요붕증과 동반되어 근육의 긴장감퇴증과 동반된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따라서 리튬을 장기간 투여한 환자에서 드물지만 다발성 말초신경염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이번 증례에서와 같이 신성요붕증이 있는 경우 그 발병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작용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리튬의 부작용들을 이해하고, 리튬을 장기간 투여하는 환자에서 정기적인 임상증상의 확인과 혈중 농도 측정을 통한 용량조절이 필요하다.